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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발
    짧은 글 2014. 9. 29. 02:39

     

     

    차고로 나가는 문밖 늘 그자리에 놓여 있는

    운동화처럼 생긴 조그맣고 까만 구두 한 켤레.

    거울을 보면 내가 보이듯  거기 눈이 가면 아내가 보인다.

    실물을 보면서보다 곧장 더 찐~한 마음이 된다.

    아내의 이 모습 저 모습을 때론 함께 보여준다.

    댓돌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기적의 신발 한 켤레.

     

     

     

     

     

     

     

    Picasso, 거울 앞의 여인 Girl Befor a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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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편지2014.09.29 19:30 

      ㅎㅎ
      정말 멋진 시 한 편입니다.
      아내가 신발을 벗어 놓은 걸 보면,
      집에 들어올 때의 상황(마음)이 그대로 다 보입니다.

      가다가 '아!' 하고 돌아왔습니다. 555번째 글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런 숫자는 특이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저런 숫자가 다 있나, 싶은 것입니다.

      • 노루2014.09.29 23:52

        그렇네요, 555번째!
        쌓인다는 게 그런 거 같아요.

        eunbee 님 블로그에서 구두에 관한 멋진 글과 시인의 시도 읽고나서
        거기 댓글로 달았던 글입니다. 아내의 신발에 대한 언급을 여기에다도
        한 번은 남겨 놓고 싶어서요. 시인이 아니니 '어떤 느낌'을 굳이 표현해
        보려 하지 않아도 되고요. ㅎ

         

    • eunbee2014.10.01 21:58 

      이 시를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어요.

      실물을 보면서보다 곧장 더 찐한 마음이 되는 댓돌 위의 얌전한 신발.


      분당 제집으로 다시 돌아와
      신발장 문을 열고, 거기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몇 켤레의 신발을 보며
      저 신발들은 자기를 신고 나가줄 때를 기다리겠지,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신발에 대한 생각을 좀 깊게 하는 어제 오늘이네요.ㅎ

      • 노루2014.10.01 23:41

        내 신발을 보면서는 별 생각이 안 드는데 다른 사람의 벗어 놓은 신발은
        보는 순간 그 사람이 느껴져요. 한국에서 음식점에서 회식할 때도, 먼저들
        와 있다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 앞에 놓인 신발들 중에서 임자를 알 것
        같은 신발을 보면서도 그랬던 기억이 나고요.

        아이들이 신던, 내 신발보다도 더 길쭉한, 운동화들을 안 보이게 박스에다
        치워 놓았지요. 볼 때마다 찡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먼지 덮이지
        말라고요. ㅎ

      • eunbee2014.10.02 01:29 
        저는 Sceaux의 그 작은 성당 옆에 메피스토라는 라벨의 신발가게가 있는데
        그곳에 진열된 아기 신발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큰딸이 아기를 낳으면 저 신발을 사다줄텐데..'라는
        생각에 젖어 들어요. 거의 빠지지 않고 그곳을 지날때면 그런 생각에 빠지곤 하지요.

      • 노루2014.10.02 03:00

        ㅎ ㅎ 그러시는군요.

    • 열무김치2014.10.03 09:50 

      그림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신발이군요.
      신발에서 아내를 느끼는 그 감정이 아주 오래도록 남기를 바랍니다.
      어느 시 보다 아름답군요,

      • 노루2014.10.03 23:15

        사실은 아내의 신발에 관한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도 더 그렇습니다.
        지금 그 생각이 나네요. 정말 쓸 수만 있다면 그런 저런 것들을 시로
        써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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