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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맛있는 건 역시 '빵과 치즈'다.
비가 오고 해서 오늘은 빵 사러 안 갈 생각으로 내일 아침에 먹을 만큼의
빵을 그대로 두고 점심을 나도 스파게티에 '포도주 소스에 절인 청어'
(Herring in Wine Sauce)로 먹었다. 그런데, 생각이 나서 결국 빵과 치즈를
또 먹었다. 내일 아침엔 일어나자 마자 빵부터 사러 가야 한다.
빵과 치즈가 늘 내게 그렇게 맛있는 것도 복이다. 일상의 번거로움
하나가 없어진 거다. 집에서의 내 점심이 빵과 치즈와 커피 아닌 적은
지난 2년 반 동안에 아마 두세번이었을 거다. 점심을 PC 앞에 앉아서
먹는 것도 습관이 됐다.
2.
테니스가 주는 즐거움은 그 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단식 두 세트를 신나게 치고 나서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우선 즐거워진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할 때는 갈증이
조금씩 더 심해지면서 집 냉장고 속 수박과 파인애플이거나 기네스
Extra Stout 맥주 생각이 머리를 점령 한다. 살아 있다는 맛이 이런 거지!
3.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날 창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곧잘 그때 기분이 되곤 한다.
남한산성 안의 산성 마을 한 여인숙 툇마루에 걸터 앉아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던, 칠월이었지만 시원했던 어느 늦은 오후의 그 느낌이
되곤 한다. 첫 직장에서의 첫 여름에, 처음으로 휴가라는 이름의 여행을
혼자 남한산성으로 갔을 때였다. 1970년의 일이다.
지금 처음 드는 생각인데, 그 여름이, "우린 무슨 일이든 같이 했잖아요?"
하던 그 '같이'가 시작되기 전의 마지막 '자유로운 혼자'의 해였다.
4.
일상이 더 단순해 졌다.혼자가 아니면 어디 가기도 이젠 어렵고 그렇다고 혼자 나가서 오래
있을 수도 없다 보니, 테니스나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달리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게 됐다.
테니스 치는 건 일과가 됐다. 별일 없으면 매일 공 치는 거다. 비 안
오는 날 공 치고, 비 오는 날은 공(空)친다.
읽고 있는 책이 서너 권에 읽고 싶은 책들은 쌓여 있으니 심심하거나
할 틈이 없지만, 그래서 또, 무슨 생각이란 걸 좀 해볼 틈도 없다.
이를테면, 민족주의를 싫어하고 합리적인 걸 선호하는 나로선,
토인비나 도킨스(Richard Dawkins,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이며
과학 저술가)의, 내 맘에 꼭 드는 내용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밑줄
그어가며 그냥 즐기기에 바쁘다.
해 뜰 무렵의 라일락. 꽃 핀 지 한 달이 되었다.
토요일 아침 테니스 코트로 가는 길에
토요일 아침의 로즈몬드공원. 잔디밭에서는 애들의 Lacrosse (하키 비슷한 구기) 경기가 한창이다.
오전에 테니스 치고 오는 길에 파트너 B와 가끔 들르는 '스타벅스 커피.'
담백한 스넥.
에너지 스넥.
버릇처럼 내다보는 저녁 하늘.(위, 아래)
자기 전에 책이나 좀 읽으며 맥주 한잔할 준비가 됐다. 안주는 토스트한 아몬드와 건포도.
PC 앞에서 마시는 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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