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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 Jong 의 시 <시인은 '나'로 쓴다>시 2014. 4. 4. 05:02
The Poet Writes in I
Erica Jong
The poet writes in I 시인은 나로 쓴다
because she knows 왜나면 그녀는
no other language. 다른 언어를 모른다.
We is a continent, 우리는 대륙이다,
& a poet must be 그리고 시인은 틀림없이
an island 섬이다.
She is an inlet. 그녀는 만(灣)이다.
He is a peninsula. 그는 반도다.
They is the great engulfing sea. 그들은 에워싸는 큰 바다다.
The poet writes in I 시인은 나로 쓴다
as the clock 마치 시계가
strikes on metal, 금속을 때려서 시간을 알리듯,
as the bee wing 마치 꿀벌의 날개가
flies on honey, 꿀을 먹고 나는 것처럼,
as trees are rooted 마치 나무들이 하늘에
in the sky. 뿌리를 둔 것처럼.
I is the language 나는 시인의
of the poet's inner chantings: 마음이 노래하는 언어:
a geography of sadness, 슬픔의 지형(地形),
a metronome of pain, 고통의 메트로놈,
a map of elevations 밀림이 된 가슴의
in the jungled heart. 고도(高度)를 표시한 지도(地圖)
.
집 가까이 있는 식료품점(그로서리)에 들렀다 오는 길엔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동네 도서관의
<Friends Again> 라운지(겸 북 카페)에 잠깐이라도 가서 앉아 있다 오고픈 유혹을 받곤 한다.
그새 뇌에 관한 책이 새로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어제 오후에 또 동네 도서관에서 Erica Jong 의 시집 <Becoming Light>(1991)을
샀다. 두꺼운 표지(hardcover)인 경우 단돈 4불이라, 단편집이든, 수필집이든, 시집이든,
즐거움을 주는 한 편의 글만 실려 있어도 일단은 사도 후회 안 한다는 생각인데, 이 시집은
읽어 본 시 서너 편이 다 괜찮은 데다가, 서문에 잘 넘어가는 내 마음을 또 서문이 잡았다.
서문에 포함된 시인의 시 <Epitaph for Myself 나 자신을 위한 묘비명>도 재미있었다.
A demi-young author named Jong
Became famous for reasons quite wrong.
A poet at heart, she won fame as a tart --
That mispronounced poet called Jong.
그냥 대강 번역하면,
'Jong' 이라는 이름의 반은 어린(반쯤 철든?) 작가는
나쁜 이유로 유명해졌다.
마음속은(바탕은) 시인인 그녀는 바람둥이 명성을 얻었다 --
'Jong' 이라 불리우는 저 mispronounced poet .
('
mispronounced poet'는 '잘못 말해지는 시인'이란 뜻도 될 수 있고 ... 딱 잡기가 어려워서 ....)
서문의 이 문장도 괜찮다:
"시는 다른 아무 것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위안을 주기 때문이고 그리고, 명백히, 우리는 여전히 단어가 매력(magic)인 종족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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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lad (세래드)2014.04.04 07:57
예전에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읽고 쇼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시를 노루님 통해서 읽게 되는군요^^-
노루2014.04.04 10:06
Erica Jong 의 책을 읽은 적이 없는데, 세래드님은 그녀의 소설을 읽으셨군요.
원래 작가 활동을 시로 시작했는데 소설과 에세이들로 해서 Erica "Zipless --" Jong 이
됐다고 본인도 그러네요. ㅎ
Jong 이 두 번째 남편이었던 중국계 미국인의 이름을 딴 거라 이름을 틀리게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
sellad (세래드)2014.04.04 11:36 신고
"Fear of fiying" 로 기억이 됩니다.
젊은날 읽은 책이었는데, 나름 텐션이 컸던 책이었습니다. -
노루2014.04.05 00:19'Fear of Flying'이 그녀의 첫 소설로 크게 화제가 되고 물의를
일으켰다고요. 혹시 눈에 띄면 읽어볼까 싶네요. 여기 BOOK STACK 에
가면 있을 가능성이 많고 있으면 1불 아니면 2불인데, 핑계로 오늘 또
덴버대 캠퍼스에 바람쐬러 나갈 생각도 나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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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종이 원래 시인이었군요. 저 어릴 때 읽었던 '나는 것이 두렵다'를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좀 파격적이었던 느낌이었지요.
시인은 똑같은 문인 중에서도, 느낌이나 관념을 단칼에 혹은 섬광처럼 나꿔채어
언어로 연결지어야 하니, 정말 초정밀 감각의 소유자여야 하겠죠!
소설가는 오일페인팅이라면 시인은 묵화같다 생각했어요.-
노루2014.04.05 00:06
'Fear of Flying'이 73년에 나왔네요. 번역판이 한국에 빨리 나왔던가 봐요.
일단 번역된 책들은 한국에서 오히려, 주목을 받게 된 거라, 널리 읽히는 것 같아요.
91년에 나온 저 시집을 포함 그때까지 시집은 여섯 권을, 그 중 두 권은 그녀의 첫
소설 ''Fear of Flying'보다 먼저, 냈네요.
소설(novels)과 시 쓰기를 각각 유화와 묵화 그리기로 대비시킨 게 참 적절하네요.
단편(short stries) 쓰기는 그러면 수채화 그리기쯤 되려나요? ㅎ
저는 못 읽었지만 '나는 것이 두렵다'를 읽은 이들이 떠올릴지 모를 에리카 종의
이미지에 아마도 어울릴 그녀의 시 'On the Avenue'를, 좀 길지만, 저도 한 번 더
속으로 소리내어 읽을 겸, 여기 소개할께요.
On the Avenue
Erica Jong
Male?
Female?
God doesn't care
about sex
& the long tree-shaded avenue
toward death.
God says
the worm is as beautiful
as the apple it eats
& the apple as lovely
as the thick trunk
of the tree,
& the trunk of the tree
no more beautiful
than the air
surrounding it.
God doesn't care
about the battle
between the sexes
with which we amuse ourselves
on our way toward death.
God says:
there are no sexes;
& still we amuse ourselves
arguing about whether or not
She is male
or He
female. -
노루2014.04.05 03:09
저 시집은 26편 말고 나머지 140편 가까운 시를 그 이전 시집들에서 뽑은 건데
'On the Avenue'는 83년에 낸 시집 'Ordinary Miracles'에 있는 시네요. 그러니까
시인이 41살 때 낸 시집이지요. 그 무렵 시인의 관심이 그런 쪽에 많았던가 봐요.
하여튼, Louise Gluck 의 시에 비하면 둘러대지 않고 '똑바로' 평이하게 얘기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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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은 나로 쓴다"
아무라도, 어느 시인이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시를 읽고 나니까 "mispronounced poet"이라고 표현한 의미를 알 것도 같습니다.
재미있고, 의미 깊은 시들일 것 같습니다.-
노루2014.04.09 00:40
시야말로 '나'를 쓰는 거겠지요. 서사시 같은 예외도 있지만요.
어차피 시어들의 의미 이해는 독자의 몫인데, 번역의 경우는
역자가 일단 걸러내야 하니 ... 그래서 'mispronounced'를
번역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에리카 종의 저 시집에 그냥 쉽게 읽으면서 그런대로 재미가
느껴지는 시들이 많은 건 어쨌든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찬찬히 음미하면서 어떤 시를 읽고 좋아하게
되는 건, 나중에나 종종 그럴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ㅎ -
노루2014.04.09 09:14
그걸 저 시인은 서문에서 시가 '우리를 위안한다'(comfort us)고
썼더군요. 정말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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