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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오르크 트러클의 시 "저녁녘의 감상(感想)"
    2021. 8. 10. 06:53

    어느 블로그 포스팅에서 게오르크 트러클에 관한 얘기를 읽고,

    전에 포스팅한 Georg Trakl 의 시 "My Heart at Evening"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니 영역본만 올렸었다. 재미 삼아 번역해

    올린다. (독일어 원문으로부터의 직접 번역을 볼 수 있으면 이게

    얼마나 빗나가 있는지 알 텐데 ....)

     

     

            저녁녘의 감상(想)

     

     

            저녁녘이 되면서 박쥐 소리가 들린다.

            검은 말 두 마리가 목초장에서 뛰어가고,

            붉은단풍나무 잎새들이 솨아~ 소리를 낸다,

            길 걷던 이가 저 앞에 술집을 본다.

            너츠와 새로 빚은 포도주가 맛있다,

            맛있다: 비틀비틀 취해서 어두워지는 숲으로 든다.

            마을의 종소리들이, 아프게 들리며, 검은전나무 가지들 사이로 울린다,

            얼굴에 이슬이 맺힌다.

     

     

    번역해 보는 재미라고 하지만 그게 실은, 알맞은 우리말 표현을

    찾지 못해, 거칠고 투박한 표현으로 어떻게 적당히 변통해보는

    재미인 것 같다.

     

     

    Robert Julian Onderdonk. "Moonlight in South Te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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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하늘2021.08.10 15:44 

      저녁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그러니까 나무아래 어슴프레 불을 켜놓은 작은 집은
      한국으로 치면 선술집, 주막 뭐 그러한것이 되겠지만
      너츠로 포도주를 마셨으니 역시 bar가 어울리겠어요
      나그네가 술이 취해서 검은 전나무에 부딪쳤나 봅니다
      마을 종소리가 아프게 들리고 얼굴엔 이슬이 맺혔다 하니요
      검은 전나무 사이로 종소리가 들리는걸 보면
      밤이 아주 깊었는데
      어서 무사히 귀가를 해야 할텐데...

      • 노루2021.08.11 00:20

        ㅎ ㅎ 여름하늘님의 해설이 재밌네요.
        특히, 전나무에 부딪쳤나, 하는 대목이요. ㅎ
        '듣기에 괴로운'쯤 되는 영역본의 구절을 그냥
        '아프게 들리고'로 했습니다. 경건하게 들어야 할
        교회당/성당 종소리를 취해서 듣는 게 죄스러웠는지
        아니면 정말 전나무 가지에 어디가 긁혔는지 ....

        붉은단풍나무와 은단풍나무가 다르듯 전나무에도
        검은전나무가 따로 있어서, 영어의 'black fir'도
        '검은 전나무'로 할지 '검은전나무'로 할지 망서렸지요. ㅎ

      • 여름하늘2021.08.11 09:13 

        교회당/성당 종소리를 취해서
        '듣는 게 죄스러웠는지'
        노루님의 이 말씀에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려집니다.
        제가 떠 오르는 상황을 마구잡이로 쓴것은
        단순 일기형식의 글로 생각되어집니다 ㅎ (취해서 전나무에 부딛쳤다는...)

        전나무도 검은전나무가 있군요.
        종소리가 아프게 들렸으니 보통 전나무보다 검은전나무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의 배경 설명 감사드립니다

      • 노루2021.08.11 11:56

        배경 설명은 아니고요. ㅎ
        그냥 쓰여진 대로 읽고 떠오르는 대로 느끼거나
        연상해봅니다. 그래도 나중에 문득 생각날 때는
        또 다른 느낌이나 생각으로 읽힐지도 모르지요.

        같은 집을 보면서도 창틀이 흰색 또는 검은색인 것
        따위를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처럼, 이
        시에서도 검은 말, 검은 전나무에서 무슨 생각을 해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저, 외딴 주막에서
        너츠 안주로 포도주 마시는 분위기, 그것만으로도
        좋구만요. ㅎ

    • 돌담2021.08.13 18:43 

      단순하게 생각하는 저는
      ... 취해서 어두워지는 숲으로 든다
      종소리들이 아프게 들리고 검은전나무... 사이로 울린다
      얼굴에 이슬이 맺힌다. 라는 글을 읽고
      이 남자가 술이 취한 상태로 숲에 들어가 자기 서러움에 울고 있나?
      아니면 술 취해 숲에 들어 갔다가 얼굴에 아침 이슬 맺힐 때까지 잤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ㅎ

      • 노루2021.08.13 23:23

        영역본을 읽어보면, 독일어 원문은 어떤지 모르지만,
        얼굴에 이슬 맺힌 이가 술 취한 사람이고 다 시의
        화자의 (상상의, 또는 화자 자신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이슬 맺힌 이만 화자인지, 사실, 분명치 않네요.
        쓰여진 같은 시가 그래서 읽는 이마다에게, 읽히면서
        그때마다 생생한, 같기보다는 다른, 시가 된다는 얘기가
        맞아요.

        취해서 숲에서 자다가 깨어나니 얼굴에 찬이슬이 ... ㅎ
        돌담님 읽으신 시의 그림이 아주 잘 그려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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