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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운 감자와 Brussels sprout
    이런저런 2013. 12. 28. 02:39

     

    1.

     

     

    어렸을 적, 굽거나 쪄서 소금 쳐서 먹던 감자는

    아린 맛이 강했다. 구운 감자가 참 맛있다는 걸

    미국 와서 처음 알았다. 감자가 다 한가지가

    아닌 것도 그때 알았다.

     

    전자오븐에서 갓 구워낸 뜨거운 감자를

    길이 방향으로 반으로 갈라서는 하나씩

    수저로 속을 파먹는다. 몇 년 전 부턴 버터 없이

    그냥 먹는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모락모락 김 나는 보송보송 흰 속살을

    삽질로 구덩이 파듯 파먹는다. 너무 맛있다.

     

    순수한, 감자의 맛과 향에 맛 들인 거다. 몸이

    포타시움(potassium) 성분을 챙긴 걸까.

     

    청순한 이미지와 짙은 화장 (얼마큼 서로 겹치는지).

    그냥과 버터 발라 먹던 구운 감자의 맛 차이를

    지금 그렇게 느낀다. 왜 더 좋은 비유가 안 떠오르지?

     

    누구는 토불이(身土不二)

    나는 해바라기다. 좋은 게 좋다.

    몸에 좋은 거, 풍부가 배인 단순에 정이 간다.

    정 들고 맛 들여진다.

     

    좋은 거지만 생경한 것들은

    맛 들이기에 달렸다, 그건 내겐

    유쾌하고 고마운 발견이었다.

     

    삶의 맛도

    그럴 것 같다.

     

     

     

     

     

     

     

     

     

     

    2.

     

     

    먹어보기도 전에

    처음부터 개념이 맛 들이게 한 건

    Brussels sprout

    배추 한 통이 들어앉은 배추 알.

     

    스팀한 브러설즈 스프라우트

    그 고소하고 순박한 맛을

    이렇게 즐길 때마다는,

    세상엔 별 좋은 게 다 있구나,

     

     

     

     

     

     

    스팀한 Brussels sprouts 에 루이지아나 핫소스.

     

     

     

     

     

     

     

                                                

                                                       Vincent Van Gogh, The Potato Eaters (감자 먹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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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llad (세래드)2013.12.28 08:03 

      "세상에 별 좋은게 다 있구나" ......,그렇게 쭈욱 즐기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살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엄청 짧거든요! 흑~흑^^

      • 노루2013.12.29 00:08

        별나게 좋은 것들이 많아요. 어떤 젊은 여 교수가 자랑도 하고
        그걸로 사진도 찍어주던 미니 아이패드도 그런 거더군요. ㅎ

    • jamie2013.12.28 10:14 

      저도 요즘은 입맛이 자꾸 단순해지는게...맵고 짠 것을 덜 좋아하게 변하네요.
      저 탁구공만한 양배추, 저는 쪄서 초고추장에 찍어먹기도 해요.
      핫소스만 있으면 대강 어떤 음식도 먹어지구요. 아보카도와 핫소스도 잘 어울려요.
      노루님의 구운 감자 사랑을 접하니 저도 아이다호 감자 사다 조렇게 얌냠
      파먹어야겠어요. 거기다 핫소스 뿌려도 괜찮을 듯해요.

      새해에도 즐겁게 운동하며 건강하시고요, 복 많이 받으세요~

      • 노루2013.12.29 00:48

        나이 들면서 더욱 좋은 식품 중에 하나가 감자인 것 같더라고요.

        새끼손가락 끝 마디만 한 포타시움 알약을 매일 한 알씩 먹어야
        한다는데, 너무 알이 커서 안 넘어 간다고, 안 먹기로 했다는 어떤
        사람 보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오메가-3 영양제도 그 보단
        연어구이 자주 먹는 게 나을 것 같고요. 요 며칠 전엔 NYT에서,
        녹차 성분 정제한 영양제(?) 먹고 생명이 위태로워진 기사도 읽었구요.

        프로 쿼터백으로 키운다고 아들에게 매일 아보카도 한 개씩 먹였다던
        어느 아버지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jamie 님도 늘 건강하시고, 새해에 기쁜 일들이 더욱 많기를요!

    • eunbee2013.12.28 15:18 

      감자, 제가 무척 좋아하는 감자.
      구운감자,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버터넣은 감자도 얼마나 맛있다구요.
      뜨거운 감자속에서 살살 녹고 있는 버터. 버터가 배어나오는 감자의 말랑한 속살.ㅎ
      그러나 교수님의 청순한 이미지와 짙은 화장 차이로 비교되는 맛의 느낌, 그 깊이..저도 알아요.^*^

      고구마보다 감자를 더 좋아하는 저랍니다.
      은비엄마도 감자를 더 좋아한다면서, 자기가 고등학교 다닐때 선생님이 고구마보다
      감자 맛이 더 좋다는 사람은 철이 든 거야, 라고 말했다던 그이야기가 생각나네요.ㅎ

      브로컬리 김치는 자주 먹으면서, 덴버김치라고 이름붙여 놔서 좋아요.
      그런데 저 루이지애나 핫소스를 아직도 못 만났지 뭐예요.

      노루2013.12.29 01:12
      제목도 바꿨지만, 본문에서 단어 한둘을 바꿔주니, 제게는,
      훨씬 부드럽게 읽히네요. 한번 다시 읽어봐 주세요. ㅎ ㅎ

      버터가 맛과 향을 보태주는 게 사실 많지요.
      크로쌍, 파이, 감자구이, 생선구이, ....
      집에 버터가 있으면, 이따끔씩은, 구운 감자에 버터 넣어
      먹어보기도 할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
      그리고 몇 년 째 집에 버터나 마가린이 아예 없거든요. 빵을
      만들 때나 먹을 때나, 생선구이에나 이젠 늘 올리브 기름이지요.

      춘천 GS 마켓에서 루이지아나 핫소스를 산 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모르겠네요.

      은비 어머니 얘기 재밌어요. ㅎ ㅎ
    • 새파람2013.12.29 20:30 

      사람은 미각보다는 후각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 다고 하더군요~
      그 시절 감자의 향기가 그리워지신게 아닌지요? ㅎㅎㅎ

      • 노루2013.12.30 23:03

        그런 것 같네요. 한국에서 먹던 구운 감자 맛은 생각 안나는데
        구울 때의 냄새는 기억이 나네요. '그 시절'이란 말에 생각이
        나서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을 맨 아래에 추가했습니다.
        꼭 관련이 없어도 그런 그림들을 블로그에 올려놓고 (나중에도)
        보는 게 좋아서요.

    • 파란편지2013.12.29 21:59 

      6.25 전쟁 때 강원도에서 우리집으로 피난 온 사람들의 노란 조밥을 보고 그걸 먹고 싶어 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의 주선으로 딱 한 번 쌀이 섞인 보리밥과 바꿔 먹어 보고는 보기와 다르구나 했고,
      그 이후로는 오랫동안 하루에 한 끼는 굶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것도 보리밥은커녕 감자, 고구마, 국수 같은 걸 먹을 수 있을 때는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지내서인지 몇 년 전까지는 보리밥이 좋으니 감자, 고구마가 고급식품이라느니 국수는 역시 칼국수가 제격이라는 사람들을 보면 '저이들이 고생을 해보지 않아서 뭘 모르는구나' 했고, 그런 음식은 먹기가 싫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어릴 때 먹던 음식들을 최근까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감자도 마찬가지여서 아내가 즐겨 먹어도 쳐다보지도 않다가 최근에 드디어 손이 가기 시작했고, 양식을 먹을 때 나오는 그 감자구이는 특히 그럴 듯하구나 하게 되었습니다.
      노루님의 글을 몇 번 읽었습니다. 자꾸 그 생각이 나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 노루2013.12.31 00:12

        미국에선 곡물 중에서도, 그리고 감자, 고구마에 비해서도, 쌀이 가장 싼 것 같아요.
        저흰 늘 여기 'long grain' 쌀을 먹었는데 12 kg 에 10불 정도 (수입 한국 쌀은 아마
        많이 비쌀 거고요), 우리가 사다 먹는 고구마는 보통 1 kg에 2불, 굽기용 감자는
        1 kg 에 3불쯤. 요샌, 사정이 있어서 밥 대신 늘 빵인데, 빵에 비하면 밥은 거의 공짜란
        생각이 들어요. 하여튼, 하루에(끼니마다, 라기보다) 섭취할 탄수화물을 이런 것들 중
        아무거나 하나나 또는 섞어서 먹는 것으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지내지요.

        우리 나라 식당의 그 '영양밥'이 생각나네요. 밤이 들어 있기도 하고, 정말 몸에 좋을 것
        같아요. ㅎ

        예전엔 귀하던 식품들이 넘쳐나는 건 좋은 거지요. 그런데, 한우를 찾는 어떤 사람들에겐
        스펨('SPAM')도 인기가 있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리더라고요. 고급(그러니까 'fat' 성분이
        적은) 햄이라면 몰라라, 스팸은 보통 최하급 육류잖아요.

    • 베로니카2014.01.15 19:46 

      아 저그림을 저도 엄청 좋아하는데요
      올려주셧네요(~)
      블을 하도 쉬어서인지 인사여쭙기도 어색하고 그르네요 ..
      올해도 좋은 블이웃이될지 저가 좀 바지런을 떨어야하는데요
      올해도 건강하시고 좋은일 만땅있으시길 바랍니다 (빵긋)

      • 노루2014.01.16 00:21

        베로니카님 반가워요.

        그림을 블로그에 하나씩 올려 놓으면 나중에 또 보게도 되고
        좋은 거 같아서요. 저 석유 램프가 통일감을 주네요.

        베로니카님도 올해 늘 건강하시고 농장도 잘 되고 작품 활동에도
        큰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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