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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Louise Glück: Poems 1962 - 2012"
    2021. 9. 1. 04:45

     

     

              in such a world, to scorn

              priviledge, to love

              reason and justice, always

              to speak the truth .....

     

              which has been

              the salvation of our people

              since to speak the truth gives

              the illusion of freedom.

     

              --- Louise Glück, "Legend"의 마지막 부분.

     

     

     

    뉴욕타임즈의 By The Book (독서에 관한 작가 인터뷰) 칼럼에서

    영화평론가/수필가/소덜가/시인 Phillip Lopate 가 가장 최근에 읽은

    'great book'이 Louise Glück  의 이 시집이라고 한 것을 읽고서,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몇 편의 시를 읽고 반납했던 이 책을 다시 빌려다

    읽었다. great book 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맛보려면 600쪽이 넘는

    이 시집을 느긋이 다 읽어볼 생각으로 읽었어야 했다 싶어서였다.

     

    이번엔 몇 편만 빼고 다 읽었다. 그러니까, 시집 거의 전체를 재밌게

    읽은 거였다. 뒷부분의, "A Village Life" (2009)에 실렸던, 시들을

    읽으면서는, 잘 쓴 시는 에세이로는 닿을 수 없는 그 경계 너머에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같은 내용의 훨씬 짧은, 그러면서 더

    섬세한 표현은 쓰는 이나 읽는 이의 기쁨이다.

     

    재밌게 읽을 수 없는 시집도 많다. 이승하 시인은 "현대시학" 2020년

    여름 호에 실린 글 "지금 세상의 좋은 시는? 좋은 문에지는?"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시집 한 권에 대체로 50 ~ 70편의 시가 실리는데 그중에 대여섯 편

    정도는 찌르르 가슴을 울리는 것이 있어야 시집 독서에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몇 차례 통독을 했는데도 마음에 드는 시는커녕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 같은 언어의 미로 속을 헤메게 되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난다. 독자가 시집을 안 읽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래에 "Glück: Poems 1962 - 2012"에서 읽은 짧은 시 다섯 편을

    연결시킨다. 전에도 읽은 적이 있는 "Snowdrops"는 번역해 올린다.

     

     

    눈풀꽃 Snowdrops

     

    내가 뭐였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너는 아니? 넌

    절망이 뭔지 알지; 그럼

    당연히 겨울이 네게 의미가 있겠지.

     

    땅이 짓누르는데 살아남으리라

    나는 기대하지 않았지. 그렇게 오랜 후

    가장 이른 봄

    차가운 빛 속에

    다시 나를 여는 법을 기억하고,

    다시 깨어나서,

    습기찬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할 수 있음을

    느끼리라 기대하지 않았지 --

     

    두려운, 그래, 하지만 너희들에 둘러싸여 다시

    외치네, 그래 기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자

     

    새로운 세상의 거친 바람 속에서.

     

     

     

    First Snow

     

    Elms

     

    Hawk's Shadow

     

    A Summer Garden

     

     

    덧붙임: 또 이승하 시인의 블로그에서 이번엔 내세에 관한

    글을, 별 관심이 없는 주제라, 대강 몇 줄 읽어보다 보니, 문득,

    위 Glück 시집에서 읽은 한 줄 시구가 떠올랐다. 시의 제목도

    잊고 시집도 반납해버렸지만, 아침에 들른 도서관에서 쉽게

    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래 시 "Fable"의 마지막 줄이 그 시구다.

     

    특히 이렇게 간단한 시가 원문으로 안 읽히기에는

    Louise Glück 시 특유의 자연스런 운율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Fable

    Then I looked down and saw

    the world I was entering, that would be my home.

    And I turned to my companion, and I said Where are we?

    And he replied Nirvana.

    And I said again But the light will give us no peace.

     

     

     

     

    ---------------------------------------------------------------------------------

     

    • 여름하늘2021.09.01 23:36 

      이승하시인의 지금 세상의 좋은 문예지? 에서
      인용해주신 글이 참으로 공감이 갑니다.
      '알아들을수 없는 암호같은 언어의 미로 속을 헤메게 되면...'
      저도 최근에 그런기분을 느낀적이 있거든요
      짜르르 가슴을 울리는 시를 한편이라도 만날수 있는
      이번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루님께서는 책을 정말 좋아하신다는걸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제는 책과 친해져야 겠다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좋은 자극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노루2021.09.02 04:24
      그게 암시든 눈짓이든, 시를 읽고 있는 독자에게는 무언가
      전달되는 것이 있어야지요. 사실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일
      텐데, 그래도 시인의 말을 인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

      어찌 보면, 온라인에서의 '사람과의 만남'에 익숙한 시대라,
      책에서의 사람과의 만남이 전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이해될
      듯 싶어요. 아무튼, 책들이 좋은 친구가 되어주네요. 그리고
      아무때나 쉽게 만날 수 있고요.
    • 돌담2021.09.02 16:22 

      한국에서 수도를 하시던 미국 스님 한 분이
      한국 불교계에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쓴소리를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한국의 정치닮은 종교계에 대하여 여러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찬도 가끔 불교에 대하여 흥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시도.. 나이가 듦에따라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다른가 봅니다.
      좋아했던 시도 싫어지고
      싫어했던 시가 좋아지니....ㅎ

      • 노루2021.09.03 01:39
        시인의 시도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같은 시인의 시라도 장년 이후에 쓰여진 시를
        우선적으로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저 시집에 실린 가장 최근의 시들은 이전의 시들보다 다 좀
        긴 편이지만 그냥 이야기 듣듯 편하게 읽히더군요.

        세르비아계 미국 원로 시인 Charles Simic 이 최근 뉴욕커에
        발표한 시들은, 전에 읽은 적이 있는 그의 한 시집에서와는 달리,
        하나같이 다 네 줄 안팍의 평이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재밌게
        읽혀서 (큰딸이 구독하는) 뉴욕커 잡지가 오는 날은 그의 시부터
        실렸나 찾아보곤 하지요. 그렇게 해서 읽은 최근(5/31 발표)의
        그의 시는:

        Left Out Of The Bible

        What Adam said to Eve
        As they lay in the dark.
        Honey, what’s making
        That dog out there bark?

      • 돌담2021.09.03 06:53 

        에덴동산엔 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군요.ㅎ
        그리고... 미국 개들도 밤에 쓸데없이 짖나요?

      • 노루2021.09.03 11:22
        ㅎ ㅎ 그래서 "성경에는 빠져 있는" 거라고 했군요.

        개들이 밤에 쓸데없이 짖는 걸 여기선 거의 못 들어본 것 같아요.
    • cecilia2021.09.04 00:46 

      내가 뭐였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너는 아니?
      넌 절망이 뭔지 알지.

      어쩐지
      저는
      이 시에서
      이 연이 마음에 드네요.....

      • 노루2021.09.04 01:11

        저는 세실리아님 저렇게 네 줄로 써놓으신
        것이 참 좋으네요. 루이즈 글릭 시들 특유의
        운율이 아주 잘 자연스럽게 살아나요.

        원문의 줄가르기에 매이지 않고 시의 운율을
        살리는 쪽으로 다시 번역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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