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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벽 중간에서
    짧은 글 2011. 1. 22. 13:26

     

    암벽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오르는 수밖에 없다.

     

    혼자 맨손바위타기*

    두 번이나 죽을 뻔했었지.

     

    파르르 손끝에 온 힘이 실려

    기적처럼 턱바위를 넘었었지.

     

    이젠

     

    떨어지면 그냥

    허공 한번 날아보는 거다.

     

    오르는 수밖에 없다.

     

    한 손.

    한 발.

     

     

    * bouldering.

     

     

     

     

     

    관악산. 5/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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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nbee 2011.01.24 06:08

      허공 한 번 날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세월에 서 있는 것도
      그리 나쁘거나 두렵거나 망설여지는 일 만은 아니겠죠?

      교수님의 철학이 읽어지는 글을 반갑게 뵙고,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항상 오늘들처럼 암벽 중간에 서 있게 되시길 바랍니다.

       

      • 노루 2011.01.24 09:40

        eunbee 님 반가워요. 좋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사실은, 전망바위 위에 서서
        조망을 즐기는 걸 참 좋아하는데 ....

    • 요산 2011.01.24 18:49

      나같이 비루하고 겁 많은 놈은 이렇게 썼을 텐데...

      암벽 중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오르면서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파르르 손끝에 힘이 빠져
      기적처럼 턱바위를 잡고 매달렸다.

      한번 더
      죽을 고비를 맞으면
      기적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한 손.
      한 발.

      노루님은 예나 지금이나 진정한 산악인이십니다.

       

      • 노루 2011.01.25 03:01


        어찌 어찌 간신히 오른, 오르고 보니 밑이 까마득한, 암벽 중간에서
        다시 내려갈 생각만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바위타기 도사!
        그런 걸 알면서도 오르는 건, rock climbing (장비 갖춘) 하는 막내딸
        말이, "Stupid!!."
        어쨌거나 난 지금, 겁 안 먹으려고 맘 다스리고 있는데 ....

        요산님 올해 한번 봐요.

         

    • Helen of Troy 2011.01.26 16:27

      안전한 산행을 마다하고
      아직도 Risk taking을 하시면서
      암벽을 타시는 용기와 걸단력이
      참 보기 좋습니다..

      • 노루 2011.01.27 02:28

        춘천의 동호인 산악회 산행에 함께 할 때는 산을 오르다 멋진 바위를 보면 늘,
        우회길로 돌아가지 않고 올라가 보고 싶곤 했지요. 단체 산행이라 거의 못
        그랬지만요. 바위타기래야 맨손으로 오를 만한 바위를 올라가 보는 거지요.
        장비를 쓰는 바위타기는 좋아하지도 않고요.

        지금도 산에 가면, 어렸을 적 (피난 가 살았던, 고향 같은) 부산의 천마산 비탈에서
        뛰놀던 (실제로, 오르내리 달음박질을 하곤 했지요) 그 버릇, 그 기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몸이 매여 있는 처지라 잠깐 나가서 테니스 치고 오는 것 밀고는
        밖엣 활동을 할 수가 없으니 ....
        사실은, 그래서 윗 글은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쓴 글이지요.

         

    • 루스모스 2011.02.24 08:39

      대문 사진 보며 어찌 저 큰 바위에 걸터 앉으셨습니까?-물었는데
      헐~ 어찌 저런 암벽에 서 계십니까!!!
      오르는 수 밖에 없는 저 암벽에 오르셔서는 내려 갈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 생각이 앞서며
      그저 대단하시다.. 그 말만 맴돕니다.
      제작년에 배우기 시작한 보드로 반드시 360' 회전을 이뤄내겠다 결의!!! 했었는데
      지난 주에도 실패하면서 보드 점프는 내 나이에는 무리야.. 그런 맘으로 돌아왔었습니다.
      그런데 내일은 왠지 꼭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음 주에라도..^^

       

      • 노루 2011.02.24 11:58

        산에 오르다가 맨손으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멋진 바위 보면 올라가 보고 싶어하는데
        일행이 있다 보니 보통은 폐가 될까봐 그냥 지나치곤 하지요.

        아니, 보드를 히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내일이든 모레든 360도 회전, 시간 문제네요.
        멋진 성공을 위해서!!

         

      • 루스모스 2011.02.25 14:29

        목요일은 저희 부부 동반 휴일인지라 어제도 눈 지치다 왔습니다.
        그리고 360'회전에 성공한 기록할 만한 날이 되었답니다.
        마음의 나이가 몸의 나이를 이겨 준 날이랄까요? ^^
        노루님 글 읽으며 두려움을 조금은 제어할 수 있었던 덕이 아닐까.. 그래서 꾸벅~ 감사드리러 왔네요!!!

         

      • 노루 2011.02.26 00:31

        축하합니다!!
        이젠 즐기시기만 하면 되네요.
        첫 성공 바로 직전 시도까지는 실패일 수밖에 없는데 지나 주는 바로 그거였군요.
        흔히들 말하는 "해보기(해내기) 전에는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이젠
        루스모스님의 예를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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