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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代文學" 1984년 6월호를 읽다가시 2025. 10. 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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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代文學" 1984년 6월호
소파에 쌓여 있는 책들 새에서 이 책이 나왔다. 분명 여기 도서관의 카페나 연례 책 세일에서 샀을 텐데 기억이 잘 안 난다. 강용준의 단편 "백령도"와 유홍종의 단편 "타인의 열쇠"는, 보니, 느낌으론 오래전에, 읽은 것들이다. 책이 다시 눈에 띈 김에, 이석봉의 "바람소리" 문순태의 "어머니의 城" 중편 두 편과 시 몇 편을 읽었다. 수필 한 편은 읽기 시작하다가 만다.
"신작특집"으로 여섯 편이나 실려 있는 윤삼하 시인의 시 중에 "서울 1984"(부분)를 여기 적어놓기로 한다. 시작노트("과 작의 변")에서 시인은 "사실 시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 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보고 느낀 것을 쓰고 싶을 대로 적으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쓰고 있는데 그래선지 쉽게, 좀 느슨하게 쓴 시의 느낌은 들지만, 아무튼, 80년대에 한국에 없었던 내겐 그 제목만으로도 그냥 안 지나치게 된다.
서울 1984
윤삼하
한 해의 마지막 땅거미가 질 무렵
미국에 있는 김형으로부터
서울의 안부를 물어왔다.
하기야 한강엔
난데없이 날아든 청둥오리들이
얼음장 밑 물고기를 찾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
아이들은 저마다
얼음지치기와 연 날리기에
넋을 팔고 있다고
힘주어 대답할 수도 있지.
얼어붙은 하늘에
맨살을 드러내고 서 있는
북한산의 희끗희끗한 바위들도
아직은 할 말이 남아 있다고 ......
입으로만 되뇌는 이웃사랑
쇠망치를 휘두르는 넓고 넓은 자비,
가진 자는 더 갖기 위해
눈에 가시를 세우고
금이나 다이아
자동차와 부동산을 신주로 모시는
여기는 어느 땅의 서울인가.
이른 새벽
잠에 빠진 쓰레기들을
남김없이 거두어 가는 세찬 삽질 소리
어둠 속 안개를 가르는
요란한 기적 소리에
뻐끔히 눈을 뜨는 또 하나의 하늘 ------
------ 서울 1984.
"現代文學"이 집에 또 있던가, 해서 아래, 이층 책장들을 찾아보니, "문학동네"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 같은 책들이 모두 스무여 권 되는데 그 중에 두 권이 "現代文學"이다: 93년 5월호와 97년 7월호. 각각 다른 이유로 시 한 편씩을 여기 또 올리기로 한다.
村家 夏景
유치환
백금빛 해볕 담장 안에 넘어 차고
부엌 문턱엔 금파리 왱당거리는데
한잠에 오른 누에처럼 꿈밭에 머리를 묻고
재워 두고 간대로 갓난이만 집에 있다
("現代文學" 93년 5월호)
산당화의 추억 (부분)
황동규
2
추억은 인간을 사람으로 만든다.
큰 바위가 나타나고
길이 가팔라지고 숨이 가쁠 때
문득 발 앞에 진초록빛 끈 하나가 움직일 때
마음속에 켜 있던 불씨들.
초록뱀에 놀라고 놀람이 곧 초록빛 호기심이 되는
질겁하는 손과 만져보고 싶은 손이
한 손에서 일순 만나 손을 완성하는
손이 점차 투명해지는
<사람>의 설렘.
("現代文學" 9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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