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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서시 2024. 10. 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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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읽고서 생각이 나서 오늘은, 2014년 서울 다녀오며 사온,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었다"(2013)를 다시 다 읽었다. 짧은 시 두 편 전문과 다른 시 두 편의 부분을 올린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날개
그 고속도로의 번호는 모른다
아이오와에서 시카고로 가는 큰길 가장자리에
새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바람이 불 때
거대한 차가 천둥 소리를 내며 지나갈 때
잎사귀 같은 날개가 조용히 펄럭인다
십 마일쯤 더 가서
내가 탄 버스가 비에 젖기 시작한다
그 날개가 젖는다
시 "효에게. 2002. 겨울"에서:
하지만 곧
너도 알게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뿐이란 걸
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
시간과
성장,
집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시 "괜찮아"에서:
괜찮아
왜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시 "괜찮아"를 읽으니, 전에 내가 어느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이 시에서 '괜찮아'를 인용한, 짧은 글이 생각났다. 제목도 잊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2004년 6월 26일에 올린 "먼"이란 글이다. (그러고 보니 시집은 2013년에 나왔지만 시 "괜찮아"는 훨씬 이전에 발표된 거다.) 산악회 게시판에 올렸을 텐데 그때 생각도 나서 "먼"을 또 읽어본다:
먼
먼 ...
아, 그래서 곁에서도 몹시 그리운가 보다
그래서 막 기대어도 좋은가 보다
먼 ...
가끔은 내가 내게
그런 느낌 들면 좋겠다
괜찮아*
아무러나 괜찮아
그럴 수 있게
* 시인/소설가 한강의 시 "괜찮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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