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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터
    짧은 글 2013. 4. 5. 02:24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지만

    난 늘 아이 같으면서 나이가 들었다.

    어쨌거나, 여전히 아이 때처럼

    매일처럼 나가 놀 놀이터가 있어 좋다.

    점잖게가 아니라 애들처럼 숨 가쁘게 뛰노는 데다.

     

    워싱톤 공원 테니스 코트가 우리 놀이터다.

    언제 가도 사람들이 있고 있는 사람들끼리 적당히 어울려 논다.

    20년도 더 전 나처럼 요새 처음 나온 사람도 있고

    그때 나를 퍽 친절하게 맞아주던 데이빗도 자주 나온다.

    데이빗의 삶에서 이 놀이터는 어떤 곳일까.

     

    온갖 사람들에 스타일도 갖가지다.

    한국 사람은 나 혼자고, "내가 여기 유일한 유대인"

    사람 좋아 보이는 Y의 농담에서 유대인도 둘인가 보다 한다.

    사람 좋은 사람 많고, 예절들 바르고 서로를 기분 좋게 한다.

    막 인사한 사람에게서 무례한 우리 말 들은 거완 다른 건, 언어 탓일까.

     

    눈 내린 주말 다음 날 쉬고 지난 주 화요일부턴 연이어

    이레나 쳤다. 마지막 날은 네 세트나 뛰었다.

    그리고 그저께 비 오고, 더욱 화창한 어젠 두 시간 놀고 왔다.

    며칠째 봄날의 미열인지 코감기에 그저껜 입술도 부르트더니

    이젠 가라앉았다. 아무러나. 두 시간 반 후엔 또 놀이터에 있을 거다.

     

     

    가끔 생각이 든다. 맨날 이렇게 즐겨도 되나.

    그래, 저마다 다 행복하면 그게 행복한 사회인 걸

    보통 사람인 난 내 몫 하면 되는 걸까.

    그래도 괜찮은 좋은 세상인 건

    그건 얼마나 다행인가.

    .

     

     

     

     

    워싱톤 공원. 테니스 코트 옆. 너무 일찍 나가서 코트에 아무도 없으면 근처에서 잠시 서성이며 사진이나 찍는다.

     

     

    워싱톤 공원. 테니스 코트 바로 뒤.

     

    이날은 아침에, 근처에 나간 김에, Observatory Park 코트(위)에 들러 바닥이 마른 걸 보고, 오후에 워싱톤 공원으로 나갔다.

     

     

     

    이날은 게임 시작하기 전에 하늘 사진만 서너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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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꽃의 미소2013.04.05 08:16 

      관련하여
      좋은 글이 생각이 났어요.

      생땍쥐베리의 '미소'란 단편에 보면
      감방에 갖혀서 담뱃불의 성냥을 빌리려다 씽긋 웃고는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체험 소설이 있지요.
      죽을 목숨이 산 목숨으로 바뀌고....
      그후 전투기 사고로 아쉽게도 영원히 떠났었지만

      이렇듯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항상 만나는 분들끼리
      반갑고 유쾌하게 악수를 건내며
      정답고 친절하게 대하는 이웃들이 있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지요.

      어색한 코트장에서
      첫 대면에서 반갑게 맞이해 주신 데이빗 처럼
      평생 고마움이 잊혀지지 않을 같은

      미소와 웃음은 남에게 무한 퍼붓는 신뢰
      서로에게 유익한 엔돌핀이고 행복 바이러스 이니까요.
      노루님께서도
      누구 못지 않게 행복한 삶을 잘 살고 계신다는 것이겠죠.

      어제 신부님을 뵈었는데요,
      신부님께서 짧게 이발을 하셨는데
      살짝 이마가 반짝거리는...ㅎ

      "신부님 이발 하셨네요.
      "더 美男(미국에서 온 남자의 별칭인데...여기 부임하시기 전에 미국에서 섬기셨던...) 처럼 보입니다."
      하니 ...즐겁게 웃으시며
      아네스는 상대를 즐겁게 하는 센스가 있다고....ㅎㅎㅎ

      • 노루2013.04.06 10:46
        '상대를 즐겁게 하는 센스'가 있는 사람에겐 누구나
        호감을 갖게 되지요. 미소님을 다들 좋아하겠어요. ㅎ

        상대가 유쾌해 할 말을 하고 기분 상할 만한 말은 피하는
        것, 상대를 배려하는 것, 그런 게 상대에 대한 선의인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될수록 선의로
        받아들여서 불필요하게 기분 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요.

        여기 코트에서는 다만 사람으로서 어울리는 거다 보니
        서로 민감할 게 없고 보다 즐거운 시간을 위해서도 서로
        선의로 대하게 되는 편인 것 같아요.


    • eunbee2013.04.06 18:41 

      20년도 더 전부터 아이처럼 뛰어놀 놀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처럼
      축복도 없네요. 언제나 함께 뛰어놀 사람들이 있고, 서로간에 적당한 친교와
      서로를 배려하는 예의와 서로 나누는 숨찬 즐거움 뒤에(운동 중에도) 오는 희열.
      건강한 무릎이 교수님의 복 중에 복이시구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무릎 말썽으로 그 즐거움을 접어야 하니 많이 서글펐지요.

      사진기도 가지고 가셔서 하늘을 찍는 교수님은 몸도 마음도 놀이터 이용상황도
      모두 애들이세요.ㅎㅎㅎ

      교수님의 미열이 이리로 건너왔네요. 감기는 아닌데...ㅎ
      뒤에는 호수가 있는 테니스코트에서 예전 그 어느날들처럼 실컷 라켓 휘두르고 싶네요.

      • 노루2013.04.06 23:34

        소박하게 즐길 거리 한두 가지면 되는 것 같아요.

        이름(first name)만 알 뿐인 사람들끼리 농담도 하면서
        어울려 노는 그 느슨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밝게 해줘요. 가고 오는 호감이 느껴지는 몇 사람이
        있게도 되지만 그냥 그 느낌만 즐길 뿐인 것도 좋고요.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어서 맘 먹고 놀이터 사진을
        여러 장 올렸어요. ㅎ ㅎ

    • jamie2013.04.07 22:21 

      제가 아는 74세의 부인이 젊은이들과 복식 테니스를 즐겨 치셨어요.
      연세보다 어찌나 젊어 보이시는지...저도 지금부터 테니스를 다시 치면
      그럴 수 있을까요? 남편이 무릎이 안 좋아서, 몇 년 전에 테니스 라켓이랑
      구비해놓고 그만 멈춘게 아쉽네요. YMCA같은 곳에 등록해서 렛슨해볼까,
      생각만 하지요. 미국 사람들, 소박하게, 서로 친절한 태도는
      미국 속의 한국인으로 사는 제게는 늘 좋아 보여요. 참 여유롭잖아요?
      노루님의 놀이터는 정과 동이 함께 있어 더 좋구요.

      • 노루2013.04.08 00:46
        어제 오후에도 코트로 오고 있던 (미국 여성) 킴이 보자마자
        어찌나 친근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던지 ... 그런데 킴도 게임하는
        것도 그렇고 젊어보여서 전혀 어느 대 나이일지 짐작이 안 되요.
        다리는 운동하는 20대 여성의 다리고요. ㅎ

        jamie 님이 테니스를 다시 치시기 시작하면 우선 더 젊었을 적 그
        기분이 되고 그렇게 즐기시다 보면 몸과 마음도 또 그렇게 되는 것
        아닐까요? ㅎ

        무릎도 적당히는 운동이 오히려 좋다고도 하지요? 복식은 별로 안
        뛰면서도 멋진 게임을 하더라고요.

    • 헬렌2013.04.11 20:31 신고

      길지 않은 글인데도 뭔가 노루님 속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노루님의 이런 글,,저는 너무 좋은데요? 자주 올려주세요..

      늘 아이 같으면서 나이가 들다...멋있어요. 그럴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고보니 평생 아이로 나이가 드는 것도, 평생 늙은 상태로 머무는 것도 모두 스스로 만드는 것인가봐요.
      '놀이터'라는 단어 자체가 벌써 놀 준비가 된 것 같잖아요. 자...이제 놀아볼까~
      저마다 행복하면 그게 행복한 사회라는 말씀도 와 닿아요.
      맨날 이렇게 즐겨도 되나? 네...맨날 행복하게 즐기세요^^

      • 노루2013.04.13 00:31

        스타벅스에 가보면, 이른 아침에도, 혼자서 또는 같이들 뛰거나 모임을 갖고서
        온 것 같은 두셋이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담소하거나 하는 걸 보는데,
        이 스타벅스가 이 사람들의 단골 행복 놀이터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 산책하는 산책로를, 그 주위 풍경을, 사랑하게 되는 것, 그런 것들이
        기본적인(바닥이 되어 바쳐주는) 삶의 행복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헬렌님네 새 동네의 그 공원이 떠오르네요. 큰 나무들이 적당히 떨어져 서 있는.
        재미있게 읽기만 하고 일단 나왔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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