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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v Hauge 의 시 "눈 내리는 저녁 가로등 아래 멈춰 서다"시 2020. 11. 11. 12:54
Olav Hauge" 의 시 "I Stop under a Lamppost on a Snowy
Evening" (Robert Hedin 영역)을 번역해봤다. 실시간에 통역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거의 단번에 번역했다. 더 시간을 쓸 생각이
없어서였다. (도서관 책에서 영역본을 베끼면서 혹시 첫 연의 한
단어를 잘못 쓴 건 아닌지 모르겠다.)
눈 내리는 저녁 가로등 아래 멈춰 서다 / 올라브 하우게
-- Ernst Orvil 을 위해서, 그의 80세 생일에
눈 내리는 저녁
그래도 저기
교차로에 홀로
흔들림 없이
빛 우산을 받고 선
가로등은 보인다.
읽어달라는
연애편지도
없는데
나는 걸음을 멈춘다,
이런 폭설에
가다 말고 서서
눈송이들이
밝은 광륜 속을
날아내리다가
소용돌이치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거나
가만히 내려앉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어색한 것 같다.
나를 에워싸고 이 밤
쉬지않고 눈이 내린다.
- Robert Hedin 의 영역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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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2020.11.12 00:19
시를 까다롭게 번역하려다 보면 한이 없다. 그래서
일단 실시간 통역하듯 해놓고 말이나 되게 한 번
고치는 식으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득 이 아침, 엊저녁에 올린 본역에서, '우산을 들고'가
아니라 '우산을 받고'가 맞겠다는 생각이 나서 고쳤다
(문맥상 '우산을 들고'가 '우산을 펴 들고'로 읽히겠지만).-
우산을 쓰고'
가 더 낫겠다고 내일 아님 한 달 후 문득 생각되실지도 모르겠어요.^^
번역, 특히 시 번역은 끝이 없는 것 맞아요.
저도 프로스트의 눈 오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중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부분에서 deep 을 '그윽하다' 로 바꾸고 나서 많이 기뻤어요. 깊다 대신에 그윽하다'를 생각해낸 것에요.
요즘엔 과연 그윽하다'가 맞을까 의심이 가기 시작했답니다.^^
시 번역은
역자가 시인의 감성에 가까이 가는 과정인 것 같지요.
토씨 하나에도 느낌과 뜻이 달라져요.^^ -
노루2020.11.13 01:31
영역본 원문은 "holding its umbrella / of light steady"
입니다. "흔들림 없이 / 빛 우산"이라고 한 걸 바꾸고
싶은데 마땅한 단어들이 생각이 안 나네요.
"깊다" 대신 "그윽하다"를 생각해내고 기뻐하신 게
잘 이해가 되지요. ㅎ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이런 구절을
번역하시면서는, 혹시, 이런 시를 왜 번역하나, 하는 생각은
안 드셨나 모르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원문이, "d-- and d--"의
음악성이며가, 그대로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
교포아줌마2020.11.13 15:15영역시를 보니 그렇게 번역하신 것이 이해가 갑니다.^^
한국시가 아닌 시들을
이젠 좀 편해진 영어로 된 미.영.시들이거나
영역된 시들을 보면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싶어서 번역을 해보게 되는 것 같은데요.
어떤 영시들은 아주 명료하게 다가와서 번역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기는 시들도 가끔 있어요.
뉴잉글랜드에서 살면서
한국에서와 달리
프로스트가 지나쳤을 눈 내리는 숲의 정경도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었을 때
외국시를 감상할 때 그 거리가 얼마나 먼가...
단어 대 단어로 설명이 안되는 행간의 의미들도
외국인들은 놓칠수도 있겠다 '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게 느껴지는 시는 자꾸 읽어보고
또 번역도 해 보구요.
dark and deep
노루님은 시의 음악성도 아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
노루2020.11.14 15:01제 경우에는 국어 공부 삼아 번역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문으로 읽는 걸 더 좋아할 독자들을 위해서
원문은 저작권 때문에 못 올리면 가능하면 'link'라도
시켜 놓으려고 하지요.
프로스트가 그랬지요? 정형시 아닌 시는 네트 없이
하는 테니스 같다고요. Louise Glück 의 "Red Poppy"
같은 시도 좋아하지만 프로스트의 단아한 시들에서
느껴지는 정형시의 묘미가 또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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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2020.11.15 23:45
빛우산 받고 서있는
가로등 등불아래
나를 에워싸고 이밤
쉬지않고 눈이 내린다
풍경이 그려집니다
마지막을 읽고나니
가로등 등불아래 겨울밤이
쓸쓸하고 고독이 밀려오는듯 합니다-
노루2020.11.16 01:51여름하늘님의 첫 네 줄은 그대로 멋진 시입니다!
하우게의 시와는 느낌도 또 다르고요.
따로 어디 인용하고 싶네요.
저도 이 시가 생각날 때면 그런 그림이 떠오르는 게
좋더군요. 어차피, 노르웨이 사람들이 원문으로 읽는
이 시의 맛을 내가 기대할 수는 없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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