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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맛 3
    이런저런 2012. 2. 4. 08:17

     

    하이디

     

    처음으로 읽은 소설책이 <알프스의 소녀>였다. 글을 막 읽을 수 있게 된 때였을 거다.

    일리노이주에 있던 1980년이나 그 이듬해에 영어판 <Heidi>를 읽게 됐다. (그 책은

    지금도 갖고 있다. 영어판이 재미도 더하고 해서, 한때 학생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빵과 치즈가 통상의 내 점심 메뉴가 된 게 바로 그때부터다. 알프스 초원에서 하이디와

    클라라가 늘 빵과 치즈로 점심을 먹는 걸 읽고나서다. (춘천에 있을 때는 점심을 물론

    주로 구내식당에서 먹었지만 그때도 밥은 조금 먹고 연구실에 와서 빵과 치즈를 먹곤

    했었다.)

     

    그러고 보니, 책 사랑이나 '빵과 치즈'를 좋아하게 된 거나 다 그 시작이 <하이이>다.

     

    내용은 다 잊고 다만, 주인공의 주식이 빵과 포도주였다고, 그것도 빵을 늘 포도주에

    적셔 먹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책 'Bread and Wine'을 읽은 것도 그 무렵이다.

    이테리의 '밥과 김치'가 ''빵과 포도주'구나, 하면서 단순한 식사의 어떤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처음엔 그냥 흰 빵에 미국 콜비 치즈였다가, 82년엔가 전밀(wholewheat) 빵과 스위스

    그르이에(gruyere) 치즈로 바뀌었다. 요새도 여전히 그르이에 치즈다.

     

    치즈는 정말 먹기나 갖고 다니기나 간편해서 좋다. 빵과 치즈만 있으면 갑자기 저녁

    준비 안해도 되고 길 나섰다가 음식점 못 찾아도 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일박 이상

    해야 하는 산행이나 여행에 나설 때는 치즈를 갖고 가곤 했다.

     

    피렌체의 그 유명한 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보러 갈 때도 점심으로 빵과

    치즈를 사서 먹으며 걸었던 생각이 난다. 참, 스위스에서도 융프라가 올려다 보이는

    산비탈 초원에서 빵과 치즈로 점심을 먹었었다. 아내와 2001년 여름에 유럽에 갔을 때다.

     

    생각하기에 따라 그렇게 된 건지, 원래 느끼한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기름(fat)이 나쁘다고 해서 기름 뺀 fat-free 우유로 바꿨을 때도 금방 그 싸한

    맛이 좋아져서, 맛 때문에도 일반 우유는 피하게 됐다. 그런데, 아내는 여전히 fat-free

    우유를 마시지만, 나는 언제부턴가는 우유를 안 마시는데, 유제품은 치즈로 층분하다는

    생각에서다. 치즈도 최소한으로만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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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라, 커피, 맥주

     

    생각(뇌)과 입맛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커피보다 차(tea)가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차를 주로 마시면서 점점 커피는 맛없어 하게 된 것 같은 사람을 내 주위에서 가끔 본다.

     

    일리노이주에 있을 때 여름 밤에 10시까지 (한인) 친구들과 테니스 치고 나서 맥주집에

    가면 먼저 500cc 얼음콜라부터 한 잔 하고서 맥주를 마시곤 했던 게 기억난다. 콜라의

    쏘는 맛은 맥주의 그것과는 또 달라서 였다. 그랬는데, 콜라가, 그 당분이, 몸에 별로

    좋을 것 없다는 생각과 함께 슬슬 싫어지더니, 안 마시고 싶고 안 마신 게 25년은 된 것

    같다. 그냥 '내 생각과 입맛' 이야기지, 콜라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춘천에 있을 때는 특히나 낮에는 커피, 밤에는 맥주였다. 커피가 나쁘다는 말이 많았을

    땐데 하루 여섯 잔까진 괜찮다고 하면서 늘 커피 잔을 들고 다니던 미국인 교수가 있었다.

    커피는 대체로 그 정도로 마시는데, 몇 번인가 대신에 차를 좀 많이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다 말았다. 풀 냄새가 싫어서다.

     

    일리노이 대학 근처 레스토랑에서 학과 비서로 보이는 여인들이 점심 시간에 맥주를

    미시는 걸 보고 나도 종종 그러기를 좋아하게 된 게 생각난다. 그러다가 한국에 나가서,

    끓이지 않은 물은 마시지 말라고 들은 바도 있고, 어디 음식점에 가면 물 대신 '한국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 내가 부르곤 했던 맥주를 마시다 보니, 맥주를, 특히 생맥주를

    좋아하고 자주 마시게 됐다.

     

    내 생각에는, 한국의 하이트 맥주가 여기 미국의 일반 맥주보다 질이 좋다. 참, 태평양

    상공을 나는 싱가폴 항공 비행기 안에서 식사 시간 외에도 '타이거' 맥주를 달래서

    마시곤 하던 생각도 난다.

     

    몸에 나쁘다고들 하는 것들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맛없어지고 싫어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꼭 몸에 좋은 것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거나 '다 나쁘거나 다 좋은 음식은

    없다' 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은 어쨌든 계속 즐기는 것 같다.

     

    어쨌든 맥주는 좀 덜 마시려고 한다. 가장 최근에 들은 어느 의사의 말대로라면, 술은

    나이 들어서도 하루 한두 잔은 오히려 좋다고 한다.

     

     

    외식

     

    우리만의 외식인 경우 대개 세 레스토랑을 생각한다. 특별한 손님과는 으레 가곤

    하는 <Susi Den>에서는 나는 늘 사시미 디너나 런치를, 아내를 위해서는 요즘은

    오리우동을 시킨다. 나중에 가지, 하면서 자주 안 가게 되는 아주 분위기 있는

    일식집이다.

     

    집에서 가깝고 자주 가는 레스토랑 <Elephant>에서는 'Braised Lamb Shank'

    (양 종아리 찜?)와 아내를 위한 연어구이가 단골 메뉴다 양 종이리 찜은 값도 싸다

    (종아리 하나는 10불, 둘은 15불). 이 두 레스토랑이, 춘천에도 이런 음식점이

    있었으면 했던 곳들이다. 

     

    맛있는 맥주 때문에 가는, <Elephant>에서 아주 가까운, 소규모 맥주 양조장

    micro-brewery 이면서 스포츠 바 레스토랑인 <CB & Potts>에서는 '쓰고 강하고

    검은' 맥주 'Big Red' 와 나초 또는 'American Burger', 그리고 아내를 위해서

    연어구이를 시키곤 한다. 맥주는 <CB & Potts>가 맛있고 싸고, 식사는 <Elephant>가

    낫고, 결정은 대체로 레스토랑 거의 다 가서야 한다.

     

    맛있는 것, 맛있었던 것

     

    그런게 한두 가지랴. 춘천 <파도 횟집>의 가자미 식해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예전에

    한국에서 그리고 일리노이대학 근처 중국집 '옌칭'에서 먹었던 짬뽕은 정말 맛있었다.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에 먹어본 한국이나 여기 미국 한국 식당의 짬뽕은 하나 같이

    맛이 없었다. 중국 향료를 안 쓴, 미원 국물 탓일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자정이 지나서나 먹게 되곤 했던 한국의 잔치국수도 언제나 맛있다. 여기 이 동네 한국

    식당에 잔치국수 먹으러 갔다가 이상한 국수를 먹고 왔다. '멸치 국물'이라고 써 있어서

    시켰는데, 아내에게 시켜준 해물국수와 같은 국물이었다. (우리가 두 번째쯤 손님이라

    그렇게 됐을까.)

     

    맛으로만 말하면, 여기 <CB & Potts> 의 'All American Burger'도 참 맛있다. 그리고

    무의도 호룡곡산 산행 후 바닷가 음식점에서 산친구들과 함께 먹은 조개구이, ....

     

    누구나, 잠 안오는 밤에, 맛있었던 것들 하나씩 생각해 보기 시작하면, 채 끝나기 전에

    꿈나라 가지 않을까. 아니, 꿈 속으로 이어질려나. 아니면, 한밤중에 일어나서 동치미

    국수 말아 먹고 앉아 있을 사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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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이河河2012.02.04 21:01 

      노루님 글을 저녁먹고 난 다음 읽었으니 다행입니다 ....ㅎㅎㅎ
      먹는걸 즐겨 하긴 하는데..뭐가 맞아야 되는 까탈스런 성격이라 ...
      배고프지 않아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라 이왕이면 입맛에 맞는걸 찾자 라는 주장입니다^^
      즐거움과 함께 궁합을 따져 먹고 ....ㅎ
      음식이야기 잼나네요
      낼은 나물볶아 오곡밥에 일찍먹고 보름달 맞이 하려고 합니다
      오늘밤은 먹는거 생각하다 잠 청해봐야겠어요

      • 노루2012.02.05 00:56

        별써 정월 대보름이네요. 여긴 그저께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아직도 아주 조금씩 천천히 내리고 있는데 오늘 멎을 거라니 내일은
        달 볼 수 있겠지요. 수퍼볼 게임에 정신 팔려서 놓칠지도 모르겠지만요.

        소연님의 홍합 얘기 '잼나게' -- 이제 이런 단어는 사전에도 당연히
        올려야 한다는 생각 -- 읽은 생각나요. 해산물이 맛있는데다가,
        한국에선 쉽게 여럿이 바닷가에 함께 가서 먹을 수도 있으니 참 좋아요.

        인천 앞 바다 무의도의 호룡곡산 등산 후 바닷가 어느 조개구이집을
        우리 일행이 꽉 채우고 앉아 먹던 조개구이 생각도 나서 그때 사진 한 장
        덧붙였네요.

    • jamie2012.02.05 01:56 

      저는 어려서부터 냉면을 아주 아주 좋아했는데,
      몇 년 전부터, 그 입맛이 바뀌었어요. 이상하게도요.
      비빔밥, 볶음밥도 덜 좋아하구요. 아마 소화에 지장이 있어
      입맛도 함께 변한 것 같아요. 여전히 좋아하는 것은 사시미.
      올리신 조개 사진을 보니, 싱싱한 체리스토운 조개,
      칵테일 소스에 찍어먹으면 좋겠다...입맛 돋구네요.

      • 노루2012.02.05 03:36

        저도 냉면은 별미다 싶어서 이 동네 와서 한국 식당에 두 번쯤
        (그러니까 10년에 한번이네) 먹으러 갔는데, 미원 국물이었는지
        포장육수 국물이었는지 별 맛이 없고 뒷 맛만 들큼해서, 그것으로
        끝이네요.

        사시미야 말로 담백한 맛에다, 먹고나면 좋은 것 먹은 것 같고
        배부른 느낌은 없고 ... 일식집에 가보면 카운터에 혼자 와서
        스시나 사시미 먹고 있는 젊은 미국인들이 많지요?

    • 안나2012.02.07 16:42 

      저는 언젠가부터 나물이나 회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어요.
      어릴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입맛이 변한거지요.
      고기도 늘 먹던것이었는데, 이제는 고기가 그다지 먹고싶지 않고...
      갈수록 입맛은 단순하고 욕심이 없어지는데...그래도 아직도 한국적인
      그런 분위기를 잊지 못해서 음식을 해먹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아직은, 밥상이 사랑의 표현이라는데 마음이 잡혀서는요~

      노루님의 입맛은 갈수록 수도자 같은 그런 간결함으로
      변하신거 같아요.
      그게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입맛과 나이의 변화같기도 합니다.

      노루2012.02.08 01:27
      ㅎ ㅎ 수도자 ... 춘천에서 주말 저녁에 연구실에서 혼자 빵과
      그르이에 치즈와 하이트나 하이네켄 캔맥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는, 왕처럼 식사 하는 기분이곤 했는데 ...

      하나에 4불인 파인애플을 3개 사다가 창가에 놔두고 하나씩
      토막내서는 통에 넣어 냉장고에 두고 꺼내 먹는데, 창 밖에
      눈 오는 걸 보면서 먹는, 차고 단 파인애플 맛이 아주 괜찮네요.
    • 헬렌2012.02.09 03:22 신고

      자정이 지나서야 먹게 되는 잔치국수... 상상이 되요. 어렸을 때는 겨울밤에 이것저것 야참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때 맛이 기억이 나요. 고구마, 김치말이 국수, 동치미 국수, 얼음 동동 식혜..정말 밤 새야 겠죠?ㅎ
      먹을거에 억매이지 않으면 살아가는데 헐씬 자유로울 것 같아요.
      저흰 영국에 와서 다양한 맥주의 맛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쓰고 강하고 검은 맥주'를 마시면 풍미가 아주 좋아요ㅎㅎ

      • 노루2012.02.10 01:54

        사실 집에서 잔치국수 먹은 적은 기억 안 나구요, 춘천에서 새벽 세시경
        4차쯤으로 .... ㅎ ㅎ

        춘천에 있을 땐 평소, 집보다 더 집 음식 같고 맛에서도 다양성에서도
        집에서는 그만큼 못한다고들 다들 말하던 구내식당에서 보통은 식사를
        했는데, 그러면서 든 생각이. 그런 구내식당이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 하나
        있으면 일반 가정에서는 식사 준비로무터 자유로워져 시간과 마음의
        여유로 헬스센타에나 다니면 좋겠구나.

        집에서 단골로 마시는 맥주가 Irish 맥주 Guinness Extra Stout (6-pack 에
        세금 포함 8불)입니다, 쓰고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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