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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한 당근을 먹다가짧은 글 2014. 8. 25. 04:29
요새 우리 집 식탁에 자주 오르는
스팀한 새끼 당근의 그냥 그 맛이 은근히 맛있다,
설익게 쪄진 고구마 같은 맛도 난다.
구운 감자도 스팀한 브로컬리도
소금만 쳐서 구운 고기도
그냥 제 맛으로 참 맛있다.
돌마다나
사람마다의
아름다움이란 어떤 걸까.
그런데 당연한 얘기지만,
아주 고급 차를 몰거나
터무니없이 값비싼 명품 가방을 들었거나
그래서 더 멋져 보이는 사람도 -- 본 적은 없고
상상도 잘 안 되지만 -- 있을 거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을 거다.
낯설던 사람이 친한 사람이 되고
낯설던 것들이 낯익은 것들이 되고
좋아하게 되는 건 참 좋은 일이다.
Hopper, Cape Cod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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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lad (세래드)2014.08.25 04:58
"좋아하게 되는건 좋은일이다" 따스한 말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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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2014.08.26 23:19
그런 걸 따스하게 느끼는 것도 참 좋은 일이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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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2014.08.25 05:28
당근은 생으로 먹어도 좋고, 볶아 먹어도 좋고, 설익혀 먹어도 좋고.
요리에 넣기 전에 반쯤은 그냥 들고 먹거나, 하나가 필요해도 두세개는 깎아 식구들 손에 쥐어주죠.
일주일에 한두봉지씩은 꼭 사게 되는 당근. 당근도 감자도 모두 다 우리집에선 인기 품목이에요.
콩껍질이 처음엔 무슨맛으로 먹나 했는데.. 요즘은 그 맛이 익숙해져서 저 역시 낯선게 좋아지는 좋은 경험이 되었어요.
낯선곳에서 살아가면서 하나씩 익숙해지는 지금의 삶이.. 모든 것이 익숙해지면 지금의 과정이 행복했다고 돌아볼 수 있을까요? 낯설던 것들이 좋아지면 참 좋겠어요^^
노루님의 먹거리 이야기.. 따뜻하고 좋습니다.-
노루2014.08.26 23:44
아무것도 아닌데 뭐, 싶으면서도 그게 싫어서,
그 짧은 시간이지만 그러고 있는 게 답답해서,
당근 껍질 베끼지 않으려고 요샌 늘 (새끼 손가락
반 크기의) 베이비 당근을 스팀하는데 간단함이
맘에 들어요.
있는 그대로도 좋은 맛이 멜론 속살의 그 달콤함
말고도 많더라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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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owpond2014.08.25 07:38
제가 좋아하는 화가중의 한사림입니다.Hopper..
노루2014.08.26 23:51Hopper 의 그림에서는 저는 이야기가 느껴져요.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들어 있는 그림들이 더 그럴지도
모르지만 집이나 풍경을 그린 그림에서도요. -
파란편지2014.08.25 15:09
"돌마다나 / 사람마다의 / 아름다움이란 어떤 걸까."
"낯설던 사람이 친한 사람이 되고 / 낯설던 것들이 낯익은 것들이 되고 / 좋아하게 되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이 생각나게 했습니다.
저는 걸핏하면, 모든 일에서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려는 우리 교육에 진저리를 치면서
교실 가득 들어차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면, 자세히 보면, 모두들 다 의미를 지닌 인격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럼 내가 벌레인줄 알았는가?" 되묻겠지만,
사실은 줄을 세워보고, 저 뒤에 있는 아이들은 벌레 취급하기도 한 것이
우리 교육이 폐단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제가 떠나온 그곳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좀 변했는지, 좋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 Hopper라는 화가가 본 세상은 어떤 것이었는지,
말하자면, 저렇게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것이었는지,
그렇지는 않기 때문에 저런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돌마다나 / 사람마다의 / 아름다움이란 어떤 걸까."
이것이 멋진 생각이라는 걸 알면 좋을 것입니다.-
노루2014.08.27 01:14
저녁 무렵엔 사실 '저렇게 몽환적인 아름다움'의 시간이 있잖아요. 저는 저런 그림을,
특히 그 창문들을, 보면서는 거기 사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느낌을 가져요.
(집에 있는 책 Wieland Schmied, 'Edward Hopper; Portaits of America' 를 펼져
보니) Hopper는 1920년대와 30년대 미국을 그렸다네요. 문학 쪽에 비슷한 사람을
말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그 경우엔 미국 시인 William Carlos Williams 나
Robert Frost 일 거라고요. 그러나 Hopper 가 가장 '지적으로 친밀하게 느낀 저자는
미국의 작가-철학자 Ralph Waldo Emerson 과 Henry David Throreau 였다고요.
먹고 살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지만, 그리고 그것도 일의 즐거움이 되기도 하지만,
일 자체의 즐거움이나 일의 다양성, 그리고 그보다도 삶 자체의 즐거움이나 (수평적인)
다양성에 대해선 이젠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경험하고 누리고 했을 텐데도 아직
서열의식에 지배 받고 있는 것 같은 게 답답하기도 하고 이상해요. -
파란편지2014.08.27 08:28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매우 까다롭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저 단순한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다면, "행복한 게 좋지 않느냐?" "행복하게 지내자"고 해도 좋을 텐데
그저 죽어라 하고 겨루는 데 혈안이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선두에 서서 독촉하고 재촉하고 분위기를 잡아갑니다.노루2014.08.27 23:00그렇지요, 행복하게 지내면 되지요. 그리고 행불행은 내가 그런 거고,
적어도 평상시에는, 근본적으로 남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예외겠지만, 남의 생각이나 남이 잡는
분위기 때문에 내 행복이 쉽게 영향 받을 게 아닌데 ... '내가 내 삶의
주인 (It's your life)'이라는 생각을 자녀들이 일찍이부터 갖게 하고 또
'그렇게 대우해 주는 것'이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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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2014.08.25 18:25
별로 낯선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것에 적응 잘한다고 스스로 여기며 살았는데
알고 보니, 살아보니, 겪어보니, 나이드니, 잘 생각해 보니 모든것이 낯선 것이더라고요.ㅎㅎ
무엇이든 잘 친해진다고 생각했는데, 더더구나 그것이 아니더라고요.
내 자신이 나를 너무도 모르고 살았던가봐요.
그러나 먹는 것 앞에서는 그 무엇과도 잘 친하는....ㅎ
친해 보고 싶은...ㅎ
당근 스팀해서 먹는 것 또 한가지 배웠어요.
언젠가도 브로컬리 스팀해서 김치로 먹는 것 배웠었지요.^^
루이지애나 소스를 못찾아서 그냥 '대강 소스'로 먹지만.ㅋ-
노루2014.08.27 02:00
"잘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낯선 것," 사실은 그렇기도
하지요. 그리고 낯익어진다는 건, 어쩌면, 이해하게
된다는 것 이전에 인정하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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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이河河2014.08.28 17:42
만약 집 짖는다면 Hopper 의 이 그림을 설계사에게 보여줘야겠습니다
한두 계단 올라가 현관 있는것이 맘에 들고 하얀벽과 창문 많고 크지 않은 집 같아 좋은걸요
아직도 이런 헛꿈을 꾸고 있습니다 ㅎㅎㅎ
양념하지 않은 생갈비가 더 맛있구요
화장하지 않은 여인이 더 예뻐 보이긴한데
자신 있어야 그리 하지요
본질보다 현상을 더 중요시 하니 ....
명품가방 구입에 줄 섰다 합니다 ㅎㅎㅎ-
노루2014.08.30 07:49
저는 저 집의 이층 오른쪽 창문은 벽에 꽉 차게 크면 좋겠는데요. ㅎ
한국에서 살게 되면, 우선 공기가 비교적 맑은 곳, 그러고나서, 적어도,
집안에선 창문을 열어 놓아도 조용하고 창밖으론 나무나 산이나 바다가
보이고,걸어서 15분쯤이면 가서 테니스 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러고도 전철역이 가까워서 차 없이 재낼 수 있으면 좋겠고요. ㅎ
그런데 그런 곳에도 집 짓는 건, 지형상, 나중에 조망을 가로막을 건물이나
상점, 그리고 큰길이 집 앞뒤에 생길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여야 생각해볼
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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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의 미소2014.09.01 02:58
입맛도 취향도
점차 세월이 흐르고 나이들어가면서
점차 변하나 봅니다.
당근을 어릴적엔 못 먹었는데
언젠가 부터
달작지근한 것이 참 좋더군요.
물론 생으로만 먹었는데
살짝 데쳐서 먹으니 아삭하며 부드럽고요.
식습관도 변화가 필요한가 봅니다.^^-
노루2014.09.01 09:25
몸에 좋고 맛있으면서도 준비하는 데에 거의 손이 안 가는
것들이 과일을 비롯해서 충분히 여러 가지 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당근을 먹을 때는 토끼 같은 느낌이 드는 적도 있고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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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2014.09.03 09:12
아침창을 여니 가을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한발짝 가까이 다가설것 같습니다.
전에는 그리 달가워 하지 않던 음식들이 서서히 입맛에 맞는걸 보면 사람 식성도 나이를 따라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가령 콩이나 팥, 조 등의 잡곡류를 잘 안먹었는데 그런게 쌀밥보다 구미가 더 당기게 되고 상식하게 되는 경우지요.
파프리카를 생으로 우걱거리며 먹는 자신을 보고 스스로 놀랐습니다.
이러 이러한것들을 먹으면 더 좋다더라 하는 말들에 은영중에 몸이 반응하는것 같네요.
시골에 사는 지인분의 집에 갔더니 양념을 가미하지 않은 식품들을 주로 먹더군요.
그걸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했더니 나름마다의 고유의 맛이 있어서 자꾸 먹다보면 그 맛에 매료가 된다는군요.
해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먹게 된다구요.
hopper 의 그림같은 집들이 산골마다 많이 들어 섰습니다.
보기는 좋은데 막상 들어가 보니 습관에 배인 탓인지 참 어색하더군요.
안전상을 이유로 아예 철근 콘크리트로 마치 요새처럼 짓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노루2014.09.04 00:27생각에 따라, 몸에 좋다는 게 맛있어지고 몸에 나쁘다는 게 맛없어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요.
사실, 저녁 식사 준비도 커피 끓이는 것보다 조금 더한 수준으로 간단하다 보니
그게 참 좋더라고요.
요새 미국 집들은 작은 집도 Hopper 그림의 저 집보다는 창문들이 큰 편인 것
같아요. 창문의 방열이 예전과 다르게 거의 완벽하게 될 수 있어서기도 하겠지요.
벽만 아니라 지붕까지 전체가 콘크리트 한 덩어리로 된 집을 춘천에서, 지을 때,
본 적이 있네요.
일반 가정 집은 모르겠는데, 한식 음식점은 방 바닥에 앉는 집이 여전히 대부분인
건 이해가 되면서도 제겐 역시 이상하더군요. -
늘 푸른 솔2014.09.06 13:14
노루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좀 바쁜 시간들이었습니다.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낯설던 사람이 친한 사람이 되고
낯설던 것들이 낯익은 것들이 되는 세상!
참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입니다.
제가 교수님을 알아가듯이요......
Hopper의 그림
처음 보는데요.참 많은 멧세지를 전하는것 같아요
풍성한 추석 보내시구요-
노루2014.09.07 04:47어디 TV 드라마 제작팀에서 연락 없었나요? ㅎ
연극 무대 주연 스타로 끼를 한껏 발휘하신
늘 푸른 솔님, 부럽네요.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Hopper 그림의 집 안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막연히 상상하게 되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저녁 빛이 주는, 위 파란편지님의 표현 대로,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쓸쓸한 느낌 같은 게 들지
못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
늘 푸른 솔2014.09.07 10:38
2013년도 오송 세계뷰티 화장품 박람회때 동안대회에서 대상 수상
kbs 아침마당을 비롯 많은 방송 출연이 있었지만
수련원 사정상 출연하지 못한 기억이 납니다
기회가 된다면 노년의 즐거운 삶이란 주제로 출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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