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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불가마 속처럼 뜨거운 한여름에도
집 안은 서늘하다. 나무들 덕분이다.
뒤뜰을 내다보고 있으면 나무들에 가려
좀 떨어져 있는 이웃 집들이 거의 안 보인다.
한 쪽으로는 아예 나무들만 보인다.
공원 속에 있는 것 같다.
뒤뜰 한가운데에 꽃나무가 있다.
봄엔 봄꽃이 겨울엔 눈꽃이 핀다.
꽃나무거나 그늘나무거나
나무에 가린 집
나무 사이로 보이는 집
그런 집이 나는 좋다.
그런 집 창 밖으론 나무가 보인다.
나무에 머물다 가는 바람과 계절이 보인다.
하긴 여기 집들이 대체로 다 그렇다.
언덕에서 멀리 보이는 도시는 바다 같은 숲이다.
실은, 내가 좋아 하지 않는 집은 너무 큰 집이다.
한 가족이 사는, 호텔이나 학교처럼 너무 큰 집이다.
1. 테니스 코트 건너편 집들.
2. 어디 나들이 한번 하기가 쉽지 않으니 집에서 맨날 하늘이나 ....
늘 같은 곳을 봐도 하늘 그림이 계속 바뀌니 ....
3. 나무들 사이에 집들이 있다.
(조 아래 집은 너무 큰 것 같다. 그 동네 집들은 다 그렇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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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 of Troy 2011.08.16 17:06
이번에 다녀온 로키산맥의 크지않은 캐빈에서 10일을 지내면서
새삼 집이란 가족들이 편히 쉴수 있고 그리 크지 않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지요.
캐빈이 작으니 24시간 함께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수다떨고,
게임도 하고, 카드놀이도 하면서 지내다보니 정도 더 들고 참 좋았답니다.
그런데 커다란 집에 오니 다시 각각 자기방으로 들어가서
빕 먹을때나 다시 뭉치니
다음엔 집을 다시 줄여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제와 그제는 휘영청 뜬 보름달이 뜬 밤하늘이 참 보기 좋더군요.-
노루2011.08.17 00:00Douglas Leighton, 'The Canadian Rockies' 의 사진들에서는
Kananaskis Country 가 그렇게 인상적으로 기억되지 않았었는데,
다시 보니 Lawson Lake 사진이 빠져 있어서 그랬더군요. 좋은
가족휴가 보내셨네요.
집이 어지간히 커도 가족이 살다 보면 그 정도는 돼야 답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여기 집들은 커도 에너지 낭비가
별로 없고 집값도 한국 아파트에 비하면 싸잖아요. 그래도, 정말 너무 큰
집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 많지는 않은, 그런 문화가 더
좋다는 생각이네요.
Helen 님이 집 안에서 내다본 일출 사진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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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 2011.08.17 18:38
아름다운 곳에 사시는 노루님~
매일 매일 같은 하늘이 아니죠?
수채화로 그린다한들 저토록 아름다운 색깔이 나오려구요.
노루님은 시인이나 문필가 같으셔요.
[나무에 머물다 가는 바람과 계절이 보인다.]
나무에 가리운 집, 아름다운 생활이 영위될 제일 조건을 갖춘 집이지요.-
노루 2011.08.18 12:06자연 속에 살게 돼 있는 사람이 자연에 대해, 창세기에도 써 있듯,
"보기에 좋더라" 가 아니면 삶이 훨씬 힘들 것 같아요.
진화론적으로든 창조론적으로든, 그래서 우리가 자연을 아름답게
느끼게 된 게 아닌가 모르겠어요.
시골 마당에 가마니 깔고 누워서 보던, 별이 쏟아지는 밤 하늘은
이젠 쉽게 못 봐도, 하늘 만큼 언제나 쉽게 ....
흐린 날도, 눈 올 것 같은 날도, 아니, 그런 날은 더, 아름답고 감상적인
기분이 되니 ... 그런 면에서 날씨는 항상 좋은 것 같아요. -
eunbee 2011.08.19 00:26
교수님의 세상을 보시는 눈과 자연을 대하시는 마음을 배웁니다.
늘 고맙습니다. 존경하고요. -
노루 2011.08.19 03:55
무슨 말씀을요 ... eunbee 님은 글 쓰시는 거며 여러가지로 참 대단한
분이시라는 생각을 하지요. 좋게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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