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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아이
    짧은 글 2014. 8. 8. 04:40

     

     

     

     

     

    Chagall, Window in Artist's Studio.

     

     

     

     

     

    그 아이는 어떤 땐

    그를 정말 힘들게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게 보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뒤로 가고 있다.

     

    하지만 여느 땐

    그 아이는 그에게 귀엽기만 하다.

    아이가 귀여운 것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는 것

    어찌 같고 다를까.

     

    아유, 이뻐.

    때때로 그 아이는 바로 앞의

    그가 처음 눈에 들어온 듯,

    소녀가 이웃 집 아가에게 하듯,

    쓰다듬으려 든다.

     

    식탁 앞에 앉은 아이는

    포도알들이 담긴 그릇을 한 손으로 잡아 들고

    아주 천천히 입으로 갖다 댄다,

    숭늉 마시듯 마시려 든다. 얼른

    그가 그릇을 내려놓는다.

    잠깐 새 또 아이의 입으론, 빵이 놓인 접시가

    서서히 도킹을 시도한다.

     

    물 마셔,

    그가 물 컵을 들고 다가서면

    아이는 새끼 새처럼

    입만 내민다.

     

    아이는 잘 웃는다.

    더 아가가 된다.

    그는 적응을 배운다.

    가끔, 진화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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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이河河2014.08.08 07:11 

      한줄로 긋는 이가 있고
      동그란 원을 그리며 원점 조금 전에 멈추는 이가 있어요
      한평생을 그리 표현하데요

      도로 아가가 된다면 원을 그려야 되는거죠?ㅎ
      저는 한줄로 긋고 싶은데

      • 노루2014.08.09 23:44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름다운 초원에서
        풀 뜯어 먹고나서 낮잠 자고 있는 소나 또는 누구네 집 소파에 누워
        햇볕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는 행복할까? 마지막 일 년을 고통스러운
        병과 싸우다 간 누구는 그 일 년이 더 있어서 그래도 더, 아니면 그
        일 년을 을 빼고서 더 행복했을까?

        "수만 개의 유전자 중 하나의 유전자를 바꿔라 그러면 그의 생애의
        중간쯤에서 극적인 성격 변화가 생긴다" -- 단 하나의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로 인해 성격이 딴판으로 광폭하게 바뀌는 '헌팅턴'병에 대해
        신경과학자 Robert Sapolsky가 한 말이네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삶인
        것 맞아요.

        아름다운 하늘을 늘 올려다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ㅎ

    • 늘 푸른 솔2014.08.08 08:12

      며늘아가가 어느 날 카톡으로 손주의 낙서를 보내 왔어요.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이제 돌 지난 아가가........
      아내는 액자에 넣어 보관하라고 난리였구요.
      아가들의 적응력!
      넘 이뻐지요.

      • 노루2014.08.09 23:57

        그렇지요. 아가가 몇 년 사이에 그 모든 걸 다 할 수 있게
        되는 것, 정말 기적처럼 놀랍고 신기하고 이쁜 일이지요.
        제 생각에도 한 장은 액자에 넣어 두실 만한데요. 우리 둘째가
        아주 어렸을 때 백지 한 쪽에 조그맣게 그린 바이올린 그림을
        액자에 넣어 둔 게 아직도 집 거실 벽에 걸려 있는데, 좋아요.

    • eunbee2014.08.08 14:07 

      물그릇 앞에 입을 내미는 아기새같은 아기.
      빵도 포도도 마시고 싶은 아기.
      아유, 이뻐~하며 쓰다듬으려 하는 아기.
      그리고 잘 웃는 아기.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안아주고 싶은 걸요.

      아기를 보며
      아기같은 마음에 젖는 교수님의 하루는
      때때로 동화를 쓰시겠어요.


      우리집 고양이 까비가 지금 제 곁에 와서 누워있어요.
      우리까비를 한없이 이뻐할 수 있는 것은
      까비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늘 생각해요.
      까비는 몸으로 눈으로 말을 하는데, 어찌나 간절한지.

      노루2014.08.10 00:08
      역시, 찡그리는 것과 웃는 것, 플러스 - 마이너스, 부호가 틀려요. ㅎ
      말이 내기도 하는 상처, 일단 그거 없는 건 좋은 거겠지요?
      평생 싱거운 얘기나 하고 진지한 얘기도 농담이나 유머로 넘기는
      남편을 참다 못해 말년에 이혼한 여성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만요. ㅎ
    • 양지꽃이사2014.08.08 16:10 

      글은 잘 보고 갑니다. 제가 이해력에 약해서...
      오늘은 바람이 불어 마음까지 선선해졌어요.
      기분도 훨씬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낮 시간도 잘 보내고 계시죠? 내일은 벌써 주말입니다.
      평안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시길 바래봅니다

      노루2014.08.10 08:32
      모두모두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 파란편지2014.08.10 23:43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아서 온통 아이들 이야기 같은 세월을 살았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에 대한 비판이 더욱 심합니다.
      저는 딱 잘라서 이렇게 말할 때가 있었습니다.
      "더 말하지 않기로 하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무조건 아이들이 옳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제는 그들에게 맞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그런 말들을 한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 노루2014.08.11 02:45

        "그들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
        그런 것 같아요. 적어도, 다른 집(학교)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맞출 생각은 좀 덜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특별한 어떤 '아이'에 대한, 그야말로, 메모로 생각하고
        쓴 글입니다. 그런 면에선, 아직 안 해봤지만, '無댓글' 선택을
        하는 게 역시 옳지 않았나 싶네요. 그런데, 저 그림은 올려 놓고
        보니 흰 벽에 난 저런 창문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ㅎ

      • 파란편지2014.08.11 07:07 

        샤갈은 슬프도록 아름답다고 읽은 것 같고,
        볼 때마다 시인 같은 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와 멋지게 어울립니다.

      • 노루2014.08.11 09:13

        인터넷 여기저기서 몇 장 가져다 둔 그림들이 있는데
        갑자기 그림 하나 필요할 때 좋더군요. ㅎ

    • 열무김치2014.08.12 12:21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이가 들어 가면서 많이 바뀌는것 같습니다.
      자신이 늙어가는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을 수 있겠고 돌아가고픈 본능이랄까요 ..그런것도 작용 하는것 같고.
      파란편지님이 아이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말씀이 실감이 가는것이 젊은날에는 의무감 같은것에 매달려 아이를 마음의 눈으로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백세가 다 되어 가시는 어머니를 보고 아이 같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는데 아이가 되어 가는게 정답 같습니다.

      노루2014.08.13 00:03
      아이 때는 그야말로, 몸만 아니라, 마음이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라는 때라
      특히 가정 교육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저는 젊었을 땐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저 저들이 책을 읽을 줄 알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니
      될수록 자유롭게나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 편이었지요. 어른들에게서 잘못된
      편견이나 이기적인 협견을 배우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른들에게서 못
      배우게 되면 삶에 정말 중요한 것들에서 그르칠 수도 있다는 점은 깊이 생각
      않은 거였지요.

      연로해지면서 삶이나 사람이나 세상에 대한 생각이 대체로 여전한 사람들이
      있고 -- 그런 사람들도 더 나이가 들면서는 아이처럼 되가는 면이 있겠지만요
      -- 남의 눈에는 분명히 변한 걸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신문에서 읽은
      유명한 어느 시인이나 어느 목사는 젊었을 적의 그 사람들이 아닌 것 같더군요.)
      젊었을 적보다 더 너그러워지는 사람도 많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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