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피는 이유가
아름다움만이어도 좋아요.
꽃이 안 피어도 좋아요.
무화과도 좋아요.
꽃도 열매도 없어도
좋아요.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정말 아시나요?
그런 사랑 안 해보셨나요?[Rina 님 블로그에서 마종기 시인의 시 '꽃의 이유' 를 읽고서
댓글로 달았던 거다. 10/11/11]
,
-----------------------------------------------------------------------------------------------
Rina 2011.10.12 09:14저는 요즘 제 인생이 마음에 들어요.
제 인생의 1부는 끝났는지 잘은 모르지만
지금이 제 인생의 2부 쯤 인것 같거든요.
차를 우려 마실때마다 생각하는 건데요.
뜨거운 물을 끓이고
녹차든,
홍차든,
찻물이 파장처럼 우려지는 시간은 3분쯤 되거든요.
짧게 기다리는 동안,
그 시간이 참 좋더라구요.
그정도의 시간에
내 인생이 마음에 드는것.
사랑도 아주 짧은 순간
찻물우려내는 동안의 떨림이
문득 문득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노루 2011.10.12 22:03
"내 인생이 마음에 든다" 는 말, 듣기 좋으네요.
"나는 행복하다"보다 더, 자신과 삶에 대해 정다워 보여요.
"나는 내가 맘에 들어요" 하던 사람 생각도 나네요.
특히 새벽이나 밤에 혼자 깨어 있으면서,
차나 커피를 만드는 짧은 시간, 그런 시간들이
실은 참 특별한 거 같아요.
일상에서의 설거지 시간도 특별하고요.
안나 2011.10.12 12:24아무려나...
그 느낌을 느끼는 그 순간이면 되지요.
어떤것이라 딱 정의하고 볼, 생각할게 뭐있겠어요.
이제는 노루님 말처럼 그런 사랑이 더 많아질 나이인데요.노루 2011.10.12 22:25하긴 그렇네요.
마종기 시인의 '꽃의 이유'에서 "꽃이 피는 이유,"
"꽃이 지는 이유" 란 말을 읽으면서, 왜 이유를
생각하는가, 왜 어떤 속박을 생각해야 하는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eunbee 2011.10.15 08:08'인생이여 고마워요'라는 마음으로 늘 살고 있지요.
나이드니 더욱 그런 마음이 짙어집니다.
꽃이 피어도, 피지않아도, 좋다는 경지까지 오신 교수님은
한 계단 올라 서신 것이네요.
세월 살다가 문득 어느날부터 꽃보다 아름다운 잎을 알아보게 되었지요.
5월초쯤의 아침에,송계계곡(월악산가는 길,고향마을 부근이지요)을
차로 느리게 달리다가 고개 들어 바라본 산허리의 잎새들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가지각색의 초록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노루 2011.10.16 00:02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니라, 가 생각나네요.
알 수 없는 이유나 근거는 결국 믿음과 소망의 다른 이름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요.
사랑이 아마도 가장 수긍이 가는 이유라고,
사랑해보면 사랑이 말해주지 않나요?
믿음과 소망의 실상이 사랑이라고 했던가요?
꽃이 피는 이유도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고 하면서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 것인가
묻는, 마종기 시인의 '꽃의 이유,' 재미있네요.
두 시간 반 전, 해 뜰 무렵엔 잠깐 동네 산책 나가서 곱게 물든
가을 '나무꽃'들을 보고 왔지요. -
eunbee 2011.10.16 00:15
교수님, 이곳엔 지금 비바람이 몹시도 불어댑니다.
가끔 번개도 번쩍이구요.
같은 시간대에 온라인상에 앉았다는 걸 느끼니, 그 먼곳이 그리 머지않은 듯도 합니다.ㅎ~
이 비가 그치고나면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가을은 이래서 더 깊어지려나 봅니다.
저녁에는 티비에서 팔만대장경 제작 1000년을 맞아 특집방송을 했어요. 4회분으로 나뉘어서 한다는데
그 첫회였지요. 팔만대장경에 있는 내용을 모두 뭉쳐서 한글자로 나타내면 마음 心이라는 단 한 글자로
집약된다고 했어요. 그 '마음'의 가장 가운데를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요. -
노루 2011.10.16 00:35
"마음의 가장 가운데를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랑,"
아, 그렇지요.
이렇게 새롭게 발견하게 해주는 게 시라고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하도 강조해서, 지금 eunbee 님의 이 멋진 시를 금방 알아보겠네요.
알게 모르게 정말 그런 것 같아요. -
eunbee 2011.10.16 00:54
나이들어가며, '사랑'이란 색깔이 점점 아가페 쪽으로 기울어가니
더욱 넓고 깊은 의미로 그 말이 안기게 되어, 마음 가운데 있는 것이 사랑이란 말을
감히 자신있게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