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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오르는 수밖에 없다.
혼자 맨손바위타기*
두 번이나 죽을 뻔했었지.
파르르 손끝에 온 힘이 실려
기적처럼 턱바위를 넘었었지.
이젠
떨어지면 그냥
허공 한번 날아보는 거다.
오르는 수밖에 없다.
한 손.
한 발.
* bouldering.
관악산. 5/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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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 2011.01.24 06:08
허공 한 번 날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세월에 서 있는 것도
그리 나쁘거나 두렵거나 망설여지는 일 만은 아니겠죠?
교수님의 철학이 읽어지는 글을 반갑게 뵙고,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항상 오늘들처럼 암벽 중간에 서 있게 되시길 바랍니다.-
노루 2011.01.24 09:40
eunbee 님 반가워요. 좋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사실은, 전망바위 위에 서서
조망을 즐기는 걸 참 좋아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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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2011.01.24 18:49
나같이 비루하고 겁 많은 놈은 이렇게 썼을 텐데...
암벽 중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오르면서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파르르 손끝에 힘이 빠져
기적처럼 턱바위를 잡고 매달렸다.
한번 더
죽을 고비를 맞으면
기적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한 손.
한 발.
노루님은 예나 지금이나 진정한 산악인이십니다.-
노루 2011.01.25 03:01
어찌 어찌 간신히 오른, 오르고 보니 밑이 까마득한, 암벽 중간에서
다시 내려갈 생각만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바위타기 도사!
그런 걸 알면서도 오르는 건, rock climbing (장비 갖춘) 하는 막내딸
말이, "Stupid!!."
어쨌거나 난 지금, 겁 안 먹으려고 맘 다스리고 있는데 ....
요산님 올해 한번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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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 of Troy 2011.01.26 16:27
안전한 산행을 마다하고
아직도 Risk taking을 하시면서
암벽을 타시는 용기와 걸단력이
참 보기 좋습니다..-
노루 2011.01.27 02:28
춘천의 동호인 산악회 산행에 함께 할 때는 산을 오르다 멋진 바위를 보면 늘,
우회길로 돌아가지 않고 올라가 보고 싶곤 했지요. 단체 산행이라 거의 못
그랬지만요. 바위타기래야 맨손으로 오를 만한 바위를 올라가 보는 거지요.
장비를 쓰는 바위타기는 좋아하지도 않고요.
지금도 산에 가면, 어렸을 적 (피난 가 살았던, 고향 같은) 부산의 천마산 비탈에서
뛰놀던 (실제로, 오르내리 달음박질을 하곤 했지요) 그 버릇, 그 기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몸이 매여 있는 처지라 잠깐 나가서 테니스 치고 오는 것 밀고는
밖엣 활동을 할 수가 없으니 ....
사실은, 그래서 윗 글은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쓴 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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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모스 2011.02.24 08:39
대문 사진 보며 어찌 저 큰 바위에 걸터 앉으셨습니까?-물었는데
헐~ 어찌 저런 암벽에 서 계십니까!!!
오르는 수 밖에 없는 저 암벽에 오르셔서는 내려 갈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 생각이 앞서며
그저 대단하시다.. 그 말만 맴돕니다.
제작년에 배우기 시작한 보드로 반드시 360' 회전을 이뤄내겠다 결의!!! 했었는데
지난 주에도 실패하면서 보드 점프는 내 나이에는 무리야.. 그런 맘으로 돌아왔었습니다.
그런데 내일은 왠지 꼭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음 주에라도..^^-
노루 2011.02.24 11:58
산에 오르다가 맨손으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멋진 바위 보면 올라가 보고 싶어하는데
일행이 있다 보니 보통은 폐가 될까봐 그냥 지나치곤 하지요.
아니, 보드를 히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내일이든 모레든 360도 회전, 시간 문제네요.
멋진 성공을 위해서!! -
루스모스 2011.02.25 14:29
목요일은 저희 부부 동반 휴일인지라 어제도 눈 지치다 왔습니다.
그리고 360'회전에 성공한 기록할 만한 날이 되었답니다.
마음의 나이가 몸의 나이를 이겨 준 날이랄까요? ^^
노루님 글 읽으며 두려움을 조금은 제어할 수 있었던 덕이 아닐까.. 그래서 꾸벅~ 감사드리러 왔네요!!! -
노루 2011.02.26 00:31
축하합니다!!
이젠 즐기시기만 하면 되네요.
첫 성공 바로 직전 시도까지는 실패일 수밖에 없는데 지나 주는 바로 그거였군요.
흔히들 말하는 "해보기(해내기) 전에는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이젠
루스모스님의 예를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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