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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백목련이다가
자목련이다가
아,
은은한 라일락
곱게 접어 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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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산 뒷 산이 어느새 눈부신 짙은 녹색으로 덮였네요.
명랑한 처녀의 맑은 웃음 같던 백목련도 어깨 기대오던 부드러운 여인의 조용한 미소 같던 자목련도 이제 꽃은, 꽃잎은, 잊으라는 듯 윤기나는 잎새 가득한 싱싱한 나무로 서 있네요.
초여름이 와 있네요. 그러고 보니 라일락이 초여름의 꽃나무란 생각이 듭니다. 또 그러고 보니 "첫사랑"이란 말이 떠오르고요. 초여름과 첫사랑, 잘 맞지 않나요?
수수하면서도 고상하게 아름다운, 열망보다는 평화를 느끼게 하는 라일락은 그러나 오래 곱게 간직하고픈 여인의 모습으로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아니지만, 한때 그냥 친했고 이젠 아마 만나기 어려울, 여전히 좋아하는 여인의.(5/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