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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운다는 건
한쪽으로 모아 놓는 것
삼킬 수도 없고 소멸될 리 없는 것들
그쪽으로 몰아 넣는 것
치우고 산다는 건
그쪽을 쳐다보지 않는 것
그렇게라도 잊고 지내면서
밝게 사는 것
누구는 고해성사, 누구는 산에 가서
마음 비운다는 데
난 그저 방 치우듯 마음 치우며 사네.
나중 재가 되면 어차피 다 거름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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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2013.04.15 15:55
아, 무슨말씀인지 알 수 있기에
알면서도 나는 그것이 안되기에
더욱 마음에 와 박히는....
어제는 온 파리가 살맛났습니다.
날씨가 화창하고 따스해서.
오늘은 다시 꾸무리입니다.
이 들끓는 마음을 어떻게 치워두고 지낼까요.
그러고 싶은데, 그것 또한 훈련인가요.
도 닦임의 정도인가요.
치울 게 너무 많은 것도 아닌데, 그 한 짐 져내버리는 것이 이리도 쉽잖아요.
교수님!!-
노루2013.04.17 07:18"다 잘 할 수는 없어."
"중요한 실수를 좀 했지. 지나간 게임이야.
프로도 중요한 게임에서 실수 하는데."
"항상 '앞으로 잘 해야지'면 되는 거야."
무슨 도를 닦으려는 야무진 마음 가짐이 아니라,
이를테면, 내가 잘하지 못한 것들은 기억의 방에서
좀 치워 놓고 사는 게 나쁘지 않다는 .... ㅎ
그런데, 삶은 아마츄어 게임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게임에 뭐가 걸려 있다기 보다는 게임 자체를
즐긴다는 면에서요.
뇌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관리할 권리도,
어느 정도 능력도, 있는 것, 맞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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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의 미소2013.04.16 12:46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살림살이라,
남편의 거처에 오면
비우는 연습,
실행하는 곳이라 할까요.
언젠가 떠나 가야 할 곳이라
늘 치우고 버리고...
집착을 멀리 하려 합니다.
마음에서도 덜어내고...
젊었을적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노루2013.04.17 10:00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 안 쓰면
어쨌든 그만큼 더 자유로우니까요.
그래요, 나이 들면서는 더 너그러워지고
대범해질 수 있는 게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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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2013.04.17 23:19
마음을 치우다. 한쪽으로 밀어 놓고 쳐다보지 않는다..
방만 치우는게 아니라 마음도 치울 수 있는거였네요!
마음 치우다. 저도 마음 치울 일이 생기면 그렇게 해야겠어요. 참 좋은 방법이에요.
고립되어 살아가다보니 많은 인연들이 저절로 무디어가고 있어요.
열번 오던 편지도 한번 올까말까하고..저 역시 들었던 전화를 부질없다는 생각에 다시 내려놓아요.
한번 통화하고 나면 제 마음이 너무 시끄러워져요. 면역이 약해졌나봐요.
이거봐요.. 마음을 못치우고 사니 이렇게 흔들리잖아요...-
노루2013.04.19 01:36
생각하기에 달린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으면 대범해지기라도 해서 마음
펴고 사는 수밖에 없잖나 싶어요.
방 치우는 얘긴데, 정말 면역이 된 건지
익숙해진 건지, 안방 한쪽 'ㄱ'자 구석에
지난 몇 달 사들인 책들로 열댓 권 높이의
'ㄱ'자 성이 쌓여 있는데 한동안 하던 책장
생각도 이젠 안 하게 되요. '정든 풍경은 다
아름답다'가 될 판이예요. ㅎ -
eunbee2013.04.19 04:50
두 분 대화 엿들으며
울고 있는 이내심사...
두 분 대화 아름다워요. [비밀댓글] -
노루2013.04.20 00:20
!!??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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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2013.04.20 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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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이河河2013.04.20 08:58
꼭 저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한켠으로 치워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맨날 보고 들추며 마음 불편하게 살고 있었네요
해결도 못하믄서요
주욱 밀어놓고 쌓아놓고 잊어야겠습니다
내 손으로 안돼는 일 바라보고 소화안돼 소화제만 찾고 있었습니다
잊어야 한다는 소화제가 있었네요
얏호~~~오늘부터 ~~실시!! ㅎㅎㅎ노루2013.04.20 23:53'잊음이 소화제'라, 역시 소연님 표현이 정곡을 찔러요. ㅎ
그리고, 건강에 소화는 기본.
사실 '제36계'가 때로는 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건 일리가
있지요. 그건 역시 비겁한 거다,도 일리가 있지만요. ㅎ
사람 마음이 강할 때도 있지만 참 약하잖아요. 남의 마음이나
내 마음이나를 좀 북돋아주고 밝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건
좋기도 하고 필요도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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