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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 마리
열린 문 틈새로 밖을 보며 앉아 있다.아이가 된 노인이
커튼 한 쪽을 한 손에 말아 쥐고 창가에 서 있다.산염소 한 마리
로키산 바위 위에 서서 아래를 보고 있다.무슨 생각들을 하는 걸까.
시간을 느낄까.* jamie 님의 포스팅 '궁금한 고양이'에 달았던 댓글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산염소(mountain goat) 사진을 올려 놓고 싶기도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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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2013.09.10 08:57
나는 어쩌면
바위 위에서 먼데 바라기하는
외로운 산염소 한 마리
나는 어쩌면
문틈으로 세상을 엿보는
조심스런 고양이 한 마리
나는 어쩌면
푸른 하늘을 날며 노래부르고픈
목 쉬어버린 갈가마귀 한 마리.
옆으로 지나가는 시간들이
내 어깨에 잠시 손을 얹고는
인사도 없이 떠나가 버린다.
시간은
이미 내것들이 아니다. -
jamie2013.09.10 10:25
와우!!
노루님, 은비님,
오늘은 멋진 싯귀를 줄줄 읊으시네요.
감탄입니다!-
노루2013.09.11 01:02
'푸른 하늘을 날며 노래부르고픈' eunbee 님의 시심에
바람만 잡아 드리면 되는 것 같아요.
얼핏 수수해 뵈면서 eunbee 님의 시가 읽어볼수록 참 좋아요.
좋은 시들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요.
혼잣말 하듯 한 포스팅에 이렇게 좋은 시를 올려주시는 게
고맙고 기쁘네요. 블로깅의 즐거움이 이런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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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털이 하얗고 깨끗한 것이 백곰인 줄 알았어요.
로키산에 사는 산염소는 '도인'느낌이 나네요. 세상 다 깨친 듯한 눈빛으로 내려다봐요.
그려..그려.. 인간들 잘 논다~~ 이러면서.
생각이 없어서 도인이 된 동물들.
생각하는 능력을 없애면 인간도 도인이 될까요?
생각이라는 능력 때문에 때로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요.-
노루2013.09.11 01:29
흰 털과 까만 뿔이 산염소의 특징이라네요.
에반스산의 4000미미터 고지에서 산염소 떼를 본 적이 있어요.
같은 상황에서 보다 풍성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마음이면서,
또 모든 인간 악이 결국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보면, 정말 마음도
우리에겐 '불 조심' 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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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이河河2013.09.22 13:53
마치 ...제 마음을 훔쳐보신 것처럼 노루님, eunbee님이 여기에 계시네 하고 뜨끔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나를 보게 해 주시는 ....
여기 모인 분들은 제가 헉헉 거리며 쫒아갑니다 ㅎㅎㅎ
음....노루(제눈엔 산염소가 그렇게 보여요)님이 저기서 내려다 보고 계신것 같아요
멋진 글들을 읽고 갑니다노루2013.09.23 04:06eunbee 님의 시가 이 포스팅을 살려 놓았어요.
저 산염소는 저기 서서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앞으로 내려가자니 무서워서 발이 안 떼지고
되돌아갈 생각도 못하고 그저 그러고 서 있는 것
아닐까요? 아닐라나. ㅎ ㅎ -
노루2013.09.23 23:26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조급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의 하염없는 자세를 보면서 그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결국, 답답해 할 수 없는 것들은
평온하게 기다릴 줄을 배워야 합니다.
때론 나무처럼 서 있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호박꽃의 미소2013.09.25 00:08
정말 그런가 봐요.
제가 노루님의 답글을 달고 있네요.
마치 쥔장 처럼요...ㅎㅎ
기다림을 모르는 이는 조급증 환자 처럼 보여서
품위가 떨어져 보여요.
카폐에 앉아서도 손에 책이라도 들었다면 모르되,
문 쪽을 뚫어져라 쳐다 보는 모습도 별루이고요.
느긋하게 기품있게 여유로움을 부릴줄 아는 이가
진정한 신사, 숙녀의 품위가 아닐까 한다는...
제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ㅎㅎㅎ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송편은 만들어 드셨는지....
저희는 형님께서 날라다 준 떡이라도 맛을 보았거든요.
고마운 마음이라 맛도 일품이었어요.
약간은 딱딱하니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기에 입맛엔 딱 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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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2013.09.26 00:35미소님, 맞아요.
조급증과 품위, 안 어울리는 것 맞아요.
그런데
저 산염소가 어서 고개를 돌리기를
망원렌즈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의 마음이
돌부처 마음 되기는
아주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