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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이 야생정원으로 바뀌었다짧은 글 2022. 8. 24. 09:42
그런데 요즘은 잔디밭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짧게 깎은 풀밭 여기저기엔 낮은 해바라기들,
샛노랗게 밝은 꽃들이 생글거리고 있고,
이름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작은 흰꽃들이 크고
작게 무리져 여기저기 보인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가동 안 해도 저리 푸르니 들리느니 생명의 찬가다.
Manual-잔디깎기기계로 풀밭을 깎다 보면 보이지 않는
작은 날벌레들이 무수히 내 얼굴에 까지 날아오른다.
그래선지 뒤뜰엔 전보다 새들이 많다.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새들이 스무 마리도 더 되는 것 같다. 갈색의 이 새들
중에 밝은 노란색 머리 새가 한 마리 보인다고 큰딸이 그런다.
창밖 저만큼 멀리서도 작은 새 두 마리가 해바라기
한 포기의 줄기와 꽃을 타고 앉은 게 보인다.
해바라기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휘는 것이 즐거움이다.
Manual-잔디깎기기계로 바꾼 건 참 잘한 거였다.
기름을 안 쓰고 전혀 말썽을 안 부리고, 달달,
사각사각, 풀 깎을 때의 그 소리도 내겐 음악이다.
토끼들도 완전히 저들만의 뜰인 듯
아무 때고 풀을 뜯기도 하고 늘어져 낮잠 자는 걸
보느라면 그 평화 속에 나는 그냥 들어가 있다.
사방으로 놓인 토끼 다리가 푹 늘어진 토끼 가죽으로
납작하게 덮여 있는 걸 처음 봤을 때 나는
기이한 모양으로 죽어 있는 토끼를 본 줄 알았다.
죽은 상태처럼 아무 근심걱정 없는 상태가 또 있을라구.
토끼들이 두 마리씩 장난치며 노는 걸 자주 본다.
한참을 가만히 마주 보고 있다가, 둘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며 앞으로, 뒤로, 그러다 또 좀 멀리로 폴짝
뛰어가선 또 꼼짝 않고 마주 보고 있다.
"Don't worry, be happy!" 웃으며, 입버릇처럼
자주 내게 말하던, 워싱턴 공원 테니스 코트의
멕시코계 완이 생각난다. 그 웃음을 떠올리며 나도
어떤 땐 중얼거린다, "Don't worry, be happy!"
뒤뜰 샛노란 해바라기꽃들은
언제 봐도 밝고 명랑하다.
볼 때마다 내 마음이 그 꽃빛으로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