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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노시인의 시집을 읽고서 드는 시에 대한 어떤 생각
    2017. 11. 9. 15:14


    노년의 종교인에게서 보이는 그의 종교,

    노시인의 시에서 보이는 그의 시,

    노인에게서 보이는 아이,

    때론 그런 게 눈에 띈다.


    원로 시인들이 노년에 낸 시집

    정현종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 (2015),

    마종기 시집 "하늘의 맨살" (2011),

    김광규 시집 "하루 또 하루" (2011)를

    읽고나서 드는 어떤 생각, 그냥

    시집마다에서 두 구절씩 메모하고 말자.


    시간은 항상

    그늘이 깊다


    -- 정현종, "시간의 그늘" 에서.


    진짜에 이르기 어려워

    그건 정말 어려워


    -- 정현종, (시집 맨 앞의 시) "이 느림은"에서.


    나도 안락한 삶을 살고 싶었다

    비 오는 날에는 하늘이 녹아

    지평선의 살결을 지워버린다

    가지 않는 시간이 소문에 젖는다


    -- 마종기, "지평선, 내 종점" 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몰골로나마 계속 시를 써올 수

    있었던 것은 복이 아닌가 싶다


    -- 마종기, (시집 서두) "시인의 말" 에서.


    창밖으로 백련산 검푸른

    숲 보인다

    하늘과 닿은 밋밋한 산등성이

    나뭇가지들 바람에 손짓한다 


    -- 김광규, "고요의 모습" 에서.


    대략 2007년부터 4년 가까이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 김광규, (시집 서두) "시인의 말"에서.



    읽을 거리 즐길 거리가 넘치는데, 웬만한

    시집이라고 다 읽어볼 만하지는 않다.

    그런데 김광규 시인의 최근 시집들은,

    읽어보니, 언제라도 읽어볼 만하다.

    저 시집에는 홍제천, 백련산, 고은산이 나온다

    이를테면, 시 '이른모에게"서도.



    이른모에게 / 김광규



    홍제천 인공 폭포 아래서

    꼭 끼는 청바지 입고 야구 캡 쓴

    소녀가 갓난아기에게

    젖 물리고 앉았다

    거세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소녀야

    너무 일찍 젖어버렸구나

    (....)

    지금은 비록 열대야에 잠 못 이루지만

    일직 심은 모에서

    올벼를 거두리니 어린 엄마야

    남들이 겨울을 두려워하기 전에

    한가을 이미 너의 것

    모유로 건강한 아기 키우며

    부디 보람찬 여름 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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