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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부재 Absence of Mind책 읽는 즐거움 2014. 10. 8. 05:10
Marilynne Robinson
Absence of Mind: The Dispelling Of Inwardness From The Modern Myth Of The Self (2010)
마음의 부재: 자아에 대한 현대 신화에서 내적 성찰 없애기
어제(월요일, 10/5/14) 올해의 노벨 의학상 수상자로 '뇌 속의 GPS' 그러니까 '뇌 속의 네비게이터'를 발견한 세 학자가 발표되었다. 당연하게도 뇌 과학 연구의 추이와 크고 작은 성과가 많은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인간의 뇌와 인간의 마음(mind)은 어떤 관계일까? 어떤 진화심리학이나 뇌 과학의 저자(과학자나 과학자는 아닌 저술가)들은, 논리적 확실성을 내비치며, 너무 섯불리 단순한 모델을 제시,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그들은 마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몰아내는 게 아닌가? 이 책의 저자, 소설 'Gilead'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이며 아이오아대 'Writer's Workshop'(작가학교?)의 교수인, Marilynne Robinson 은 그렇다고 본다.
프로이드, 니체, 스펜서(Herbert Spencer), 피히테(Fichte)에 관한 서술들도 재밌고, 주로 얘기한 또 다른 저자들이 내가 오래전에 또는 최근에 읽은 책들의 저자들과 많이 겹치는 것도 흥미를 더해줬다. 그런 책들을 지금 다시 읽어볼 생각은 안 하는데, 어쨌든 새삼스런 느낌에 적어보면 이런 책들이다.
William James, 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 (1961).
Dietrich Bonhoeffer, Letters and Papers from Prison 옥중서한 (1972).
Bertrand Russell, Why I Am Not a Christian and Other Essays (1933).
Steven Pinker, The Blank Slate (2002), How the Mind Works (2009).
Edward O. Wilson, on Human Nature (1978), Consilience 통섭 (1998).
그리고 책에서 인용한 글은 그의 다른 저서에서지만, Richard Dawkins의 'Selfish Gene' (1989 edition).
(관련이 있기도 할 텐데,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란 어구는, 내 생각엔, 오도(誤導)하는 좀 경박한 표현이다.)
지난번 책 세일에서 산 소설 'Gilead'를 우선 눈요기하다가 그녀의 수필집이 궁금해져서 도서관에 들렸다가 우연히 발견하고서 빌려다 읽은, 서문까지 합쳐 150쪽쯤밖에 안 되는 책인데,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우리 나라에 번역서가 벌써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책 표지 안쪽의 '책 소개 글'은, 관심있는 이는, 인터넷에서 찾아 읽을 수 있다.
하나 떠오르는 생각은, 특히 인간의 뇌의 진화에 있어서는 자연선택이라는 그 (넓은 의미의) 자연에 다른 종(種)을 포함한 외부 환경 못잖은 비중으로 인간(문화, 역사)을 포함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의 뇌가 인간의 뇌에 대항해서 발전했을 가능성을 말하는 거다.
책에서 몇 구절 인용이나 해야겠다.
진리에 이름이 ... 경험을 빈곤하게 하리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유인원과 조상이 같다는 데 대한 아무것도 인간이 역사와 문화의 창조자라는 사실을 변경한다고 생각될 수 없다. (서문에서)
현대성(modernity)이 우리를 데려간 위대한 새 진리는, 이 세계가 우연의 창조물이고 '불가능의 산'을 조금씩 오랜 시간에 걸쳐서 자체 내부적인, 그리고 현실과 경험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모두 설명하기에 충분한, 발전과 개선, 그리고 정교화의 논리를 통해서 올랐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생각된다. (p 22-23)
만일 뇌가 스스로와의 복잡하고 미묘한(nuanced) 상호작용 수준에서 정말 마음(mind)이 된다면, 그 주제에 관한 저자들이 주장하는 환원주의자(reductionist) 접근으로는 마음의 작용에 대한 설명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이 존재하는 증거도 제시할 수 없다. (p 120)
만일 내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그러나 종교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고 하면 나는. 종교는 아름다움, 선(善), 힘, 그리고 가치있는 다른 것들에 관한 휴머니티의 개념(humanity's conceptions)의 인간적 투영(human projection)이라는 [...] 포이에르바하의 견해(Feuerbachian view) 쪽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건 그것과 강력하게 연관되어 잇는 예술을 닮았을 거다. (p 127)
내가 비판한 학설에서는 인간의 예외성(human exceptionalism)이라는 위대한 사실을, 아무도 그게 인간 뇌의 유일성의 순수한 표현임을 부인하지 않을 텐데도, 배제한다. (p 133)
우주에 존재하는 걸로 알려진 가장 복잡한 물체(object)인 인간의 뇌 또한 어떤 질적인 변화를 거치지 않았을까? 내 비유가 다만, 인류가 최적화된 유인원 이상이라는, 엄청나고 대단한(glorious) 어떤 것, 점진주의가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우리에게 일어났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 그것이 단지 또 하나의 우화일지라도, 그것은 적어도, 우리가 그 자체인 신비의 어떤 작은 조각을 인정하기에 충분히 큰 인류의 상상력을 고무할 것도 같다. (p 135, 책 마지막 장의 마지막 두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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