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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르츠하우스에서 - 3
    이런저런 2007. 4. 21. 07:29

    생맥주가 너무 밋밋하고 싱거운 적이 있다.
    어제도 그제도 그렇더니 오늘도 그렇다.
    조용하고 한적하면서도 시원스레 창 밖 큰길 내다볼 수 있어서
    모처럼 <브라질>에서 생맥주 한잔 하다 보니 그게 아니다. 싱거워서 안 되겠다.
    딱 한잔으로 나와서 <비르츠하우스>로 왔다.

    벨지움 맥주 Leffe 한 병에 노가리 안주를 시킨다.
    늘 잘 해주는 여사장이 (젊은 부부가 사장이다) 노가리 안주에 한치를
    얹어 준다. Leffe 는 진한, 구수한 맛이 좋다.

    바쁜, 젊은 사람이나, 다이어트 하는 여성에게나, 맥주집 가자기 어려워
    언제나처럼 혼자 카운터에 앉아 마시고 있지만, 오늘은 아까 누구에게
    전화했을 걸 그랬나 보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흑맥주는 St. Pauli Girl 독일 맥주, 역시 독일 맥주인
    Becks 흑맥주는 지린 맛이 있어서 덜 좋아 했고 아일랜드 흑맥주 Guiness는
    정말 흑맥주다운 흑맥주지만 너무 비싸서 (우리 나라 맥주집에선 350cc
    한 병에 10000원 ~ 12000원) 좋아하기에는 좀 그렇고 사실 시원한 맛이 없다.
    네델란드 맥주 Heineken 이 미국에 있을 때는 집에서 가장 자주 마시는
    맥주인데, 여태껏 흑맥주 생각은 못 했고 오늘 처음 여기 <비르츠하우스>에서
    본다. 하긴 독일 생맥주 Schmucker도 이 집에서 처음 마셔 봤다.

    반도 넘게 남은 팝콘을 막 새로 튀긴 새 팝콘으로 바꿔 준다.
    하이네켄 흑맥주 한 병을 시킨다.
    안에는 손님으로 꽉 차고 바깥 덱(deck)에도 빈 테이블이 몇 안 된다.
    내가 앉은 카운터에서는 바로 바깥 테이블에 젊은 남녀 넷이 3000cc를
    가운데 두고 남남여여로 앉아 있는 게 보인다.

    봄비가 내리다 멎은 이런 밤에는
    혼자도 좋지만, 그래도 아까 전화를 했어야 했나 싶다.

    우선 마시고 봐야겠다.
    흑맥주는 시원한 맛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괜찮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번 버지니아공대에서 생긴 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역시 놀랠(?) 만큼 대체로 일률적이고 답답했다. 우리 나라 답답한 나라.
    ("우리 나라" 가 아니고 "우리나라' 가 맞는 맞춤법인 나라.)

    그래도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내게 총 쏠 사람 걱정 안 해도 되니 사실
    좋은 나라다. 하긴 미국은, Susan Sontag 같은 사람이, 우리 나라의 이문열
    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이, "America was founded on a genocide"
    (미국은 종족 멸종 위에 세워진 나라다) 라고, 몇몇 명사들에게 주어진
    미국에 대한 질문서에 편하게(?) 답할 수 있는 나라다. 글 참 잘 쓰는
    가수/화가 조영남씨가 일본에 대해 좋게 썼다고 해서 당했던 일이 생각난다.

     

    (4/20/07 금요일 밤 비르츠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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