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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기 | 영시: Hurricane | 아일랜드: 동성결혼 합법화시 2015. 5. 27. 09:03
Smoky Hill Library 커피숍 겸 서점에서.
읽으려고 가져간 책은 늘 뒷전으로 밀리고, 서점의 책장에서 빼낸 책부터 읽어본다.
슬픈 이야기의 책은 피하려는 마음을 오늘은 호기심이 눌렀다.
Jenny Joseph 의 시 'Warning'의 첫 줄이 제목인, 시와 산문을 모은 책
'When I Am An Old Woman I Shall Wear Purple'을
창가 테이블로 가져가서 여기저기 읽어본다.
몇 편 읽은 시의 상당수가 의외로 유머러스하다. 특히, Joanne Seltzer 의,
열편의 연작시로 된, 'A Place for Mother'가 그러해서 다 읽게 된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은 게 이미 책값(2불 50센트)어치는 넘었으니
그냥 놓고 나올 수는 없다고 결론 내리고, 책을 사들고 나왔다.
그 책에 실린 Edna J. Guttag 의 시 'Hurricane'을, 번역(최신 수정본)을 곁들여, 올린다.
(또 다른 번역 ==> 해선녀님의 번역)
Hurricane
Edna J. Guttag
Winifred, eighty years young
Five foot, two inches tall
Expert on ancient Persia and Egypt
Wanted expertise on hurricanes.
Hurried from the Village to the Jersey Shore
Preparing to interrogate
The Ocean's reaction
To jetting gusts and blasting rain,
Content to sit on the porch
Of the empty hotel
Ready to watch the view,
Arthritically fought the policeman, who
Finally able to evacuate her
Carried Winifred off along with possessions
That were not even hers
To the place where all other evacuees were.
Afterwards, regretfully, she noted aloud,
"But the Sea now is all quiet and calm."
허리케인 / Edna J. Guttag
80세만큼 젊은 위니프레드
키는 5피트 2인치
고대 페르시아 이집트 전문가
허리케인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싶었다.
몰아치는 바람 내리치는 폭우에 맞선
대서양의 반응을 조사할 작정으로
서둘러 Village1 에서 Jersey Shore 2까지 달려와서는,
언제라도 그 광경을 볼 수 있도록
좋아라고 빈 호텔 현관에 나앉아 있다가
노인 투로 3 경찰관과 싸웠다.
마침내 그녀를 몰아낼 수 있게 된 경찰관은
위니프래드를 그녀 물건이 아닌 것까지도 챙겨서
다들 모여있는 대피장소로 실어갔다.
나중에, 아쉬운 듯, 그녀가 큰 소리로 지적했다,
"대서양은 이젠 조용하고 잔잔하잖아."
시, 특히 영시에서 음악성이 빠지고 나면 뭐가 남을까.
영시를 우리 말로 번역하다 보면 상당한 정도로 그렇게 되기가 쉽다.
위의 내 번역이, 경쾌하게 잘 읽히는 저 시를 산문으로 바꿔놓은 게 아닌가 모르겠다.
덴버대 교정에서.
우리 동네 Koelbel Library 에서 창밖을 보며.
잔뜩 구름 낀 토요일 새벽, 워싱턴 공원으로 가는 길에.
워싱턴 공원 테니스 코트가 8시부터 토나먼트로 예약되어 있어서 한 세트 후에
우리는 Rosamond Park 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너편 코트 그리고 장 교수, 이른 아침 Rosamond Park에서.
[메모] 역사적인 날
이날 (토, 5/23/'15) 아일랜드 공화국(Ireland)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 하기로 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국민투표에서 투표자의 62%가 동성(남남, 여여) 결혼을 허용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일랜드 인구의 약 95%의 종교가 로마 카톨릭이라고.
"I think that you cannot just talk of a defeat for Christian principles, but of a defeat for humanity.”
-- Cardinal Pietro Parolin, the Vatican’s secretary of state, 5/26/'15.
Memorial Day, 월요일, 5/25.
아침엔, deKoebend Park 에서 '토요 아침 테니스' 사람들과 함께 (위).
오후에는 장 교수네와 Aurora Reservoir 나들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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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선녀2015.05.28 17:46
역시, 저는 저 시에 눈이 가는군요.
참 귀여운 여인이네요. 80세라...예전에,
울지도교수의 장모님 생각이 납니다. 그 나이에도 소녀처럼 활발하시던, 연말파티엔 꼭 참석하셔서 보이프렌드 이야기도 해주고, 실버 아파트의 다른 노인들을 위해 바지가랭이 단도 수선해 주는 등의 자원봉사도 하며 멀리서도 차를 찾기 쉽게 차에 오랜지색 깃발을 달고 다니시던 분...ㅎ
관절염 있다며, 의자에 앉아 버티면서 싸운 모양이지요?
평소에, 아직은 젊었다고 큰소리 치던 건 어디로 가고...ㅎ-
노루2015.05.28 23:41
ㅎ ㅎ "차에 오렌지 색 깃발을 달고 다니시던 분," 저도 이젠 이 시 생각나면 그 분 생각날 것 같아요. ㅎ
(저는 여행가방에, 공항 짐 찾는 곳(baggage claim)에서 찾기 쉽게, 폭 넓은 노란 테잎을 붙일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잘 붙어 있을지를 몰라서 아직은 망서리고 있지요.)
그냥 쉽게 읽히는 영시가, 막상 번역해보면 오히려 어렵고 전혀 매끄럽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 시도 제겐 그렇네요. "Arthritically fought "도 뭐라고 해얄지, ....
해선녀님께서 번역하시면 멋진 시로 살아날 텐데 ... 여기에도 소개하면 좋을 거고요. ㅎ
저 시가 실린 책의 제목이 첫 구절로 나오는 시에는,
지금 젊어서는 옷차림도 제대로 하고, 길에서 나쁜 말도 안 쓰고, 신문도 읽고 하지만
나이 들면 자줏빛 옷에다 어울리지 않는 빨강 모자도 쓰겠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사실, 나이 들면서의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의 장점을 즐기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ㅎ -
해선녀2015.05.29 03:46
저는 제 눈이 잘 보이던 더 오래 전부터도, 제 가방에 빨간색 테이프나 하얀색 손수건이라도 하나 묶고 다니는데요.
그러고, 휠 체어 써비스도 이젠 당연하다는 듯이 받는답니다.
챙피해서, 나는 눈만 그렇지, 다리는 멀쩡하니, 걸어서 갈께요, 이러던 거였는데...
구구한 설명 필요없고, 그 사람들에게도, 그저, 휠체어 하나 몰아다 놓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니까요. 그녀와 싸운 저 경찰관처럼...ㅎ -
해선녀2015.05.29 09:44
저 시를 또 제 방으로 가져다가 번역해 보았습니다. 멋잇게는 아니고, 좀 너스레조로요.ㅎ
그런데, 노루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이런 식으로, 남이 먼저 번역해 놓은 것을 답싹 가져다 번역하는 것,
판권문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인적이고 풍부한 독서의 과정에서 본인이 일부러 선정해서 번역한 것을 아무 수고도 없이 받아다 쓰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이 방에서, 번역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제가 아직 여기서 좀 낯선 사람이라서인지, 좀 편하지는 않군요. 제 방에서는 원래, 제가 오다 가다 만난, 대개는 오래 된 시들을 번역해 올린 것을 놓고 토론을 해왔기에, 얼마든지 좋은데 말이지요.
노루님이 번역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 참 반가웠는데,노루님도 그러시지만, 앞으로, 이 공동의 관심을 어떤 식으로 함께 이어갈 수 있을지, 좀더 생각해 보기로 해요. 두 방에 다 '써 놓고 왔다 갔다 하면 대화가 좀 산만할 듯도 싶고...일단, 드는 생각은, 번역 자체에 대해서는, 먼저 쓴 사람의 방에서 토론하는 게 맞을라나도 싶네요...^^
근데, 제 걱정은, 노루님은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시들을 직접 골라 오시지만, 저는 독서를 그다지 많이 하지 못하니, 아무래도, 제가 먼저 선정하는 일은 드물 거라는 것. 그나마, 워낙 게으른 데다가...이 걸음이 더딘 제가 테니스를 치시는 젊은 노루님의 발걸음을 다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거...ㅎ -
노루2015.05.30 00:25저는 저 시 마지막 문장의 'Afterwards' 번역이 가장 어렵네요. ㅎ
영어로는, 소리(리듬)로도 거기 딱 맞고 자연스럽고 가장 평이한 단어인데,
우리 말로는 '나중에'라고 해도 그렇고, 이것저것 생각해봐도 다 좀 이상하네요.
영시 번역을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어쩌다가 눈에 띈 시 중에 그런대로 괜챃다
싶고 짧은 게 있어서 블로그에 올리기로 할 때 역시 번역을 덧붙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갖고 있는 책이나 뉴욕타임즈에서 읽은 시는 그냥 '인용'하는 차원에서
원문을 그냥 올리는데, 저작권에 신경 쓰이는 경우는 원문에 연결만 시켜놓기도
하지요. 제 번역이야 누가 가져가도 좋은데, '대강의 번역'인 게 좀 미안하지요. ㅎ
원문 영시를 즐기려고 올려 놓은 거니까, 그렇게 되면 더 좋고요.
해선녀님의 번역은 최신 수정본을 -- 필요하면 하나 이상을 -- 해선녀님 블로그에
올려놓으시면 될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하거든요. (지금 올라 있는 제 번역도 조금
전에 마지막 문장을 고친 거고요.) 위 본문에는 해선녀님 번역을 연결시켜 놓으려고요,
관심 있는 이들이 가서 즐길 수 있게요. 그리고 번역 시에 대한 의견 교환은 그 번역
시가 있는 데서 해야겠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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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선녀2015.05.29 11:33
노루님 말씀대로, 빈방 하나 얻어 들어간 게 아니고,
처음부터 다 대피하고 텅비어 있는 호텔을 혼자 떡하니 들어가 앉았던 거네요.
그 부분 고치면서, 다른 잔손질도 조금 더 했습니다. -
해선녀2015.05.30 18:42
여기 댓글란에 제 것을 갖다 놓은 건, 그게 대화의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겠다 싶어서였지만, 어차피, 일일이 그러기는 어려울 듯해서, 지웠습니다. 본문에 연결해 놓는 게 역시, 서로 편하겠군요.
fterwards를 고심하셨군요. 저는 별 고민없이 지나갔는데요.ㅎ
지금 보니, 저 regretfully를 저는 본인이 후회하는 쪽으로 해석했는데, 그보다는, 경찰에 대한 원망과 비난조였을 것 같군요. 억척을 부리며 싸운 데 대한 후회보다는 여전히, '당신들 때문에, 내가 중요한 장면을 놓쳤다'는 것을 지적하며, 80세는 아직, 늙은 게 아니라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그 성정답게...역시, 저는 제 스타일대로, 해석한 거였지요. 저였으면, 후회했을 테니...번역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의 해석에서, 그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군요...ㅎ
그러고 보니, afterwards도, '다 끝나고 나서'가 어떨까 싶군요. '나중에야'는 후회했다는 해석일 때 그렇고...오히려, 그녀는 '끝까지', 그런 아쉬움을 표현햇다는 거죠ㅎ-
노루2015.05.30 21:24
ㅎ ㅎ 지금 생각엔, 역시, '나중에'가 가장 나은 것 같네요.
'지적했다'고 했다가 '말했다'로, 그게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고, 고쳤던 것도
다시 '지적했다'로 바꾸고요. 시인이 'said'라고 안 하고 'noted'라고 했으면
그 차이를 무시하지 않는 게 우선인 게 맞다 싶어서요. ㅎ
지금(6:22 a.am.) 서룯러 나가야 해서, 해선녀님의 최종(?)본을, 다녀와서
천천히 즐기며 읽어보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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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2015.06.01 21:28
포스트 본문과 해선녀님과의 멋진 필담은 수시로 드나들며 두세 번 읽고
오늘은 해선녀님 댁을 방문해서, 좋은 글 읽었답니다.
교수님 덕분에 해선녀님의 숲에서 마음을 쉴 수 있게 되어 기뻐요.ㅎ
두 분 필담도 제게 유익하고요.-
노루2015.06.02 00:53
'필담' 맞네요. ㅎ
알맞은 표현이 잘 안 떠오르면 자꾸 옆을 보게 돼요.
뭐가 어렵냐고, 누가 쉽게, 멋진 표현으로 금방 댓구해줄 것 같아서요. ㅎ
번역하기 누구에게나 쉽지 않을 어떤 구절도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그게
서로에게 도음이 될 수 있을 거고요. 번역 자체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재미로 해보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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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2015.09.06 07:00
오랜만에 새벽별을 보게 된 오늘 아침,
마음이 즐거웠어요. 자연이 가져다 주는 아름다운 즐거움.
덴버의 맑은 공기
교수님 사진에서 만나는 덴버의 공활하고 맑은 하늘빛..
교수님의 '일요일 테니스'도 매주 일요일마다 힘차고 맑겠지요.
오늘이 바로 그 일요일,ㅎㅎ
교수님의 일요일은 아직이겠지만요.
활기롭고 신나는 '일요일 저녁 테니스'가 되시길요.-
노루2015.09.11 03:50
한국도 공기가 더 나빠지지는 않는 것 같아, 또는
공기 나쁜 지역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 것 같아, 우선
다행이라 싶네요. 서울은 사실 지하철역이 곳곳에
있어서 거의 도시 전역을 일반 차량 통행금지 구역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차가 못 다니도록 된 바깥 쪽 차선은
인도로 바꾸고 안 쪽 차선에는 나무를 심고요. 도시의
외곽이나 적당한 위치에 주차건물들을 세워야 하겠지만요.
테니스는 요새는 화, 목, 토, 일, 주 4일만 치는 걸로 하고
있지요. 그 중 토요 아침과 일요 저녁은 한인들과 치는 거고요.
월, 수, 금엔, 내일 칠 텐데,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지요. ㅎ
다른 해야 할 일들도 사실은 해야 하고요.
20년 만에 만났다가 다시 또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게 된
옛 친구도 분당에 산다고 했었는데, eunbee 님 블로그에서
사진으로 몰 적마다 분당이 참 살기 좋은 동네 같단 생각이
들어요. -
eunbee2015.09.11 06:35
지금 이아침은 날씨가 잔뜩 흐리네요. 거의 일주일만에 흐린 하늘 보고 있는 건지..
주말엔 가을비가 예고 되어있지요.
제가 수영하는 월 수 금엔 교수님은 내일의 테니스를 기대하시네요.ㅎ
수영장에서 제가 얼마나 느려졌는지 확인한답니다.ㅋ
이제 일반 수영은 옆사람에게 방해될테니 그만 하고,
아쿠아로빅쪽 레인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속도가 나지않으니 같은 레인을 써야하는 옆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고 있어요.ㅠㅠ
어제는 박인비 선수의 에비앙챔피언십 경기를 티브이에서 보면서,
교수님께서도 보시겠구나.. 생각을 했답니다.
어느 케이블 방송에서는 박인비 선수에 대한 특별프로그램도 방영하는가 본데
저는 그냥 잠을 자버렸지요.ㅎ
이곳 분당은, 이제 20년 훌쩍넘은 시간들이 만든 나무있는 풍경들이
제법 살만한 곳처럼 보이게 하지요. 항상 물이 흐르는 커다란 개여울이 있어
더욱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가 마음에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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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2015.09.11 09:53
eunbee 님은 역시 우아한 운동을 즐기시네요, 수영, 댄스. ㅎ
항상 물이 흐르는 강(사진으로 봐도, 커다란 개여울이라기보다는)이
있다는 것은 정말 그만큼 자연 환경이 좋다는 얘기지요.
에비앙 골프는 마지막 날에나 TV 중계를 볼 수가 있어서 그럴려고요.
인터넷에서 스코어보드는 수시로 확인하면서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수들이 많아서 상당히 재밌네요. 박인비가 수퍼그랜드슬램을
이룰지, 리디아(고보경)나 김세영, 이미향이 드디어 첫 메이저 우승을
할지, 렉시 톰슨, 지은희, 류소연, 김효주, 그리고 (어렵게 되긴 했지만)
전인지가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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