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다리미 바위와 즐거운 점심
    짧은 글 2013. 1. 16. 01:45

     

     

     

     

     

     

     

    이윽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빵과 치즈와 올리브와 커피와

    오 헨리의 빨간 작은 책 앞에

    도중에 다시 일어날 일 없이 해놓고

    내가 앉는다.

    우린 다 모였다.

    올리브만 10년쯤이고 나머지는 다 아주 오랜 멤버다.

     

     

     

     

     

    덴버 교외 볼더 시의 Flatirons(다리미 바위).

     

     

     

     

    다리미 바위가 올려다 보이는 초원의 작은 집에서

    개 한 마리 데리고 오래 살아온 톰은

    정 많은 어떤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외롭지 않다.

    그 개는 그에게 한결같은 좋은 친구다.

     

    그 초원의 다른 한쪽에

    10년 넘게 개나 고양이 한 마리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수잔은

    날씨 좋은 주말이면 집 앞 피크닉 테이블에 나앉아

    다리미 바위를 올려다 보며 혼자  점심을 즐기곤 한다.

    다리미 바위는 그녀에게 말없는 좋은 친구다.

     

    우습거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 점심이, 옆에 놓인 책과 더불어, 내 점심식사의 동무가 되어 준다.

    점심 시간이 그래서 늘, 그 이상으로 즐거운가 보다.

    그리고 그것들은

    곧 나와 하나가 된다.

     

     

     

     

    -------------------------------------------------------------------

     

     

    • eunbee2013.01.18 02:01 

      담백한 식사예요. 올리브는 10년지기, 빵과 치즈와 커피 그리고 책은 더욱 오래묵은 친구.
      교수님의 맑고 담백한 멋드러진 삶의 독특한 향기가 전해져 와요.

      톰과 개한마리, 수잔과 다리미 바위, 교수님의 점심식사의 친구들.
      단촐한 것 같으나 결코 외롭지 않은... 그것으로 충분히 즐거운.
      그런 친구 만들어야 겠어요.

      오늘 또 하나 깨달았어요. 참 쉬운 것 같으나 아무나 못하는 것.

      그래서 교수님은 저의 등대, 나침반.^*^

      • eunbee2013.01.18 02:06 
        그런데 교수님, 올리브를 한 개만 드시나요?
        저는 올리브를 한공기 쯤 먹어야 직성이 풀려요.ㅎㅎㅎ

        저는 어제 하루 양식이 사과 한개, 커피 한잔, 와인 두 잔, 그리고 까멩베르치즈 두조각이었어요.
        생각난 김에 내일은 올리브를 한병 사와야 겠어요. 고소한 맛으로 골아야할텐데...걱정.
        한국에서 파는 것은 어떤 걸 골라야 고소한지 모르거든요.
        잘못 고르면 짜고 쓰고....ㅠ

        저 윗글 읽고 참으로 행복한 기분에 잠겼어요. 고맙습니다.
      • 노루2013.01.18 06:41

        절임 올리브라 짜서, 운동하고 땀 흘린 날은 두 개 아니면 한 개만
        먹는 게 습관처럼 됐네요. 저 스페인산 올리브는 샘스클럽에서 하도 싸기에
        (600그램 정도에 3불) 한 두 달 전에 처음 사서 먹어 보니 평소 먹던 검은 자줏빛의
        그리스산 Kalamata 올리브와 맛은 좀 다르지만 괜찮더군요. 값은 반의 반도 채
        안되고요.

        와인 두 잔에 치즈 두 조각에 사과 한 개에 커피 한 잔이라 ... 어느 하나라도
        더는 빠지면 안 되게 드셨네요, ㅎ

      • 헬렌2013.01.19 23:10 

        은비님 어제 하루 드신 양식을 살펴보니.... 결국 아무것도 드신게 없네요^^
        사과..이건 후식이고
        커피..이건 물이고
        와인..이것도 물이고
        치즈 두 조각..이건 안주고
        노루님 말씀대로 어느 하나라도 더는 빠지면 안되게 드셨어요ㅎ
        저렇게 먹어야 할 사람은 은비님이 아니라 바로 저에요ㅜ

      • eunbee2013.01.20 01:17 

        사과...브런치 밥
        커피...브런치 국
        와인...저녁 밥
        치즈...저녁 반찬

        헬렌님은 요리를 잘 하시고 즐기시니 하루 세 끼니를 잘 챙겨드실 권리!!!있어요.ㅎ~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해요. 내일 우리아들내외가 밥먹으러 온대요. 브런치를...ㅋ
        어서 자고 일어나서 상차려야 해요.^^ 메뉴는 소고기전골이에요.

        **교수님, 이 방이 우린 편하고 좋은가 봐요. 툭하면 와서 이렇게 즤네끼리 이야기하고...
        죄송합니다. 꾸벅~^&^

    • 헬렌2013.01.19 23:06 

      저도 노루님의 삶이 제 인생의 등대, 나침반이에요^^(은비님한테 또 혼나는거 아닌지 몰라요ㅎ)
      점심을 간단하게(저녁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요ㅎ) 드시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저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꼭 하루에 한끼만 먹고 살거에요. 다음생에 태어나면 큰일이네요ㅜ
      저는 노루님 점심 친구 중에 '커피' 얘 하나하고 친하네요^^
      올리브, 치즈 이런 얘들이랑도 친해야 하는데..단 둘이 있으면 얘기는 나누겠지만 일부러 찾아가 말을 걸 만큼
      친해지지 않으니..ㅎ

      • 노루2013.01.20 02:28

        산 속에 오두막 짓고 혼자 사는 사람이 집 들어가는 길 옆 큰 바위가 정말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이해가 될 것 같아요. 나 같으면, 그 친구는 그 친구고, 자주 밖으로
        누구 만나러 나가거나 누구를 산으로 부르거나 하겠지만요.

        독방 감옥 생활을 오래 하는 사람은 독방 벽에 사실상 정이 들지 않을까요?
        우리 뇌는 재주껏 자기를 위하는 길을 알아내는 것 같아요.

        사실, 아침엔 빵이 맛있어서, 그리고 계속 두 잔 세 잔 커피를 마시게 되니, 자꾸 더 먹게
        되려 해서 얼른 사과를 먹거나 하지요. 사 먹는 빵보다 아무래도 만들어 먹는 빵이 알차다
        보니 너무 많이 먹게 되기 쉽거든요.

    • 깜이河河2013.01.21 00:47

      넘 조금 드시는거 아닌가요?
      저도 식사량이 많치 않은 편인데 저거보다는 훨~씬 많네요 ㅎㅎㅎ
      올리브가 다섯개는 더 있어야 하구요

      울아버지 맨날 하시는 말씀.. 많이 먹으면 병 생긴다 하셨어요
      주발에 딱 한수저 남기셨거든요 엄니는 우리들 보고 살짝 이거 다 잡수시면 배가 어떻게 된다니? 하며 웃으셨지요 ^^
      울아버지 생각나게 만드시는 노루님!

      • 노루2013.01.21 03:51

        ㅎ 디저트가 또 있지요. 그리고 저 빵 두 쪽은 한국 빵집의 보통
        식빵 여섯 쪽에 해당할 걸요. 고밀도 전밀빵이거든요. ㅎ ㅎ

        그런데 먹는 건 생각 나름인 면이 많은 게, 큰 사과 하나를 두
        쪽으로 쪼개서 둘이서 한 쪽씩 먹곤 하다가 어쩌다가 혼자 하나
        다 먹든가 아니면 반 쪽 남겨 놓아야 하게 되면 약간 난감해져서
        대신 서양배 하나 먹고 말기도 하지요.

    • 호박꽃의 미소2013.01.22 08:52 

      소박한 식사라
      밥통 주머니가 엄청 불어난 이 아지매는
      후식 수준입니다.

      근데 ...하나 쪼그만거 올리브 말예요.
      짜지 않는 것은 없는지
      올리브를 김치 처럼 먹고파도
      너무 너~~무 짜서 입에 대질 못하겠더라구요.

      덴버 교외의 다리미 바위....멋져 보이네요.
      어찌 저렇게 깎아낸듯
      아래가 호수라면
      수쿠버들의 모습이 문득 생각나
      미끄럼 타고 내려오는 엉뚱한 상상도 해 봅니다.

      노루2013.01.22 13:59

      • 짠 음식은 맛 들이면 그 짠맛 때문에 더 찾는 것 같아요.
        인도의 망고 장아찌는 소금처럼 짜던데 인도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저 녹색 올리브 말고 짙은
        자줏빛 Kalamata 그리스 올리브 장아찌를 먹을 때는
        일본의 우메보시(매실 장아찌) 생각이 나요.

        짠 음식 중엔 한국의 꼴뚜기젓이 일품이지요.

        다리미 다섯 개를 나란히 세워 놓은 것 같다고, Flatirons 라고
        부르는데, 늘 혼자가 아니라서 그 밑에 까지만 갔다가 오곤 했네요.
      •  
      • jamie2013.02.01 00:33 
        말씀 도중에 끼어듭니다.
        올리브는 보통 짜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올리브를 작은 병에 옮겨서 물에 담궈 둬요.
        그러면 짜지 않은 올리브를 넉넉하게 먹을 수 있거든요.
      • 노루2013.02.01 03:51

        올리브가 안 짜면 고소한 맛만 있겠네요. 버터 대신 올리브기름을 써서
        만든 빵을 아침마다 올리브기름 찍어서 먹으니, 따로 올리브를 '넉넉하게'
        먹고 싶거나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래도 안 드네요. ㅎ

        한국에서, 특히 여름에, 등산가서 점심 먹을 때 올리브 생각이 나더군요.
        땀 많이 흘리면 염분 보충해야 하니까요.

      • 호박꽃의 미소2013.02.01 09:11 

        한국음식은 소금, 간장, 된장등 염분식품이 많아서
        굳이 염분섭취를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어요.

        건강 상담을 해 보면,
        김치랑 슴슴한 된장국이어도
        국을 즐기는 민족이라 한끼의 식사로도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가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을 될 수 있으면 멀리 하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체질상 짠음식을 멀리하고 싫어하는 분들이라면야...

        올리브 ...건강식품이라 많이 먹고 싶은데 다르게 먹을 방법이 없는지요?
        달달하게 절여도 될텐데...ㅎ

    '짧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블로그 대문 사진을 보면서  (0) 2013.03.13
    좋은 아침  (0) 2013.03.07
    내려가는 거면 더  (0) 2013.01.12
    어느 겨울날을 회상하며  (0) 2012.12.27
    빵 2  (0) 2012.12.1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