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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식탁 앞 회전의자에 앉아 오물오물
입 속의 빵을 씹고 있다. 그 곁에서 그는
아이 입을 쳐다보며 한 손에 빵 한 조각 들고
서 있다. 답답한 듯 한두 발짝 움직이다가
다시 멈추고 서서 아이 입을 본다.
아이 입술의 움직임이 이윽고 멈추자 빵을
입술에 대준다. 아이는 빵 한 입 베어물고,
그는 아직은 조금밖에 안 줄어든 빵 조각 들고
다시 서성이다 가만히 서 있다 한다.
먹고 마시는 맛도 좋아하지만, 혼자면, 옆에
또는 앞에 놓인 읽을 거리를 더 즐기는 그가
아이의 식사 동안 저러고 서 있다. 시중들면서
또 새로운 정이 드는 걸까.
Gerhard Rich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