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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은 토요일 아침이다.
Washington Park 코트에서 테니스 치고 오는 길에,
밖에 나와 있은 지 생각보다도 오래 돼서 좀 조바심을 내면서도,
덴버대 교정의 'The Book Stack'에 들렀다.
얼른 책 세 권을 사들고 나와서 곧장 차로 향하다가,
그래도 멈춰 서서,
캠퍼스 너머 멀리 보이는 에반스산을 두 장 땡겨 찍었다.
나중에 보면 가을이 담겨 있겠지.
집을 나설 때부터 캠퍼스에 들를 작정을 했었었다.
Marilynne Robinson 의 소설 'Gilead'의 첫 두 쪽을 읽고서
그만 그녀의 소설을 탐하게 되어서, 그래서 저번에 봐둔
소설 'Home'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Robinson 이 내게 또 하나의 George Eliot 일 것 같은 예감이었나 보다.
이름도 모르던 작가의 소설 'Silas Marner'에 매혹되어
연이어 George Eliot 의 소설 대여섯 권을 읽던, 그 행복한 시간들을
-- 다시 살아볼 수 없는, 어렸을 적의 즐거웠던 추억들과는 달리 --
이제도 다시 가져볼 수 있다니!
밥과 된장찌게가 언제나 너무 맛있고 식사 시간이 늘 즐겁다는 건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계절이나 날씨가 늘 괜찮아서 핑계처럼
소소한 즐거움에 빠져들기를 잘 하는 내 일상의 작은 사치도 그리
나쁘지 않게 들린다, 내게는.
가을 얘기를 쓴 것 같진 않지만, 사진 두 장이 엮어지려나 하는데
떠오른 게 '가을'이었다. 그래서 그냥 ...
덴버대 캠퍼스에서 멀리 서쪽으로 보이는 새 눈 덮인 에반스산.
세 권의 소설 : Marilynne Robinson 의 'Home'을 안 놓치려고 갔다가.
Doris Lessing 과 Gao Xingjian 은, 각각 2007년과 200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다음엔 Robi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