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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짧은 시 "십일 월"시 2020. 12. 2. 04:09
이번 주 The New Yorker (잡지)에서 읽은 Serbian American
시인 Charles Simic 의 시 "November"를 번역해 본다. 이 시는
특히, 내가 내게 보여주는, 시의 한 '예'로 포스팅하는 거다.
뉴욕커에는 매번 두 편 정도의 시가 실린다. 이 시인은 1990년에
시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십일 월 / Charles Simic
어둡고 비 내리는 이 밤에
오히려 더 드러나는
모든 남자와 여자가 살아가면서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들.
-- The New Yorker, Nov. 30, 2020
(또는 조금 다르게:
모든 남자와 여자가
살면서 감당해야하는 슬픔과 시련
어둡고 비 내리는 이 밤에
오히려 더 잘 보이는.
)
▶ Discussing his creative process, Simic has said: “When you
start putting words on the page, an associative process takes
over. And, all of a sudden, there are surprises. All of a sudden
you say to yourself, ‘My God, how did this come into your
head? Why is this on the page?’ I just simply go where it takes
me.”
--- "Charles Simic," (Poetry Foundation 웹사이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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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아줌마2020.12.03 00:08
모든 남자들과 모든 여자들이
일생에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들이
더 뚜렷이 보이네
이 어둡고 비내리는 밤에.
* * *
저는 이렇게 번역을 해봤어요.^^*
십자가=고난, 형벌, 벌, 고된 짐, 죗가, 대속, 용서, 구원...
등 수 많은 의미가 떠 올라서요.-
노루2020.12.03 01:26
교아님 번역이 역시 부드러우네요.
교아님 처럼, "보이네"라든지, 문장이 되게
번역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요.
"이 어둡고 비 내리는 밤에"도
"어둡고 비 내리는 이 밤에"보다 더 좋고요.
(그런데 지금 보니 제 번역에, '밤'이라고
쓴 줄 알았는데 '저녁'으로 되어 있아서
고칩니다. ㅎ)
원문을 읽으셨군요. 그렇잖아도 짧은
원문이기도 하고 원하시는 분에겐 비밀 댓글로
보내드려도 괜찮겠더라고요. -
교포아줌마2020.12.05 20:40
시 번역은 정말 어려워요!!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구절은
자꾸 다듬게 되구요.
저는 시나 노래를 번역하고 나면
자꾸 아닌 것 같아 고치고 또 고치고요.
어떤 건 일년이 지난 후에 돌아보고 또 고치게 되는 수도 있어요.
노루님은 그 과정을 하나하나 즐기시지요?!^^* -
노루2020.12.06 01:04
지금 뉴욕커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원문을
읽을 수가 있네요. 그래서 Link 시켜 놓았습니다.
영어 원문의 뜻이 분명한데도 번역은 명쾌하게
안 될 때는 사실 답답하지요. 될수록 의역의 폭은
줄이고 싶고요. 글쎄요, 적당히 즐기다가 맙니다. ㅎ
"Even more visible' 이란 구절에서 저는 이 시의
묘미가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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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ia2020.12.05 21:55
저는 원문을 읽지 못했지만
처음 것보다는
조금 다르게의 표현이 더 마음에 듭니다 ㅎ-
노루2020.12.06 01:29
고맙습니다.
본문에서 'November'를 클릭하면 원문을 읽을 수
있도록 고쳤습니다. (전에는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뉴욕커의 내용도 온리인으로, 적어도 일부는, 볼 수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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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2020.12.08 04:42
나도 꼽사리 ^^
The crosses all men and women
Must carry through life
Even more visible
On this dark and rainy night.
모든 남성과 여성이
평생 지고 가야 할 십자가들은
이 어둡고 비오는 밤에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노루2020.12.08 06:27좋은데요.
이 시를 읽으면서,
"시란 정말 쓰기가 어려운 거구나" 할 사람도 많겠지만,
"나도 시를 쓸 수 있겠구나" 할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
여름하늘2020.12.08 15:58
노루님의 번역시
저도 아래 번역시가 좀더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모든 남자와 여자가
살면서 감당해야 하는 슬픔과 시련
어둡고 비 내리는 이 밤에
오히려 더 잘 보이는.
저는 '이밤에'가 '밤이면'으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노루2020.12.09 01:01
'어둡고 비 내리는 밤이면'도 좋으네요.
'어둡고 비 내리는 이런 밤이면'이 조금 더
현장감이 들라나요. ㅎ
'cross'가 '십자가'란 뜻도 또 거기서 나온 '슬픔'
같은 뜻도 있다 보니 선택해야 하는데 맨 위
번역에서 십자가를 택한 건 문득, 오래전 어느
비 내리는 밤 춘천 거리를 걸으면서 본 여기
저기의 붉은 십자가 불빛들이 떠올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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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 뭉게구름2020.12.10 23:53
결국 인생은 각자가 지고갈 십자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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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2020.12.11 01:06
그런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겠지요.
오히려 삶을 등산에 비길 수도 있겠지요,
힘들지만 즐거움이 더 많은, 그래서 오르는,
그리고 원하지 않으면 그만 갈 수도 있는. ㅎ
저 시인은 어렸을 때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가족이 이리 저리로,
어떤 때는 비 내리는 밤 숲 속을 통과해서, 피난
다니고 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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