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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rles Simic 의 시 "다른 아무것도"
    2022. 11. 23. 01:39

    시작은 미미했으나 나중에는, 하늘도 쉽게 품을 정도로, 창대해진 것,

    그건 우리 마음이다. 몸의 일부이면서도 주인인 양 행동하는 게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십만 년 전? 그래선지 마음은 몸의 즐거움도

    즐기지만 대체로 자기만의 즐거움도 많이 개발한 것 같다, 즐기는

    능력과 즐거움의 대상 양면으로 말이다.

     

    테니스나 등산은 몸과 마음의 즐거움이지만 그냥 몸의 즐거움으로

    쳐주기로 하고, 내겐, 음악 감상은 몸과 마음의 즐거움, 독서는 마음의

    즐거움이다.

     

    생명체에게는 살아 움직이는 것, 그걸 삶이라고 부른다면, 삶이 바로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테니스가 몸의 삶의 기쁨이라면, 독서는

    마음의 삶의 기쁨이다. 마지막 한 구절을 말한다는 게 이리 길어졌다.

     

    눈 쌓인 겨울밤 홀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삶을 즐기는 시인의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다 정겨울 것 같다. Charles Simic 의 시 "Nothing Else"

    번역해본다:

     

     

    다른 아무것도 / 찰스 시믹

     

     

    자정 지나 한밤중의 친구들:

    몽당연필, 작은 공책,

    그리고 네 빛의 동그라미 안에 나를 반기는,

    책상 위 독서용 램프.

    이따끔 그럴 만한 문장은 속삭이듯

    다시 반복하면서 이 책에 몰두하는 나와

    너희도 함께 해주니

    집이 어둡고 추운 건 아무렇지도 않구나.

    너희들이 아니면 다만

    검은 유리창에 비친 내 창백한 얼굴,

    그리고 바깥 어둠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벌거벗은 나무들과 깊게 쌓인 눈뿐이겠지.

     

     

     

     

    August Macke, Wife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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