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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마지막 잎새'를 물론 다 기억할 거다. 작가 이름까지도 또
물론 다 기억할 거다. 오 헨리.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으니 말이다.
'마지막 잎'이나 '마지막 잎사귀'가 아니고 '마지막 잎새'라서 더 잘
기억되기도 했을 거다. 원제 'The Last Leaf'에서 'leaf'는 '잎'보다는
'잎사귀'가 더 맞는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마지막 잎새'가 '마지막
잎사귀'보다 더 나은 것은 소리(3 + 2 음)의 리듬 때문이기도 하겠다.
(잎새는 잎사귀의 방언이라는데 지금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오늘 구입한 귀여운 책, O. Henry 의 단편집 The Trimmed Lamp (1907),'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달랑 사진만은 그렇고 해서, 마침 이 책에 들어
있는 'The Last Leaf' 제목 번역 얘기를 하게 됐다.
Louise Edrich의 소설 Love Medicine 을 재미있게 읽고서 그녀의 소설
한 권은 더 사 읽으려고 또 덴버 대학 캠퍼스 The Book Stack 에 들렀다가
Edrich 의 소설 The Bingo Palace 와 함께 오 헨리의 단편집 (위의 책과
Heart of the West) 두 권을 모두 4불에 사들고 들어왔다.
(위에 '구입'이라고 하면서 좀 미안했다.)
알맞은 포켓북 크기로 손에 딱 잡히고, hardcover *인데도 책장을 풀로
붙인 게 아니고 실로 꿰맨 거여서 책을 펼쳐 놓으면 그냥 펼쳐진 채로 있는
거며, 페이지 번호도 [82], [83] 식으로 고풍스러운 점이, 나도 모르게 귀여운
책이라 부르게 했다. 책을 들고 나와서 곧장 들른 캠퍼스 내 커피숍에서 표제작인
The Trimmed Lamp 를 읽다 왔는데, 당시의 이야기를 당시의 책으로 읽는,
그렇지 않은 때와는 다른, 묘한 기분이 또 이 책을, 사람으로 말하면,
금방 반했을 뿐 아니라 금방 친해지기도 한 사람처럼 만든 것 같다.
(* 하드보드, 하드디스크, 커버, 커버스토리 등이 외래어로 올라 있는 사전
(99년 판 동아 새국어사전)에 하드커버는 안 올라 있는 건 이상하다.
"두꺼운 표지의 책'이라 쓰기가 좀 그래서다. 지금은 올랐으려나.)
사실 오 헨리는 잊고 있었는데 이삼일 전에 읽은, 오 헨리를 미국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누가 쓴 것과 또 다른 누구가 체홉의 단편을 읽는 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이 서로 겹쳐지면서
오 헨리의 단편집을 찾아볼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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