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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바타 도요의 시 몇 편 더
    2020. 5. 6. 05:00

    전에 올린 시바타 도요의 시 "Melting Away" 와 '저금' (그리고 그

    한 댓글에 대한 답글에서 소개한 "나에게'와 영역본 "To Myself")에

    이어 그녀의 시 몇 편을 더 올린다. 한역, 영역 역자는 알 수가 없었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96세의 나

     

     

    시바타씨
    무슨 생각하세요?
    도우미가
    물었을 때
    난처했습니다.
    "지금세상은
    잘못되었어
    바로 잡아야 돼"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한숨을 쉬며
    웃을 뿐이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눈을 감으면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내가
    즐겁게 뛰놀고 있네
    나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
    하늘을 떠다니는 흰 구름
    끝없이 드넓은 유채꽃밭
    나이 아흔둘에
    눈을 감고 보는

    지난날의 풍경

     

     

     

     

     

     

     

     

    외로워지면


     

    외로워질 때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손으로 떠
    몇 번이고 얼굴을

    적시는 거야


    그 온기는

    어머니의 따스함


    어머니
    힘낼게요
    대답하며
    나는 일어서네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The Answer

     

     

    The wind in my ear
    "It's about time now
    for the next world
    Let's go, what do you say?"
    in a soothing voice, like stroking a cat

    So I answered quickly
    "I will stay here
    a little longer
    I have things left to do"

    The wind
    with a troubled face
    stopped and went home.

     

     

     

    추억 2

     

     

    아이와 손을 잡고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던 역

    많은 사람들 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죠

    셋이서 돌아오는 골목길에는

    달콤한 물푸레나무 향기

    어느 집에선가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노래

    그 역의 그 골목길은

    지금도 잘 있을까?

     

     

     

     

    ------------------------------------------------------------------------------------------

     

    • 숲지기2020.05.06 20:52 

      거의 한 세기를 살아온 분의 글,
      그가 선택한 단어,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까지도
      묵직한 신뢰가 묻어납니다.
      그냥 존경스럽고요.
      그때도 유채꽃 벌판에서 놀던 유년을 회상하고
      어머니도 떠올리는군요.

      • 노루2020.05.07 01:31
        시바타 도요 시집의 독일어판 "Du bist nie zu alt"을
        낸 Ursula Gräfe의 90세 넘은 아버지도 시바타 도요의
        시를 좋아한다네요. 읽는 즐거움을 주는 시는 다들
        좋아하고 역시 시는 그런 즐거움을 주는 게 첫째라는
        생각을 새삼 또 하게 돼요.

        "To Myself"나 "Melting Away"를 읽으면서는, 그녀의
        시 영역본에서도 시적 아름다움이 도드러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 교포아줌마2020.05.28 23:15 

      저렇게 수정 고드름 처럼 맑은 언어들

      참 좋습니다.

      시집을 사야겠어요.

      • 노루2020.05.29 01:41

        99세(?)에 첫 시집을 내고서는, 저 세상에 가면
        시부모님과 남편에게 시인이 됐다고 자랑해야지,
        하는 그런 내용의 시도 위에 포함시키지 않은 게
        후회되네요.

        96세에, "지금 세상은 잘못되었어, 바로 잡아야
        돼' 생각하면서도 잠자코 웃기만 했다는시도
        재밌지요?

        첫 시집이 그렇게 많이 팔린 경우도 시바타 도요
        (~130만부)와 최영미(50만부) 시인 말고는
        세계적으로 또 없을 것 같은데, 최영미 시인은
        특히 기성 시인들로부터 오히려 비난을 많이
        받은 게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문득 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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