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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다 읽은 'The Outline Of History'책 읽는 즐거움 2013. 9. 27. 00:29
작년 11월 말에 산 두 권으로 된 H. G. Wells 의 The Outline Of History (1956)를 언제부터 읽기 시작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세 주 전에야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Arnold Toynbee 의 A Study Of History : The First Abridged One-Volume Edition (1972) 을 끝내기 전엔 다른
책 읽기는 미루기로 마음 먹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일단 토인비의 '연구 Study'에 앞서 웰스의 '개요 Outline'은
읽고 보자, 로 마음이 바뀌었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된 건 웰스의 책을 높게 평가한 토인비의 ('연구'에서의) 언급
때문이었다.
맛있는 건 아껴 먹어야 하듯 웰스의 책은 한 번에 많이씩 읽을 수 없었다. 몇 페이지만 읽어도 가벼운 흥분이 이는
충족감을 느끼곤 했다. 하여튼, 그러다 보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다른 책들을 사이사이 먼저 읽게 되고, '개요'가
그렇게나 오래 걸렸다.
웰스의 '역사 개요'는 큰 물음 '사람과 사람의 삶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또는 보다 간단히 '인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역사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책이란 게 내가 받은 인상이다.
책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생활과 제도나 관습에 아득한 과거를 살고 있는 면이 여전히
있는 것을, 그리고 오늘날의 광범위한 정치나 종교 또는 사회적 논제들을 인간 군집 초기 단계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 없이는 거의 이해할 수 없음을 점점 더 분명하게 보게 됐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기원을 포함한다."
지금 이 순간 생가나는 두 가지: 어제 NHK TV 프로그렘에서도 본, 한인과 일본인 사이의 독도 영유권 분쟁; 조금
전에 뉴욕타임즈에서 읽은, 이란 대통령이 전임자와는 반대로 홀로코스트(Holocaust 나치스의 유태인 대학살)를
인정했다는 보도에 따른 이란의 반향.
웰스의 인류 역사에서는 과학, 그리고 주요 종교(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원래 정신이 빛이고 제도 종교의 부패,
국가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마키아벨리즘 따위는 어둠이다. 나폴레옹은 "인간사의 전반적인 전진에 거의 무의미
였다; 방해였고 잠재악에 대한 경고였고 악성 전염병의 세균 같은 것이었다."
학생 시절에 될수록 일찍 읽으면 좋을 책 '딱 하나'를 이젠 말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이 책, H. G. Wells 의
'The Outline Of History' (또는 그 번역서)이다.
* * *
예일대 역사학 교수 Paul Kennedy 가 일생을 변화시킨 책으로 Geoffrey Barraclough 의 'An Introduction to
Contemporary History' (1964)를 꼽으면서, "Barraclough 는 큰 물음을 물었다. 점점 더 좁은 전문가의 시대에
그는, 사람들이 H. G. Wells 나 Gibbon 또는 Toynbee 를 떠올리는 그런 류의 '큰 역사'를 살려냈다" 고, 그리고
자신의 저서 'Preparing for the Twenty-first Century' (1993) 와 (유엔에 관한) 'Parliament of Man' (2006) 도
큰 물음, 큰 주제를 다룬 책라고 쓴 걸 어느 책에서(*) 읽었다. 이 세 책들이 긍금하다. 일단 마음에 메모해 놨다.
* The Book That Changed My Life, edited by Roxanne J. Coady & Joy Johannessen, 2006.
* * *
안방 한쪽에 일 년 넘게 성벽을 쌓고 있던 책들이 다 책장에 올라 앉았다. 혼자서 5, 6단 책장을 차에서 내려
방으로 들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단념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생각해 보니 쉬운 방법을
잊고 있었던 거여서 마침 그 주말쯤 테니스 치고 오는 길에 눈에 띈 'Estate Sale'에서 5단 책장을 20불에 샀다.
거기서 일하는 한 사람의 도움으로 차에 싣고, 집에 와서는 카드보드 조각을 이용해서 책장을 쉽게 차에서
내려 안방 제 자리에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부엌 카운터에 우선 읽을 책들이라고 쌓아 놓은 것들이 그새 또 하나 낮은 성벽을 이루고 있다. 3단 책장
하나를 채울 만큼이다. 안방 벽난로를 막고 그 앞에 낮은 책장 하나를 세워둘 수 있을 것 같다. 테니스 치러 갈 때
한동안 주말엔 'Estate Sale' 표지를 살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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