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xine Kumin 의 시 'Getting There 거기 가기'시 2014. 2. 9. 06:29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 (원문) 제목을 클릭하세요.)
Chagall, Jacob’s Dream and the Ladder to the Self
거기 가기 Getting There
1929년 '국제 무신론자 대회'에 참가한 막심 고리키에 감사하며.
By Maxine Kumin
착한 무신론자들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하늘에 마련해 두신 특별한 곳이 있다고,
내 열렬한 팬 마가렛의, 사제 같은 오빠가 안심시킨다.
거기 가게 될 것 같다고 들으니 난 마음이 놓인다고
대답한다. 사탄이 저 타워들을 무너뜨려내린 이래
교회로 밀어닥치는 군중들과 모든 행사에서의 공중 기도로
판단컨대, 거긴 내 생각에,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을 거다.
바로 지금은 우리 주님을 감히 큰 소리로
드러내어 안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버나드쇼와 막심 고리키여,
내 자리 하나 맡아주시오. 나는 그대들과 함께 하리다.
아침에 (온라인) 뉴욕 타임즈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여성 시인 Maxine Kumin 이 그저께 목요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녀의 시, 우선 눈에 띈, 한 편을 읽고서 옮겨봅니다.
* '타워들(Towers)'은 9/11의 무역센터 'Twin Towers'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가
쓰여진 시기를 확인할 수 없었음.
-----------------------------------------------------------------------------------
-
노루2014.02.09 11:08
거기 가기, 거기로 가기, 그리로 가기, 그 곳에 가기, ...
어떤 제목이 좋을까요? -
eunbee2014.02.09 23:40
'거기 가기'는 구어체 맛이 나고요.
'그곳에 가기'는 좀 더 교과서적 맛이 나요.ㅎ
샤갈의 그림을 생각한다면 '거기 가기'가 더 좋아요. 저는.
저는 Maxine Kumin 께 '내자리 하나 맡아 주세요'라고 부탁해야 겠어요.
검색해 보니 수수한 모습의 다정한 인상이던데, 청을 잘 들어 주실 것 같아요.ㅎ
시인의 시도 좋지만
샤갈의 그림도 참으로 맘에 들어요.
동화적인 그림을 보니, 어린애 처럼 기분이 해맑아 집니다.
동심에 사다리를 걸쳐 두고 살면 좋겠구나,합니다.^^-
노루2014.02.10 00:39
쉬운 단어로 된 구절이 정말, 더 번역하기 어려운 적이 많아요.
'거기 가기'는 좀 딱딱하게 들리고, '그리로 가기'는 또 좀 가벼운 것 같고. ㅎ
샤갈의 같거나 비슷한 제목의 그림이 또 있던데, 저게 더 단순해
보여서요. 다른 그림은 사다리에 천사들이 몇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고요. 그건 '신도용' 사다리인 것 같아서 ... ㅎ
-
-
파란편지2014.02.11 15:58
우선!
제가 열심히 모은 샤갈의 그림책에서 볼 수 없었던 저 그림을 보고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아, 위대한 샤갈!
아이들 같으면 이렇게 외쳤을 것입니다. "샤갈이여, 영원하라!!!"
멋진 시 잘 번역해 주셔서 읽을 수 있게 해주셨네요.
참 은혜로운 일입니다!
저 타워가 무역센터 트윈타워일지 모른다니,
그렇다면 참 엄청난 시입니다. Maxine Kumin이 누군지는 모르는 형편이지만.
'아직' 혹은 '아직도' 종교를 갖지 못한 못난 주제인데도
'뭐 괜찮을 수도 있겠네?' 싶어지는 걸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가 호되게 당할지라도.-
노루2014.02.12 01:10
우선, 저 샤갈의 그림 제목에 '하늘에 이르는 사다리'가 아니고
'자아에 닿는 사다리'인 게 눈에 뜨이더군요.
시 내용으로 봐서, 그리고 대문자로 Tower 인 것과 미국의 어느 기독교 교파에서
그 사건을 사탄의 짓으로 특히 강조했던 점으로 봐서도, 트윈타워가 틀림없을 겁니다.
원문에선 rhyme(운韻) 같은 것으로 해서 시적 운율을 느낄 수가 있는데, 번역에선,
저 같은 경우엔, 그저 줄 가르기 정도로 해볼 따름인데 그러다 보니 자꾸 조금씩 바꿔보게
되요. 지금 또 그랬고요. ㅎ
뉴욕타임즈에는 유명 문인들의 별세 기사가 실리곤 하는데, 그 작가의 작품 경향이라든가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서 참 읽어볼 만하지요. 저 시인도 그렇게 처음 알게 됐고요. -
노루2014.02.12 01:46[덧붙임]
막심 고리키를 언급한 것이 시의 분위기에 보태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전 일리노이대학 책 세일에서 사서 읽고는 찜찔해서 집에서 없앤
책이 고리키의 소설 'Mother'였는데, 지금은 한국에서도 그 책의 번역판이
나와 있을 것 같고 그러면 읽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공산주의를 전혀 모르는
어머니가 아들이 그걸 위해서 순교하는 걸 보고는 자신의 여생을 공산주의
전도사로 바치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만 지금 기억이 나요.
9/11 과 종교(어떤 종류이든) ....
9/11 도 알카이다에겐, 말하자면, '천당을 보장 받는 순교' 행위 아니었나요? -
파란편지2014.02.12 09:11
고리키는 누가 봐도 참 멋진 작가가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무슨 오페라 원전을 찾으려고 교보문고를 뒤지다가 실패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Mother를 찾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아, 어머니란 참...
9.11과 알카에다.
말들은 신의 모습을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말의 모습으로 그릴 것이므로
저로서는 잘 모르겠다고 해야 할지...(ㅎ) -
노루2014.02.12 12:07고르키의 'Mother'는 제가 그 책을 읽었을 땐 거의 확실히 불온서적이었을 거예요. ㅎ
적어도, '걸리버 여행기'의 (Part III) 말들(책에서는, Houyhnhnms)의 나라에는 신이나
종교가 없는 것 같은데요. ㅎ
지금 생각이 나서 책을 펴보는데, Houynhnhnm 는 죽을 때가 된 걸 알면 외딴 곳으로
죽으러 가고 그때 작별인사를 하는 친구와 친지들은 "기쁨도 슬픔도 표현하지 않는다"고,
신이나 어떤 의식에 대한 언급 없이, 쓰여 있네요.
이런 얘기도 있네요. "Houyhnhnms 사이에서는 우정과 자비가 두 가지의 주된 덕이고
이런 것들은 특정 대상에게만 아니라 전 마류(馬類)가 대상이 된다. 가장 먼 지역에서 온
말도 가장 가까운 이웃(말)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17세기에 태어난 사람인 조나단 스위프트가 이런 생각을 한 걸 지금 다시 읽으니
느낌이 또 틀려요.
걸리버 여행기 얘기를 길게 쓴 건, 답글이라기 보다, 그냥 저를 위한 메모로 적어놓고
싶어서요. -
파란편지2014.02.12 14:40
얼른 나가서 우선 번역본 Mother를 구입해 왔습니다.
지난번에 말씀하신 <지구의 정복자> 옆에 세워 놓으니 우린 서로 다른 종족이라는 듯한 표정입니다. ㅎㅎ
제가 이러다가 지식인 냄새를 풍기게 될까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
가령 <만들어진 신> 같은 책을 읽고 읽은 표시를 하니까
종교인들에게 대어들었다는 말을 듣게 될까 싶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이 사회는 그런 사회가 분명합니다. 자칫하면...... -
노루2014.02.13 00:57
고르키의 'Mother'는 당시 호기심에서 읽었는데 재미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없습니다. 파란편지님
혹시 독후감을 쓰시거나 하시면 읽어봐야 겠어요. ㅎ
아, <만들어진 신>을 읽으셨네요. 그 책인가 보다 했는데, 도킨스의 <The God Delusion 신에 대한
잘못된/가짜 믿음>이 맞네요. 뉴욕타임즈 서평은 책이 나오는 전날쯤에 실리기를 잘 하니 저 책 평을
읽은 게 그때쯤이었을 텐데, 파란편지님처럼 얼른 나가서 사지를 못하고, 결국 얼마전에 또 단골 동네
도서관에서 샀어요. 아직 읽기 시작도 안 했고요.
도킨스를 유명하게 만든 (그의) 책 <The Selfish Gene>의 그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안 좋아하지만, 어쨌든 그의 책은 한 권은 더 읽어볼 생각을 하게 돼요. (실은,
비슷한 얘기를 같은 저자에게서 너무 자주 듣는 건 내키지 않아서, 한 권만 더 읽을 생각이었는데,
<The God Delusion>을 사게 될지 모르고 그 바로 며칠 전에 같은 곳에서 도킨스의
<Unweaving the Rainbow>를 샀네요, 4불씩이니 책값은 상관없지만요. ㅎ)
-
-
eunbee2014.02.25 13:52
샤갈의 사다리가 보고프면 한참씩 이포스트에서
앉아있습니다ᆞ집으로 가는 길ᆞ뽀얀 미세먼지는 고향으로부터 차를 달린지 한시간 여를 넘겨도 사뭇 마찬가지이네요ᆞ아마도 전국토를 뒤덮은 모양이에요ᆞ이웃을 잘 둬야 신세가 편합니다 ㅎᆞ공기가 저러하니 파란 하늘은 아예 포기입니다ᆞ샤갈의 사다리를 마음에 걸쳐두길 잘했습니다ᆞ오늘 새벽엔 잠에서 깨어나니 4시를 막 넘긴 시각이었지요 ᆞ교수님네 뒤꼍에 와서 노는 여우가 생각나더니 보고싶어 지기도 하였습니다 토끼도 찾아오는 그곳이 소설 또는 동화속 풍경 같이 한 폭의 그림으로 떠올라습니다 ᆞ샤갈 사다리도 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하며 이런 이야기 쓰다보니 귀가길 반 너머 채웠답니다-
노루2014.02.25 23:38
저런 '단순한' 그림에서는 표의문자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문득, 적벽대전 전야에 제갈량과 주유가 말 없이 손바닥에 쓰인 '火'자를
서로 펴보임으로 주고 받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ㅎ
황사 문제는, 거대한 중국이 그런 나라다운 거대한 노력으로, 20년이 걸리든
더 걸리든, 해결해야 할 것 같아요.
eunbee 님 귀가길이, 주말 새벽 산악회 전세 버스 타고 달리던 '등산 가는 길'을,
그때 기분을 떠올리게 하네요.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rica Jong 의 시 <시인은 '나'로 쓴다> (0) 2014.04.04 Wendy Cope 의 시 '오렌지' (0) 2014.03.28 영역된 고은의 시 '개마고원' (0) 2013.12.05 시바타 도요의 시 'Melting Away' (0) 2013.07.13 시바타 도요의 시 '저금' (0) 2013.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