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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질
    이런저런 2013. 9. 17. 12:06

     

    일은 즐겁다.

    즐겁지 않은 일을 빼고 그렇다.

     

     

    하고 싶은 일.

    재미 있는 일.

    성과가 눈에 보이는 일.

    생산적이거나 변화를 가져오는 일.

    일을 했다는, 기여했다는, 느낌을 주는 일.

    가벼운 일이면서도 그런 느낌을 주는 일.

    당장은 크게 눈에 안 띄어도 '천천히, 꾸준히가 이긴다'가 확실하게 맞는 일.

    몸 운동도 되는 일.

    운동이 될 뿐더러 숨 가쁘고 땀 흘리는 운동이 되는 일.

    심심하거나 처져있는 시간을 알지 못하게 하는 일.

    짜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일.

    투박하고 성능 좋은 값싼 도구를 써서 해내는 일.

     

     

    이런 일들이 즐겁다.

    즐겁지 않은 경우를 빼고 그렇다.

     

     

    떠오르는 대로 늘어놓은 항목들에,

    책 읽기도 그게 취미면서 일인 사람에겐 몇 가지 해당되겠지만,

     내 경우 거의 다 해당되는 게 있다.

     

     

    톱질이다.

     

     

    20년 넘게 써온 내 작은 톱은

    '정이 들고 갈수록 맘에 드는 물건들' 그 목록의 첫 페이지에 속한다.

    한 손으로 켜는, 전체 길이는 두 뼘 반쯤, 눈썹 모양의 멋진 톱이다.

    한 손에 착 잡히는 D자형 나무 손잡이를

    힘을 더 주거나 보다 안정되고 정확한 톱질을 할 때는 두 손으로 잡고 켠다.

     

     

     

     

     

     

     

    싸늘한 아침, 한 손에 톱 자루를 쥐고 뒤뜰로 나선다.

    어제, 그제 비가 오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난다.

    한낮 테니스 차림이다. 금방 몸이 화끈해지고 땀이 날 테니 말이다.

    나무 하나를 지면과 같은 높이로 자르는 작업이다.

    그그저께 잠깐 땅을 파헤치고 톱질은 반쯤만 하고 남긴 걸

    오늘 마저 끝낼 생각이다. 15분이면 될 것 같다.

     

    다시 들어와서 디카를 들고 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와 등산에 관한 사진은 많은데

    톱질에 관해서는 한 장도 없는 게 생각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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