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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워진 댓글 경험노트
    짧은 글 2022. 2. 18. 02:07

    '경험은 의무'*라니

    경험노트도?

     

    어느 중견 시인의 블로그에 단

    내 댓글들의 반이 삭제됐다.

    다가 아니라서 답답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시

    "그렇다면 선택은 오직 하나뿐"

    그 반전사상을 읽은 포스트에서

    내 댓글이 사라졌다.

    시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힐 터

    조금만 고쳐 다시 달았다:

     

           군수공장 여공에게,
           아니오라고 말하시오,

           라는 시는 실상 우습지 않나요?

     

           민족주의를 조심하시오,

           평소의 그런 시가 더 인문적이고

           오히려 낫지 않나요?

     

    다음 날에도 살아 있었지만

    내 무례를 내가 지웠다.

     

    시나 쓰면서도 사는 시인이

    먹고 살려고 일하는 군수공장 여공에게

    반전의 이름으로 그만두라니!

    그거참 우습다는 걸

    시인에 대한 불경으로 읽었을까

    그럴 리야.

     

    민족주의나 애국심이

    전쟁을 낳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좋지 않냐는 말에

    그릇이 달아오른 걸까

    글쎄.

     

    두 줄짜리 시에 대한

    그 평론가의 반 페이지 해설이

    오히려 시를 가리고

    잘못 보게도 한다고 

    떠오르는 대로 쓴 글은 또

    지워졌을까?

     

    다른 말 하면 안 되는 건지

    궁금하다고

    절 문턱에서 건넨 댓글은

    행여나 했었다.

    하긴

    인문과 시인이

    무슨 상관일까.

     

     

    * "The duty is to the experience, as Philip Larkin has said."

      -- Roxana Robinson, "Georgia O'Keeffe: A Life," p. 267.

     

     

     

    Georgia O'Keeffe, Cottonwood and Pede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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