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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일랜드의 가장 사랑 받는 시
    2015. 3. 13. 02:24

     

    아침에 온라인 뉴욕타임즈 기사 에서 읽었다. 아일랜드의 공영방송 RTE 가 어제 수요일(3/12/2015)에, Seamus Heaney When all the others were away at Mass지난 100년에 쓰여진 아일랜드의 가장 사랑 받는 시 발표했단다. 예선을 통과한 열편 시 중에 William Butler Yeats 의 “Lake Isle of Innisfree”가 빠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When all others were away at mass

                

                              Seamus Heaney


     


          When all the others were away at Mass
          I was all hers as we peeled potatoes.
          They broke the silence, let fall one by one
          Like solder weeping off the soldering iron:
          Cold comforts set between us, things to share
          Gleaming in a bucket of clean water.
          And again let fall. Little pleasant splashes
          From each other's work would bring us to our senses.

          So while the parish priest at her bedside
          Went hammer and tongs at the prayers for the dying
          And some were responding and some crying
          I remembered her head bent towards my head,
          Her breath in mine, our fluent dipping knives--
          Never closer the whole rest of our lives.

     

         [from "Clearances -- in memoriam M.K.H., 1911-1984"]

     

     

     

    대충 번역해 본다. 멋진 번역으로는 해선녀님의 번역이 있다.

     

     

     

                다들 미사에 가 있을 때 / Seamus Heaney

     

     

         다들 미사에 가고
         엄마와 함께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납땜 인두에서 땜납이 똑똑 떨어지듯     하나씩 내려놓는 감자들이 침묵을 깼다:     양동이의 맑은 물 속에 빛나는 우리가 공유하는 것들,     우리 사이에 별 위안이 되지 못했다.     또 내려놓는다. 상대방이 내는 그다지 듣기 좋지 않은     텀벙 소리에 우린 제정신이 든다.

     

         그렇게, 교구 신부님이 그녀의 침상 곁에서
         온 정신을 쏟아 임종 기도를 하고
         어떤 분들은 아멘 하고 어떤 분들은 울고 있는 동안
        
    나는 내 머리 쪽으로 기울은 엄마의 머리,     내 숨결에 엄마의 숨결, 능숙하게 칼을 물에 담갔다 꺼내던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 그때 말고 우리 삶에서 더 가까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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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루2015.03.14 01:53

      원문과 함께이니 '대충' 번역을 해도 될 거란 생각에 번역을 덧붙였습니다.

      100년 동안 예이츠를 포함한 수많은 아일랜드 시인이 쓴 수많은 주옥 같은
      아일랜드 시 중에 저 시가 현재 가장 사랑 받는 시로 꼽힌 것을 생각해
      봅니다. 이상한 선택이란 생각이 안 듭니다.

      • 파란편지2015.03.14 09:17 

        정말 좋은 시이고, 좋은 번역입니다.
        저는 시는 번역할 수 없다고, 한두 번 속은 것이 아니어서
        그걸 번역해서 책으로 판매하는 데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어서
        번역된 시집은 일체 구입하지 않게 되었지만,
        오늘 이 번역문을 읽고 그것도 아닐 수도 있구나, 했습니다.
        왜냐하면 번역문을 읽으며 한 군데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이 시에 대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저는, 일단,
        "우리 사이에 별 위안이 되지 못했다."는 구절과
        "그때 말고 우리 삶에서 더 가까운 적이 없었다."는 마지막 행에서
        그 절묘한 대비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정서를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으므로
        저 화자의 곁에 있다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시의 제목이 "다들 미사에 가 있을 때"인 것에 대해서는
        기가 막힌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입니다.

      • 노루2015.03.15 21:41
        고맙습니다. 특히 시의 번역은 좋게 봐주지 않으면 '나쁜 번역' 안 되기
        어려울 것 같아요. ㅎ

        저 시만 해도 8줄 + 6줄에다 각운이 뚜렷한 소네트 형식이라는데, 번역에서도
        줄이야 맞춰보겠지만요. ㅎ

        추억은 과거와 현재의 중첩이란 면에서도 과거의 '사진'이라기 보다
        '그림'(예술)이란 생각이 드네요.
      • 파란편지2015.03.18 23:54 

        "우리 사이에 별 위안이 되지 못했다."는 구절은,
        그 때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할 수 없이 나타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기억에 대하여
        "그때 말고 우리 삶에서 더 가까운 적이 없었다."는 마지막 행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삶과 기억, 추억... 같은 것들은
        인간으로서의 값어치를 충분히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노루2015.03.19 00:25

        "우리 사이에 별 위안이 되지 못했다"를 그렇게 읽으셨군요.

        제게는 그보다는, 둘이서만 함께 감자를 벗기고 있는 건 위안이랄
        수 있겠지만, 엄마와 아들이 -- 시인이 남자라서 겠지만 아들인 것
        같고 또 그래서 더 -- 서먹하게(?) 서로 말이 없이, 양동이 물 속에
        내려놓는 감자 소리만이 침묵을 깨는 걸 듣고 있는 것은 기껏 'cold
        comfort,' 달갑지 않은 위로였다, 로 읽히네요.

      • 파란편지2015.03.19 22:48 

        이건 참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일단 저는 번역문만 보고 있으므로 노루님만큼 직접적이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긴 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어머니의 임종 순간입니다.
        "내 숨결에 엄마의 숨결,"
        그런데 그 순간, 함께 감자 껍질을 벗기던 그 순간을 생각하고
        "능숙하게 칼을 물에 담갔다 꺼내던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그때는 몰랐던, 그저 둘이서 별로 따듯하지 못한 감정으로 감자를 벗기던 때였지만
        지금 생각하니까 "그때 말고 우리 삶에서 더 가까운 적이 없었다."고 하니까
        정말로 삶이란 무엇인지 신비롭게 다가오는 시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사실은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사십여 년 전,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가기 전의 그 지긋지긋한 하루하루였지만,
        지금은 그런 순간들도 모두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제가 해석을 제 마음대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노루2015.03.19 23:37

        시 속의 화자가, 다른 식구들은 다 미사에 가고 엄마와 둘이서만
        감자 벗기던 게 아주 어렸을 적 일은 아닌 것 같고, 보통 나이가 좀
        들면 남자 아이들은 엄마와 다정다감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드문
        편 아닌가요. 모처럼 좀 더 다정하게 '땜질'할 수 있는 기회에 그러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때처럼 가깝게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회상하는
        거 같아요, 그리움에 아쉬움도 조금 섞인.

        다시 읽으면 저도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될지 모르겠어요.
        읽고서는 독자 '마음대로' 느끼도록 주어지는 게 시 아닌가요? ㅎ

    • eunbee2015.03.22 08:10 

      이 시를 음미하며
      제 엄마와 나의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까운 적'을
      추억해 보았습니다.

      엊그제 하동땅 산자락 아래 있는 [토지]배경의 마을 평사리에서
      최참판댁의 무대가 되었던 집 쪽마루 위에서 [다듬이]를 보았지요.
      내 엄마와 내가 마주앉아 다듬이소리 맞추어 빨래다듬던 시절...
      아, 사무쳐 오는 그리움.

      • 노루2015.03.26 04:49

        아, 다듬이! 가르마 탄 머리에 흰색 한복 차림의 여인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최은희 같은 모습? ㅎ -- 혼자나 둘이서 다듬이 하는, 보기에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경의 기억이 우리 또래 남자들에게도 다 있겠지요?
        그걸 떠올리게 해주셨네요!

    • 호박꽃의 미소2015.04.01 00:14 

      좋은 시 한편 덕분에
      마음을 정화시키는 기분으로
      한땀씩 바느질 하듯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어머님의 임종을 지켜 보아야 하는 상상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엄마...하면 늘 고향같은 편안함이 늘 자리하고....

      언젠가 다가올 헤어짐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울컥해지네요.

      • 노루2015.04.01 22:00
        누구에게나, 물론 모두에게는 아니지만, 어렸을 적과
        성장기의 어머니의 추억이 있잖아요! 저마다 그 의미는
        다를 수 있겠지만요.
    • momo2016.06.20 19:56 

      노루님, 시 카테고리를 따로 만드셔서 참 좋아요!^^
      아일랜드는 무슨 땅이길래 예이츠,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베케트,
      오스카 와일드, 버나드 쇼 등등 위대한 문인들이 많을까요?ㅎㅎ

      우연히 알게 된 지인 중에 Seamus Heaney 애독자가 있어서
      그가 노벨상을 받은 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A Kite for Michael and Christopher'라는 시를 언뜻 봤는데,
      인상적이었는지 제목을 임시보관함에 써놓은 게 있어서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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