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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찾아서 / Babara Tuchman책 읽는 즐거움 2015. 6. 5. 05:02
Babara W. Tuchman, "Practicing History" (1981)
Babara W. Tuchman(바바라 W. 터크먼)이 쓴 책으로 내가 읽은 것은 단 한 권, 1차세계대전 첫 한 달의 이야기인, "The Guns of August"(1962)뿐인데도 그녀의 이름은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녀가 미국의 역사가이고,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히는 그 책이 역사서이고, 그 책으로 그녀는 퓰리처상(비소설)을 받았고, 그리고 퓰리처상(역사) 수상 작가 Doris Kearns Goodwin 이 "내 생애를 변화시킨 책"으로 꼽은 게 또한 그 책이었다는 것 등이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The Guns of August"는 "8월의 포성"이란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 있었다.)
Babara W. Tuchman의 에세이 선집 "Practicing History"(1981)는 우연히 지난 주 이웃 동네 도서관에서 저자의 이름이 눈에 띄어 발견하고 사게 된 책이다. 역사에 관한 모두 35편의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그 자체가 멋진 에세이인 서문과 처음 두 에세이에 이어 이제 다만 그 세 번째를 읽고 있을 뿐인데도 이미 이 책은, 확실히, 내가 가장 아끼는 책들의 하나가 됐다. Babara Tuchman은 자신이 박사나 석사 학위를 하지 않은 것을 고마워 했다는데, 이 보석 같은 글들에서 역사와 역사 기술(記述)에 관한 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관점을 읽으면서, 그건 나 같은 독자도 같이 고마워해야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Babara Tuchman의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작인 "Stillwell and the American Experience in China"(1971)든 첫 저서인 "Bible and Sword"(1956)이든, 그녀가 쓴 역사 책 한권은 더 읽고 싶어진다.
"In Search of History 역사를 찾아서"는 "Pacticing History" 맨 앞에 실린 에세이다. 아래에, 본문에 나오는 순서대로, 일부 구절들을 (번역) 인용한다.
그런데 래드클리프[대학]가 내게 준 건 자극이었다 .... 그 자극의 일부는 훌륭한 강좌와 그 교수들로부터 왔다. 내가 가장 고맙게 여기는 셋 중 둘은, 흥미롭게도, 역사가 아니라 문학[강좌]이었다.
사랑에 빠진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로, 그[영국 헌법사 교수]는 그의 애정의 대상[Charter의 제39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두가 알도록 하고 싶어했다.
그때는 몰랐거나 의식적으로 생각해본 게 아니었지만, 훌륭한 역사(서)를 쓰기 위해서 -- 실은,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서도 -- 없어선 안 되는 것은 자신의 주제(主題)에 대한 사랑에 빠지는 이런 특성이다.
내 논문 -- 대학원 학위를 받은 적이 없으니 박사 학위를 위해서는 아니고 단지 학부 '명예 논문'(honors thesis) -- 연구를 하면서, 내 경력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한 경험을 하게 됐다. ... 어떤 선생이나 동료 학생, 또는 좋은 책 ... 그런 게 아니었다. 그건 Widener[도서관]의 서가들이었다. 그것들은 '나의' 아르키메데스의 욕조였고, 나의 불타는 덩굴이었고 내 개인적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곰팡이 접시였다. 나는 창문 아래 테이블이 있는, 그때는 모르고 나중에야 알게 된 단어인데, 'carrel'이라고 이상하게 불리우는, 작은 골방 하나를 내 것으로 가질 수 있었다. ... 나는 도서관의 책으로 가득한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내가 원하는 책들을 [캐럴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 경험은 경이로운(marvelous), 단어의 뜻 그대로 경이(marvels)로 찬, 것이었다.
나는 내 논문에 대해서도 똑같이 느꼈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 의도에 있어선 -- 그리고 그렇게나 서투르게 쓰여진. 열정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다; 언어 사용법을 알아야만 했다.
그 이후로 알게 됐는데, 글쓰기는 연습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 7년간의 저널리즘 견습 후에 나는 좋은 작문의 필수적인 요소는 좋은 귀라는 걸 알게 됐다. 자기가 쓴 글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짧은 단어가 긴 단어보다는 늘 낫다(바람직하다); 음절의 수가 작을수록 좋고, 'bread' 'sun' 'grass'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단음절 단어들이 가장 좋다.
우리 모두가 부릴 수 있는 굉장한 수단 -- 영어.
역사 저술가는 독자가 계속 읽게 하고 싶으면 독자에 대해 몇 가지 의무를 갖는다고 나는 믿는다. 첫째는 증류다. ... 무관한 것들을 버려라 -- 무엇보다도, 무관한 것들을 버려라 -- 그리고 그 나머지들을 함께 엮어, 전개되는 극적인 서술로 만들라. 서술은 역사의 활력원이라고 말해져 왔다. ... 불필요한 것들 버리기는 용기와 또한, 파스칼이 ... 편지에서 ... "이렇게 긴 편지로 너를 피곤하게 하는 게 미안하지만 너에게 짧은 편지를 편지를 쓸 시간이 없구나"라고 한 게 보여주듯이, 추가 작업을 요구한다.
역사가는 예술가이어야 할까? [영국의 역사가] Macaulay는 자신을 반은 시인, 반은 철학자라고 말한다. 나는 이 두 가지 높은 경지의 어느 하나에도 뜻이 없다. 나는 나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소설이 아니라 사실의 이야기를 해주는 화자로 생각한다. 그 차이는 상대적인 가치의 차이가 아니다; 단순히 역사가 내게는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거다. ... 루이 11세의 초상화와 ... 그의 장관의 회고록에 묘사된 그를 비교하면서 "진실은 로맨스보다 더 흥미롭고 아름답다"고 말한 19세기 독일의 위대한 역사가 Leopold von Ranke 에 나는 동의한다.
나는 아무것도, 날씨조차도, 지어내지 않는다. 한 독자가 The Guns 에서 ... 여름 천둥 소리가 들리고 핏빛 노을 속에 해가 지는 ... 부분을 특히 좋아했다고 내게 말했다. 그는 그게 예술적인 꾸밈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그걸 그날 [프랑스에] 상륙했던 한 영국 장교의 회고록에서 찾아냈다.
연구의 기술적인 방법에 관해서는, 나는 4 X 6 [인치] 카드에 적는데, 대강 한 시간에 한 번씩, 오래 전에 한 연구 안내서에서 읽은 규칙을 상기한다, "결코 어떤 것의 뒤에다 쓰지 마라." 베껴 쓰는 것은 싫은 일이고 지루한 일이므로, 작을수록 더 좋은데,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꼭 필요한 내용만 추리도록, 아주 처음부처 증류하도록, ..., 만들어준다.
연구에 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멈출 때를 아는 것이다. ... 끝내기 전에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멈추지 못하고 결코 끝내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한 주제에 대해서 모든 단서를 따라가고 모든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지만, 다행히도 나는 내 작업이 인쇄된 것을 보고 싶은 오히려 더 강렬한 충동을 갖고 있다. 그게 나를 구해주는 유일한 것이다.
그것[연구]은 재배치, 수정, 추가, 삭제, 다시 쓰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흥분을, 거의 황홀감을, 가져다준다; 올림프스산에 오른 순간이다. 간단히, 그것은 창조 행위이다.
내가 2년간 써온 이야기에 함축된 모든 의미를 완전히 깨닫게 되는 것은, 다 끝내고서, 실제로 후기(Epilogue)를 쓰고 있을 때다.
역사 쓰기의 어려움의 하나는 그 결과가 알려져 있는 서술에서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문제이다. 돌이켜 봄의 혜택을 이용하지 않고, 아직 나중인 사건들에 대해 언급하고픈 유혹을 버티면서, 그때 당시인 듯 쓰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긴장감이 생긴다는 것을 나는 발견했다. 독자에게 어떤 행동이나 사건의 중요성을 나중에 일어난 일들에 비추어 지적하려는 유혹을 때로는 거의 견딜 수가 없다.
천재 토인비는 역사에 대한 설명을 찾아야 할 필요성에 사로잡혀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그것[역사]은 사람의 일이다. 전술(the art of war)에 관한 위대한 역사가 Charles Oman 경이 얼마 전에 말한 것처럼, "인간 기록은 비논리적이다 ... 그리고 역사는 아무 필연성 없이 어쩌다 생긴 일연의 일들이다."
역사를 가장 가깝게 잘설명한 사람은, 내 생각에는, 역사를 만들기도 하고 기술도 한 Leon Trotsky 이다. 역사에서 원인은, 그는 말했다, "우연들의 자연선택을 통해서 스스로 굴절한다."
"자기 시스템을 첫째로 놓는 역사가는 자기 시스템에 가장 잘 맞는 사실을 선호하게 되는 이단을 좀처럼 피할 수 없다."
그것["왜"]은 일어난 일들의 이야기로부터 어느 맑은 날 스스로를 드러낼 것이다. 그것은 갑자기 나타나서 어깨를 두드릴 것이다, 일어난 일을 알기 '전에' 먼저 그것을 추구하지만 않으면. 그럴[그것부터 추구할] 땐 그건 영원히 달아나버릴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말하려고 썼지 가르치려고 쓰지 않았다. 의미는 생각 깊은 독자 스스로가 책으로부터 끌어내야 한다. 내 생각에 그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왜냐면 가장 좋은 책은 저자와 독자의 공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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