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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Wilson 의 시 "뒤뜰에서 황혼 녘에"시 2021. 2. 1. 03:46
Keith Wilson 의 시 "Dusk in My Backyard"를 번역해본다.
이 시도 Anna Swir 의 "Poetry Reading" (지난 주 포스팅)이나
마찬가지로 Czeslaw Milosz 의 시선집 "A Book of Luminous
Things: An International Anthlogy of Poetry"에서 읽었다.
언젠가 나도 어둑어둑해진 뒤뜰에서 저만치에 불 밝힌 우리 집
창문을 들여다 보면서 조금은 묘한 기분이 들어서 '짧은 글'로
적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형태의 글쓰기를
선호하는 간단한 이유 하나는, 이 시 마지막 줄의 "집 안에는
포도주, 웃음"처럼 문장이나 글을 얼버무려도 되는 게 편해서다.)
뒤뜰에서 황혼 녘에 / Keith Wilson
긴 밤 어둠이
벽을 덮기 시작한다:
안에서는 딸 아이가
촛불을 켠다.
여기서도 나는 불빛 앞에
딸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밝게 빛나는 얼굴을 볼 수 있다.
거의 들어갈 시간이다.
이제 바람은 더 차고,
떨어진 피칸들이 달가닥대며 굴러내린다 --
우리 집 양철 지붕
백금빛으로 쏟아지는 이른 달빛.
개들이 짖고, 집 안에는 포도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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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ia2021.02.01 15:14
여기서도 나는 불빛 앞에
딸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밝게 빛나는 얼굴을 볼 수 있다.
집안에는 포도주, 웃음.
딸을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보입니다.-
노루2021.02.02 01:47
시 번역이나 번역시 읽기에서의 가장 큰,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은 원문의 '소리'가 만드는
음악성을 살리거나 즐길 수 없는 것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첫 연 마지막 두 줄의 원문을봐도요:
"inside a candle is lighted
by one of my daughters."
뜻에서도, '딸들 중에 한 딸'이 더 맞고 원문에서는
그게 리듬을 살리기도 하는데 번역에서는 차라리
모호한 쪽을 택하게 되네요.
촛불에 비친 얼굴이 딸이라 더 아름답게 보였겠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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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2021.02.01 22:54
참으로 공감이 가는 시 입니다.
예전 언제적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도 한번쯤 멀리서 창을 통해 집안을 응시하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 오릅니다.
아주 짧은 순간 이었지요
그리고
이 시에서 있었듯이
양철지붕 아래, 강아지 소리, 포도주 잔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행복한 웃음소리
그 속으로 합류하여 안도감이 느껴지는...
공감이 가는군요-
노루2021.02.02 02:23
그렇지요? 언젠가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지요?
산문으로 쓰는 수필에서는 그러기 어렵겠지만 앞뒤
이야기는 다 생략하고, 그때 그 정경과 느낌만 간단히
몇 줄로 써 놓으셨으면, 또는 지금 현재형으로 쓰신다면,
그건, Wilson 의 시와는 느낌이 비숫하거나 아주 다를 수도
있는, 여름하늘님의 멋진 시겠네요.
불켜진 방안에사 뭔가 하느라 왔다갔다 하는 딸이나
아내나 남편을 창밖에서 보는 느낌은, 남편이 역에서
걸어나오는 걸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문득,
시바타 도요의 시 "추억 2"가 생각나서요.
('추억 2'는 blog.daum.net/dslee/1226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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