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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 등산중이다
정상이 멀지 않다
아까는 요 아래서
뇌과학자 서넛을 만났다
마음이 뇌의 작품이라고들 말하고 있었다
곁에서 경청하면서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들어볼 만하게 반론하는 리버럴 크리스챤 작가
마릴린 로빈슨도 만났다
아, 저건,
"목사님께:"로 시작하는
세계관은 다르지만 생태계 보호에는
우리 같이 힘쓰자 호소하는 열정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편지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모든 곳이지
위에는 하늘
모든 곳이지**
이제 조기 환한 능선길로 올라서면
푸른 하늘 누굴 또 만나고
어떤 새로움으로 홀로 기쁨에 젖을지
상기된 걸음으로
지금 나는 등산 중
오르다가 내가 아주 멈춰 서는 그때
바로 거기가 하늘에 닿은 꼭대기인
나의 산
나만의 산을
* "The Best American Essays 2007"에서 Edward Wilson, "Apocalypse Now"를 읽고서.
** 정현종의 시 "산길에서" 로부터의 네 줄 (각각 두 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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