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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과 시간
    짧은 글 2013. 9. 10. 00:46

     

              고양이 한 마리
              열린 문 틈새로 밖을 보며 앉아 있다.

     

     

              아이가 된 노인이
              커튼 한 쪽을 한 손에 말아 쥐고 창가에 서 있다.

     

              산염소 한 마리
              로키산 바위 위에 서서 아래를 보고 있다.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걸까.
              시간을 느낄까.

     

     

     

     

     

     

     

    * jamie 님의 포스팅 '궁금한 고양이'에 달았던 댓글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산염소(mountain goat) 사진을 올려 놓고 싶기도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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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nbee2013.09.10 08:57 

      나는 어쩌면
      바위 위에서 먼데 바라기하는
      외로운 산염소 한 마리

      나는 어쩌면
      문틈으로 세상을 엿보는
      조심스런 고양이 한 마리

      나는 어쩌면
      푸른 하늘을 날며 노래부르고픈
      목 쉬어버린 갈가마귀 한 마리.



      옆으로 지나가는 시간들이
      내 어깨에 잠시 손을 얹고는
      인사도 없이 떠나가 버린다.

      시간은
      이미 내것들이 아니다.

      • 헬렌2013.09.10 17:21 

        조용히 맘 속으로 감탄하며 느끼고 갑니다.
        저한테는 노루님의 시와 은비님의 답시가 세상 어느 시인의 시보다 더 멋진걸요!

      • 노루2013.09.11 00:40

        ㅎ ㅎ
        더도 덜도 말고 헬렌님의 시평만 같아라.
        더도 덜도 말고 우리 헬렌님만 같아라.

      • 노루2013.09.11 00:43

        eunbee 님의 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읊을수록
        더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되거나 말거나 운'을 떼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jamie2013.09.10 10:25 

      와우!!
      노루님, 은비님,
      오늘은 멋진 싯귀를 줄줄 읊으시네요.
      감탄입니다!

      • 노루2013.09.11 01:02

        '푸른 하늘을 날며 노래부르고픈' eunbee 님의 시심에
        바람만 잡아 드리면 되는 것 같아요.

        얼핏 수수해 뵈면서 eunbee 님의 시가 읽어볼수록 참 좋아요.
        좋은 시들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요.

        혼잣말 하듯 한 포스팅에 이렇게 좋은 시를 올려주시는 게
        고맙고 기쁘네요. 블로깅의 즐거움이 이런 거겠지요?

         

    • 헬렌2013.09.10 17:54 신고

      염소털이 하얗고 깨끗한 것이 백곰인 줄 알았어요.
      로키산에 사는 산염소는 '도인'느낌이 나네요. 세상 다 깨친 듯한 눈빛으로 내려다봐요.
      그려..그려.. 인간들 잘 논다~~ 이러면서.

      생각이 없어서 도인이 된 동물들.
      생각하는 능력을 없애면 인간도 도인이 될까요?
      생각이라는 능력 때문에 때로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요.

      • 노루2013.09.11 01:29

        흰 털과 까만 뿔이 산염소의 특징이라네요.
        에반스산의 4000미미터 고지에서 산염소 떼를 본 적이 있어요.

        같은 상황에서 보다 풍성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마음이면서,
        또 모든 인간 악이 결국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보면, 정말 마음도
        우리에겐 '불 조심' 불이네요.

    • 깜이河河2013.09.22 13:53 

      마치 ...제 마음을 훔쳐보신 것처럼 노루님, eunbee님이 여기에 계시네 하고 뜨끔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나를 보게 해 주시는 ....
      여기 모인 분들은 제가 헉헉 거리며 쫒아갑니다 ㅎㅎㅎ

      음....노루(제눈엔 산염소가 그렇게 보여요)님이 저기서 내려다 보고 계신것 같아요
      멋진 글들을 읽고 갑니다

      노루2013.09.23 04:06
      eunbee 님의 시가 이 포스팅을 살려 놓았어요.

      저 산염소는 저기 서서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앞으로 내려가자니 무서워서 발이 안 떼지고
      되돌아갈 생각도 못하고 그저 그러고 서 있는 것
      아닐까요? 아닐라나. ㅎ ㅎ
    • 노루2013.09.23 23:26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조급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의 하염없는 자세를 보면서 그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결국, 답답해 할 수 없는 것들은
      평온하게 기다릴 줄을 배워야 합니다.

      때론 나무처럼 서 있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 호박꽃의 미소2013.09.25 00:08 

        정말 그런가 봐요.
        제가 노루님의 답글을 달고 있네요.
        마치 쥔장 처럼요...ㅎㅎ
        기다림을 모르는 이는 조급증 환자 처럼 보여서
        품위가 떨어져 보여요.
        카폐에 앉아서도 손에 책이라도 들었다면 모르되,
        문 쪽을 뚫어져라 쳐다 보는 모습도 별루이고요.
        느긋하게 기품있게 여유로움을 부릴줄 아는 이가
        진정한 신사, 숙녀의 품위가 아닐까 한다는...
        제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ㅎㅎㅎ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송편은 만들어 드셨는지....
        저희는 형님께서 날라다 준 떡이라도 맛을 보았거든요.
        고마운 마음이라 맛도 일품이었어요.
        약간은 딱딱하니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기에 입맛엔 딱 이여요.

    노루2013.09.26 00:35

    미소님, 맞아요.
    조급증과 품위, 안 어울리는 것 맞아요.
    그런데
    저 산염소가 어서 고개를 돌리기를
    망원렌즈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의 마음이
    돌부처 마음 되기는
    아주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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