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 -- 시인, 신자, 철학자

 

임보(1940년생) 시인의 시 "든든한 빽"을 (이 블로그에 연결시켜

놓은  <임보 시선/신작시>에서) 읽고 나니 철학자-시인

John Koethe(1945년생)의 최근 시집 "Beyond Belief" (2022)에서

읽은 "Going On"이 생각났다.

 

 

       든든한 빽 / 임보

 

 

       나도 한때는 개신교의 집사였지만

       지금은 술잔이나 기웃거리며

       시와 함께 빈둥대며 지내는 놈팽이

 

       누가 천국을 걱정하면

       나는 믿는 데가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나는 권사님 한 분과 친분이 있지

       주일예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새벽기도며, 중보기도며, 기회 있을 때마다

       나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분이지

 

       가끔 목사님을 흉보는 일이 없진 않지만

       하나님을 60년 동안 성실히 섬긴 분이므로

       장차 천국의 백성은 맡아놓은 당상 아닌가?

 

       그분이 천국에 가면 결단코 하나님께 졸라

       지옥에 떠도는 나를 건져 올릴 게 분명하니

       이 얼마나 든든한 빽인가?

 

       그 권사님이 누구시냐고?

       밝히긴 좀 민망하지만…

       --- 우리 집 사람이지!

 

 

"Going On"은 번역이 쉽지 않다. "이렇게 지낸다"는 제목으로

대강 번역해본다. 인터넷에서 못 찾아서 원문을 연결시켜놓지도

못하고 시집에서 사진 찍어 놓은 원문을 올리기도 망설여진다.

( Koethe의 다른 시 두 편)

 

 

       이렇게 지낸다 / John Koethe

 

       몇 가지를 늘 번갈아 되풀이한다,

       그렇게 나는 날을 보낸다 --

       조용히 그밖엔 아무것도 없는 체하면서

       그리고 '지금'이 '그랬다'의 거울이란 듯이,

       한편으론, 그게 무언 지는 모르지만,

       어떤 게 더 있어야 한다는 느낌으로 살면서;

       어설프게 정리된 겉모습으로

       조용히 살면서.

 

 

 

Julius von Klever, Eve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