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선만이 간결한 건 아니다.
수수해야 간결한 것도 아니다.
간결한 게 다 단순한 것도 아니다.
요 아래 '사진 일기' 포스트에 첫 사진으로 올렸던, 등 뒤에 있는
책장을 지금 고개 돌려 보면서, 간결미의 즐거움을 느낀다.
이럴 게 아니라 사진을 여기에도 올려야겠다.
그런데 실은, 간결미를, 아니 그 이상의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기에도 옮겨 놓을 생각을 하게 한 건, 에피쿠로스가
메네에세우스에게 쓴 편지글 "Epicurus to Menoeceus" 에
나오는 아래의 구절이다. (번역은 그냥 떠오르는 대로 했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은 죽음이 우리와 함께 있지 않고
죽음이 왔을 땐 그땐 우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죽음은 ...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글에서 두 구절 더 옮긴다.
"음식에 있어서 오직 많은 양만을 찾는 게 아니고 가장 맛나는
(유쾌한) 걸 찾는 거나 바로 마찬가지로, 가장 긴 기간이
아니라 가장 즐거운 기간을 추구한다.
"철학할 나이가 아직 안 됐다거나 지나가버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행복할 나이가 아직 안 됐거나 지나가버렸다고
말하는 사람 같다.
바로 윗 구절을 타자하면서, 먹는 일과 섹스가 사람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쓴 (그렇게 쓴 의미를 떠나서, 아무튼 그렇게 쓴
걸로 기억되는) 프로이트의 한 문장이 떠오르면서, 에피쿠로스는,
기쁨(을 주는 것)이 선이라고 한 에피쿠로스는, 철학(하는 것)을
이렇게나 기쁨과 행복으로 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다 '생각하는 즐거움'을 안다, 그리고 즐긴다, 그렇지
않은가?
'책 읽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럴 땐 함께 이야기할 친구가 아쉽다 (0) 2016.01.20 좋은 읽을 거리: Capital in the 21C (0) 2015.10.22 역사를 찾아서 / Babara Tuchman (0) 2015.06.05 1 읽고 싶어진 책, 2 봉사의 댓가 (0) 2015.05.09 E. O. Wilson, '인간 존재의 의미' (0) 201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