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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콜로라도에서 - 2 : 덴버대학 여름 풍경이런저런 2009. 7. 7. 02:34
덴버대학(University of Denver)은 아내가 재작년 말 은퇴하기 까지 17년 반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이다. 1864년에 세워진 역사 깊은 사립대학으로 재학생 약 8000명의 반 이상이 대학원생이다.
캠퍼스 조경 같은 데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또 미국 어느 도시에서나 대학 캠퍼스가 가장
아름답고 휴식하기에도 좋은 곳이라 나는 어디서고 캠퍼스를 자주 찿는다.
지은 지 117년 된 건물이다. 빅토리아 풍인지 무슨 스타일인지 모르지만 고풍스런 방들이 많다.
로버트 하스라는 당시 미국 계관시인(poet laureate)이 와서 그런 방에서 얘기했던 게 기억난다.
그게 15년도 더 전이었던 같은 게 이젠 놀랍지도 않다. 아직도 이상한 건
우리 나라 대학의 외부 초청 소설가나 시인 강연회 청중 중에 문학 전공 교수를 보기 어려운 거다.
가운데 보이는, 모교(alma mater)를 상징하는 조각상은, 말하자면, 이 대학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잔디밭 한 쪽에, 받침대 높이도 알맞아서, 자연스러워 보인다.
춘천에서 본 어떤 조각상은 원래 조각가가 의도했을 것 같은, 내 눈엔 아주 잘 어울리는, 받침대 밑에
더 높은 받침대와 그 밑에는 또, 접근을 막기위해선지, 넓은 대리석 기반까지 덧붙여 놨다. 맘에 안 든다.
한 여학생이 금 빛 타워를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Ritchie Center 의 금 빛 타워가 이젠 덴버대학의 새로운 대표 표지물처럼 됐다
농구, 배구, 수영 경기장, 아이스링크, Fitness center, 라켓볼 코트 등을 갖춘, 말하자면 체육관인 Ritchie Center는
대학에서, 미국의 여느 대학이 그렇듯이, 연중 문 닫는 날이 가장 적은, 아마도 하루도 없는, 건물이다.
[사진: 덴버대학 홈페이지에서]
미국에서는 보도와 잔디밭 사이에 턱 같은 게 있었던 걸 본 기억이 없다.
또, 세멘트든 벽돌을 깐 거든 보도를 걷다가 어디 발에 걸려 넘어진 기억도 없다.
더 생각 말아야지, 답답해지기 전에.
법대 건물이다. 일층 중앙 정면으로 보이는 문들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라운지다. 테이블과 소파와
안락의자들이 있고 한편엔 커피숍/스넥바도 있다. 아무나 이용할 수 있고 거의 항상 열려 있는
이런 라운지가 내가 본 미국 대학에는 대체로 큰 건물 하나꼴로 있는 것 같았다. 하여튼, 미국에서
차 몰고 장거리 여행할 때 대학이 있는 소도시는 나는 될수록 들르고 싶어한다. 많이 좋아졌지만,
우리 대학생들이 강의 없는 시간에 책 읽거나 쉴 공간이 없는 게 참 안타까웠었다.
조그만 건물은 원래 예배당인데 지금은 결혼식장으로 주로 쓰이는 것 같다. 결혼식이 끝나고 주인공들이며
하객들이 정원에서 사진 찍고 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늘 모두 오십 명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가운데서 조금 오른 쪽으로 보이는 큰 참나무가 nothern red oak 인데 그 당당함이 멋져서 캠퍼스의 내가
좋아하는 나무 중의 하나다. 우리 집 뒤뜰에도 비슷한 참나무 한 그루를 심었었는데 결국 죽고 말았다.
여기선 나무 심는 데에도 누구나 다 알고 대체로 따르는 상식적인 가벼운 원칙이 있는 것 같다.
이상한 경우를 우리 나라에서 많이 본다. 예를 들면, 거의 예외 없이, 초중고 교사 건물 창 밖에는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주고 겨울에는 햇빛을 통과시켜줄 그늘나무(shade tree) 대신에 일이층 정도
높이의 사철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크게 자랄 나무들이 일이 미터 간격으로 빽빽히 심겨져 있는가
하면 나무 아래 나무가, 그러니까 이중으로, 심겨져 있는것도 자주 본다. 춘천의 도청 앞에 새로 만든
'길 옆 소공원'도 '역시나' 였다. 좀스럽고 조잡스럽다는 게 내 느낌이다.
기숙사 건물이다.
University Hall. 이 건물 초석이 정확히 표고 일 마일, 해발 1600 미터라고 들었다. 덴버대학을 굳이
Mile High University 라 안 부르는 것은 이미 덴버를 Mile High City 라 부르고 있어선지 모르겠다.
출처 : 콜로라도에서 - 2 : 덴버대학 여름 풍경글쓴이 : 노루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