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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집, 최승자 시집을 읽고서시 2017. 11. 26. 14:49
읽을 거리 떨어질까 걱정하면서도
PC 사용하러 도서관에 드나들면서도
도서관 책 빌려볼 생각이 든 건 한 주쯤 전,
가볍게 읽기에 좋은 '현대문학,' 최근 거는
대출이 안 될 터라, 서너 달 전 호를 빌리렸더니
정기간행물은 다 안 된다고, "또 한국식,"
혼잣말하고, 결국 빌려 읽은 책은
황동규 시집 "사는 기쁨" (2013),
최승자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 (2016).
또 각각, 물론 내가 아무렇게나 찍은 게 아닌,
두세 구절이나 옮겨 놓는다.
과장 없이 무엇인가 주고 받으니 그냥 좋은 거다.
지금은 속없이 소금 냄새만 풍기는 너른 들판과
오랫 동안 계속 입김 불어내 가벼워진 시인들의 지금이
그냥 어울리는 거다.
-- 황동규, "버려진 소금밭에서"
번번이 벽에 부딪쳐 열 번 넘게 쓰다 던져두었던
두 달 씨름해온 미완성 시가 형광등 빛을 띠고 있다
-- 황동규, "뒷북"에서
하루 묵혀
이틀 묵혀
오늘 밤에는
군밤이 잘도 익는구나
-- 최승자, "군밤" 전문
이런 꿈결 저런 꿈결
이성적 꿈결 정서적 꿈결
지상적 꿈경 천상적 꿈결
쉬임 없이 꿈들이 흘러간다
하늘 구름들이 흘러가듯
-- 최승자, "꿈결"에서
"한 판 넋두리를 쏟아놓은 기분이다,"
최승자 시집의 "시인의 말" 전문이다. 내게도 이 시집은
대체로 그리 읽혔다. 아무러나, 바로 위에 인용한 구절을
읽으면서는 금방 내게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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