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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편의 시를 읽고
    짧은 글 2020. 8. 6. 01:31

    새 달이 다가올 때면 늘, 고맙게도, 숲지기님 블로그의

    "초하루 시편지"가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세 편의 시를 읽었다:

    문태준 시인의 "여름밭," 올여름에 나온 두 편의 시 장석남

    시인의 "분장실에서"와 이대흠 시인의 "어떤 마음을 입으시겠습니까."

    이 시들에서 패러디한 문장들을 아래 글(숲지기님 포스트에

    댓글로도 쓴)에서는 각각 *, **, ***로 표시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뒷길 옆 조그만 '여름밭'을 보는 것 같다.
         저마다 시 만든다고 일꾼인 그런 밭.*
         어느 시인은 지나가다 아이들 노는 소릴 들은 것 같다. 
         "나는 나를 지워가는 중이야."**
         "나는 저녁을 지우려는데 잘 안 돼."**
         "나는 나를 짓고 있거든."
         어느 시인은 새로 산 슬픔을 신고 맘에 들어 흐느낀다.***
         여름밭 한편의 해바라기꽃들은 등지고 서서 하늘이나 본다. 
         귀도 눈도 밝고 맑은 편이 아닌 나는 그러니 그냥 더

         둬두고 볼 수밖에.*

     

     

     

     

     

     

     

    ------------------------------------------------------------------------------

     

    • eunbee2020.08.08 14:40 

      저도 숲지기님께서 매월 초하루에 올려주시는
      시를 기다리고, 즐겁게 감상하지만

      교수님의 '세 편의 시를 읽고'가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 주네요.

      전혀 다른 시 세 편으로
      걸작품 한 편의 시를 만드시다니요.
      시 짓기의 즐거움이 그렇게도 오네요.ㅎ

      또한 시 읽는 즐거움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모색해 볼 수 있다는
      새로운 감상법도 알게 됐고요.

      • 노루2020.08.09 01:00

        시 세 편을 읽고서의 '코멘트'를 이렇게 하나로
        얼버무리는 게 편하기도 하네요. 시인들이 공들여
        만든 문장들로 콜라주하는 재미도 있고요. ㅎ

    • 숲지기2020.08.10 01:00 

      '저마다 시 만든다고 일꾼인 그런 밭'에
      해바라기가 잔뜩 피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빛나는 문장입니다.

      '저마다 시 만든다고 일꾼인 그런 밭.....'
      고맙습니다.

      • 노루2020.08.10 03:48

        우리 뇌가 형이상학 단계로 진화한 그날부터, 또는,
        작가 Marilynne Robinson 의 추측이었나, 신의
        개입으로 진화가 그런 단계로 뛰어오른 그날부터,
        우리 삶은 시 짓기 아닌가요?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의미를 찾는. 해바라기하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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