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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rles Simic 의 시 "사전"
    2021. 12. 4. 03:51

     

    시와 미국 문화에 관한 Dana Gioia 의1992 에세이집 "Can Poetry

    Matter?" (시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랄 수 있을까?)에는 열다섯 편

    에세이가 실려있다. 

     

    시인 Howard Moss 에 관한 에세이에서는, Moss 가 1950년부터

    38년간 주간 잡지 New Yorker 의 시 편집인으로서 Elizabeth Bishop,

    Theodore Roethke 에서 John Asbery, W.S. Merwin, James Wright 에

    이르는 열댓 시인들이 유명해지는 데에 기여했다는 것과 함께,

    매주 New Yorker 에 실리는 두 편의 시가 천여 편의 출품작 중에서

    선정된다는 (그리고 그에 따른 감사와 비난이 모두 Moss 의

    몫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뉴요커에 자주 시가 실리는 Charles Simic 의 최근에 거기 실린

    짤막한 시들 -- 내가 번역해본, "바람 부는 날"

    "더 조용한 것은 없네", "십일 월" -- 이 생각났다. 이 시들에 대해,

    뉴요커의 현재 시 편집인 Kevin Young 과 비슷한 생각을 할

    이들도 있겠고, 특히 같은 때 뉴요커에 시를 보냈다가 안 뽑힌 그

    많은 시인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자기 시보다 못한 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를 열린 마음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만큼, 즐길 뿐이다.

    부드럽게 -- 또는 거기다 리드미컬하게 -- 읽히면서 갖게해주는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그보다 더 적은 단어로 달리 더 잘 표현되기

    어려울 듯 싶은 글, 그러면서 사진보다는 그림에서, 구상화보다는

    추상화에서 느끼는 그런 즐거움도 주는 글이면 내게는 시다.

    수학(복소수 해석학)의 '코시 적분 정리 Cauchy Integral Theorem'을

    표현한 수식은 함축미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움운 시다:

     

    Simic 의 시 한 편을 더 올릴 생각이 들었다. 매끄러운 번역을

    하려면 원문 영어의 문장 구조에 매이지 않아야 할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거칠은 번역이다. 원문을 읽어보시기를.

     

     

           사전 The Dictionary

     

           By Charles Simic, June 2013

     

     

           그 속 어딘가에는 아마

           이 아침의 세상을 표현할 단어가 있겠지,

           상점들의 창문과 출입구로부터

           어둠을 몰아내며 기뻐하는

           이른 빛의 모습을 담을 단어가.

     

           간밤에 보도에 떨어트리고

           혼잣말하거나 갑자기 노랠 부르며

           비틀비틀 간 누군가의

           금속테안경에 어른거리는

           저 빛을 위한 또 다른 단어도.

     

     

     

     

    ----------------------------------------------------------------------

     

    • Chris2021.12.04 06:14 

      저는 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모르고, 시를 잘 쓰지도 이해하지는 못하는 비전문인으로서
      그냥 제가 느끼는 시라는 개념에 준해서 이야기하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고, 쓰여진 시는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가 버스 차창 밖 들판을 보고
      "엄마 저 논과 밭 참 이쁘다."라고 한다면
      그 자체가 한편의 훌륭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시끄럽다. 그만자라." 라고 엄마가 아이를 나무랐다면,
      그 엄마는 시적 감성이 없는 것이구요.

      • 노루2021.12.04 10:51

        전에 Eugenia Kim 의 소설 "The Calligrapher's Daughter" 읽은
        포스팅하면서, 이광수 소설 "유정"에서 기억에 남은 "정임아 나는 간다"라는
        문장이 내게는 시로 들린다고 썼던 생각이 나네요. ㅎ

    • 교포아줌마2021.12.06 15:07 

      단어를 찾는다 면서
      말은 숨어버리고(숨기고)
      시각적으로 그리고 청각을 자극합니다.

      참~~^^*


      노루2021.12.07 00:52

      • 'C. Simic'에 그에 대한 'Poetry Foundation'
        정보를 링크시겼습니다. 그에 따르면 그는 "현재
        가장 본능적이고 특유한 시인 중 하나"라는데,
        이른 아침 타운 센터 거리를 연상시키는 저 풍경을
        표현할 두 단어를 결국 찾지 못해서 두 연으로나
        그리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데,
        어쩌면 교아님처럼 소리까지도 듣게 해주는 풍경을
        떠올려준 '한' 생각을 언어로는 시인도 저렇게 어렵게나
        표현하는 것만 봐도, 어떤 학자들이 주장하듯, 언어가
        생각을 만든다거나 우리는 늘 언어로 생각한다는 건
        역시 아니지요.
    • 돌담2021.12.09 17:35 

      저 나름대로는 생각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어둠을 몰아내며 기뻐하는 이른 빛의 모습을 담을 단어가....^^

      • 노루2021.12.10 02:08

        ㅎ ㅎ 그 단어 궁금하네요.

        늦은 아침 빍은 햇빛 가득한 뒤뜰의 공기를 저는
        아주 거칠게나마 몇몇 단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도시가 설악산보다도 높은 고지라서
        공기가 다른 것 같긴한데, 확실히 보이고 느껴지는
        그 차이를 못 잡아내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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