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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과 시적 직관
    책 읽는 즐거움 2018. 2. 3. 15:16


    깊은 마음의 생태학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간 중심 주의를 넘어서" (김영사, 2014)

     

     

    두툼하지만 빨리 읽힌 책이다. 낯선 거나 새로울 건 별로 없었다.

    깊은 사유를 나름의, 요 아래 인용문에도 나오는 말인, "시적인 직관"으로

    대신하며 읽은 탓이겠다.

     

    진화론에 관한 익숙한 이름들과, 여기서도 또, 릴케의 "표범"을

    만나는 것은 작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퇴계의 처음 보는 시 한 편과  (오래전에 아이디어를 얻어보려고

    그의 비평형 통계역학 책을 뒤적인 적이 있는) 일리야 프리고진

    (Ilya Prigogine)의 책 얘기를 함께 읽게 되다니!

     

    최근 뇌과학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는 것은

    아쉬움이었다. 본문의

     

    "생물학이 인간론의 일부를 이루어야 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생물학은 철학적 인간론의 물음에 답해야 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p. 305)

     

    에서, 마지막 문장의 '생물학'과 '철학'이 오히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터여서 더 그랬을 거다. 칼 세이건의 말이 생각난다.

     

    "Part of the enjoyment and indeed delight of this subject[mind] is its contact with all areas of human endeavor, particularly with the possible interaction between insights obtained from brain physiology and insights obtained from human introspection. There is, fortunately, a long history of the latter, and in former times the richest, most intricate and most  profound of these were called myths." -- Carl Sagan, "The Dragons of Eden." p 8.

     

    "깊은 마음의 생태학"에서 몇 구절만 적어본다.

     

    "시는 이러한 이성의 나타남의 순간을 가장 잘 포착하는 인식의 방편" (p 172)

     

    "하이데거의 말대로, 사람은 시적으로 산다고 할 수 있다" (p 173)

     

    "형이상학적 예감" (p 176)

     

    "현상학적 통찰을 빌려서 복잡하게 설명하여본 이러한 일체의 의미와 감각 또는

    진리의 공통의 뿌리는 보다 간단하게는... 시적인 직관에서의 초월적

    이념성의 뿌리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p 196)

     

    "산을 보고 세상을 보고 찬탄이 이는 순간은... 덧없고 허만한 것일망정 행복의
    한 전형을 나타내준다.... [행복을]자기와 자기가 사는 조건으로서의
    삶의 터전과의 사이에 간격이 없이 편안한 관계에 있는 상태라고...
    정의해볼 수 있다." (p 239)
     

    "관조와 심미의 순간은 진리의 순간이기도 하다."(p 265)

     

    "언어적 표현은 그 자체로 잠재적으로 투쟁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p 271)

     

    "현상학적으로 말하여, 의식의 지향성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현상은 언제나,

    질료(hyle)와 형상(morphe)의 종합으로서만 의식의 지평에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질료의 신비와 형상의 신비는 우리로부터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극히 가까이 있으면서도, 합리적 인식의

    대상으로 주어지지 않는 신비로 남아 있다." (p 291)

     

    "반생명의 욕구를 부정해야 할 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p 409)

     

    "깊이는 실존의 느낌" (p 465)

     

    사람은 시적으로 산다고 하이데거가 말했다는 데에 고개를 끄덕인다.

    70년대엔가 읽어본 그의 "Introduction to Metaphysics"가

    시적인 글이었던 게 기억나서다.

     

    사람은 시적으로 산다고 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생각나는 맥락은

    뇌의 작용으로서의 인간의 마음이, Douglas Hofstadter의 표현대로,

    "스스로 쓰는 시"라는 관점에서다 (Hofstadter의 말은

    이 블로그의 포스트 "나는 시" 에 인용).

     

    '스스로 쓰는 시'인 마음에게야말로 "깊이는 실존의 느낌"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번 서울 방문 길에 읽은

    David Brooks 의 "The Social Animal" (2011)이나

    Carl Sagan"The Dragons of Eden: Speculation

    on the Evolution of Human Intelligence" (1977),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영역본(1953?)

    Jacques Maritain 의 "Creative Intuition in Art and Poetry"

    '마음의 생태학' 책이랄 수 있겠다.

     

    Brooks 의 소설처럼 쓰여진 아주 재밌게 읽히는 책은

    '이야기 사회학(또는 심리학이나 교육학)' 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자는 후기에서 "지난 30년에 얻어진 뇌와 마음에 관한 연구의

    요약"이라고 쓰고 있다.

     

    자크 마리탱의 책은 누구에게서 듣고 알게 됐는데. 온라인

    사이트로부터 제5장까지만 프린트해서 읽어보고 있다.

     

    아래는 'poetic intuition 에 대한

    "Creative Intuition in Art and Poetry" (Chap. 4, #7 )의 두 구절이다.

     

    "It is by means of such a spiritualized emotion that poetic intuition,

    which in itself is an intellective flash, is born in the unconscious

    of the spirit."

     

    "Poetic knowledge is as natural to the spirit of man as the return of the bird to his nest; and it is the universe which, together with the spirit, makes its way back to the mysterious nest of the soul. For the content of poetic intuition is both the reality of the things of the world and the subjectivity of the poet, both obscurely conveyed through an intentional or spiritualized emotion. The soul is known in the experience of the world and the world is known in the experience of the soul, through a knowledge which does not know itself. For such knowledge knows, not in order to know, but in order to produce. It is toward creation that it tends."

     

    어떤 마음이, 또는 마음의 형이상학적 상상이나 확신이, 이런 서술을 낳는가.

     

    Thomas Aquinas 로부터의 영향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이 책에서,

    어떤 이에게는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싶어서,

    맨 아래에 세 구절만 더 인용한다.

     

     

     

    1528342

     
    Jacques Maritain, "Creative Intuition in Art and Poetry"
     
     
    "[T]here is not only logical reason, but also, and prior to it, intuitive reason." (Chap. 3, #1)
     
    "My contention, then, is that everything depends, in the issue we are discussing, on the recognition of the existence of a spiritual unconscious, or rather, preconscious, of which Plato and the ancient wise men were well aware, and the disregard of which in favor of the Freudian unconscious alone is a sign of the dullness of our times. There are two kinds of unconscious, two great domains of psychological activity screened from the grasp of consciousness: the preconscious of the spirit in its living springs, and the unconscious of blood and flesh, instincts, tendencies, complexes, repressed images and desires, traumatic memories, as constituting a closed or autonomous dynamic whole. I would like to designate the first kind of unconscious by the name of spiritual or, for the sake of Plato, musical unconscious or preconscious; and the second by the name of automatic unconscious or deaf unconscious–deaf to the intellect, and structured into a world of its own apart from the intellect; we might also say, in quite a general sense, leaving aside any particular theory, Freudian unconscious." (Chap. 3, #6)
     
     "It is an emotion as form, which, being one with the creative intuition, gives form to the poem, and which is intentional, as an idea is, or carries within itself infinitely more than itself. (I use the word "intentional" in the Thomistic sense, reintroduced by Brentano and Husserl into modern philosophy, which refers to the purely tendential existence through which a thing–for instance, the object known–is present, in an immaterial or suprasubjective manner, in an "instrument"–an idea for instance, which, in so far as it determines the act of knowing, is a mere immaterial tendency or intentio toward the object)" (Chap.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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