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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말"과 조병화의 "나귀의 눈물"시 2018. 1. 28. 15:57
말 / 정지용
말아, 다락같은 말아,
너는 점잔도 하다마는
너는 웨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 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이 말은 누가 난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나귀의 눈물 / 조병화
나귀가 우는걸 본일이 있나요
안으로 안으로 소리 죽이며
보이지 않는 눈물로
신세처럼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짐을 나르고 허드레를 나르고
가난한 주인을 나르고
하라는 대로 하며 순순히
시키는 일 다해가며
주는대로 먹으며
허기져도 허기지다 말 한 마디 못하고
그저 온종일 일을 마치곤
허름한 외양간에서 ,혼자
글성글성 잠이 드는
나귀
별이 돌고 해와 달이 도는
무궁한 천체 속에서
먼지와 같이 떠도는 이 지구 지구위에
눈물이 없는 생체가 어디 있겠소마는
둥글둥글 눈알에 가득히 온 하늘을 비치며
별과 달과 해를 굴리며
인간의 눈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운명처럼 우는 나귀
나귀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깊이
스스로를 감추고
체념처럼 우는 걸 본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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