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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규 시인의 "손 놓기 3"
    2022. 8. 17. 08:18

    세 시간 걸린 볼일을 포함해서 8박9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어제(월요일)

    밤 12시 -- 한국 시간 월요일 오후 3시 -- 에 집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일요일

    아침 7시쯤에 일어났으니 34시간 만이다.

     

    '아난티 힐튼 부산'의 서점에서 눈에 띄어 두 권의 시집 -- 황동규 시인의

    "오늘 하루만이라도"(2020)와 나희덕 시인의 "파일명 서정시"(2018) -- 을

    사고, 정작, 괜찮으면 그중 서너 권쯤 사오려고 생각했던 일곱 책 중에서는,

    여섯 책이 영풍, 교보, 알라딘(신촌) 어디에도 없어서, "2022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 권만을 사왔다.

     

    집에 와서 보니 나희덕 시집은 대체로 어두운 주제를 다룬 것 같다. 황동규

    시집에서 먼저 서너 편 읽었다. 아래는 그중 한 편:

     

     

         손 놓기 3  / 황동규

     

     

         반딧불이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밤이 있다.
         나의 불 오래 지켜보던 친구의 불빛
         조금 전에 깜박 꺼진 밤,
         가로등 그대로 땅을 적시고
         하늘에는 조각달도 그냥 떠 있다.
         마을버스에서 내리는 취객의 발걸음도
         그대로다.
         그래, 고맙다, 지구, 커다랗고 둥근 곳,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에게도
         서성거릴 시간 넉넉히 준다.
         허나 눈앞에 반딧불이 하나 갈 데 없이 떠돈다면
         지금이 얼마나 더 지금다울까.

     

     

    시집 말미에 덧붙인 그의 글 "나의 문학 25년 X 2.5"에 따르면, 황동규

    시인은 '자신의 삶을 형상화하는 시'를, 그리고 그 방식으로, '처음과 끝의

    정황이 다른 시'를 쓰려고 했단다.

     

    황동규 시인이나 마종기, 정현종, 김광규 시인 같은, 내가 여러 편 읽어본

    적어도 몇몇,  노시인의 시들은, 망서리다 발표한 시는 있을지언정, 어떤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받는, 발표해야 해서 어떻게든 만들어 낸 것 같은

    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사실, 서점에서 다소 시간에 쫓기면서는 요새

    젊은 시인의 시집을 사기 어려운 것이, 그게 혹시 그럴듯한 단어들을 적당히

    아무렇게나 비벼 현란하게 만든 시들로 채워있는지 한두 쪽이라도 살필

    수가 없어서다.

     

    내 생각이나 느낌이 달라져서인지는 모르나, 2017년이나 18년에 서울에서

    들춰본, 제목이 -- "사는 기쁨"이었나, 아니었나 -- 확실히 생각 안 나는,

    황동규 시집보다는, 내 기억에, 이번 이 시집을 나는 택할 것 같다. 그때는

    그 시집과 다른 시인의 시집 중에 나중 것을 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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