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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지 않고 날아 내리려고
때와 바람을 기다리는
가을 잎새*
더 빨갛게 물들고파
찬 이슬 햇빛을 반기는
빨간단풍나무 잎새
해 지고 나서도 고운
저녁놀이 되고픈**
가을 잎새
* "Autumn leaves don't fall; they fly" -- Delia Owens,
소설 "Where the Crawdads Sing"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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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don't care
That dusk deceives.
We see brilliant colors,
And never learn
The sun has dropped
Beneath the earth
By the time we see the burn.
-- "Where the Crawdads Sing" 에 나오는 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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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지기2020.09.29 19:13
자의지로 바람을 기다리고,
서리를 반겨
빨간 비행체가 되고픈 가을잎이네요.
예쁜 시 잘 읽습니다.
노루님께 풍성한 가을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노루2020.09.30 00:02
ㅎ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서리는 아닌 것 같아요. ㅎ
가을 아침 온도가 영하로 내려갈 정도는 아니라서요.
('서리'를 '찬 이슬'로 바꿉니다.)
하늘이 불 타고 있을 때 이미 해는 졌다고 쓴 델리아
오웬스의 시구가 새롭더라고요. 어두워지기 전에
잠깐 더 우리에게 노을을 뒤에 남기고 지는 해 ....
숲지기님에게도 보름달 같은 가을이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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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2020.09.29 21:26
떨어지지 않고 날아 내리려고
때와 바람을 기다리는
가을 잎새
참으로 귀여운 잎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꼬마 조카가 조금 높은곳에 올라 앉아서
뛰어 내리려고 폼을 잡기에
제가 안아주려고 하니까
내가 내가....하면서
내가 뛰어내리겠다고 해서 참 귀여웠거든요.
가을잎새 시를 읽고나니 가을잎새가 귀엽게 느껴지는 군요-
노루2020.09.30 00:34
꼬마들 보면 참 귀엽지요. 동네 도서관에 오르는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 오르내리거나 그 난간에 배를 대고 미끄럼
타거나 하는 서너 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 꼬마들의 그
겁 없는 행동이며 균형잡는 걸 보면서, 솟는 해와 지는
해가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노인들의
조심스런 걸음걸이가 대비가 돼서요.
(뛰고픈 걸음마로 시작해서 안 넘어지려는 걸음마로. ㅎ)
떨어지지 않고 날으려는, 그러려고 기다려서 날아 내리는
가을 잎, 정확히 옮긴 건 아니지만, 델리아 오웬스의 소설에
나오는 거지요.
바람에라도 실려 날아 내리고픈, 그런 맺음을 사람이나
바라는 걸까요? -
여름하늘2020.09.30 09:09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가을 잎새입니다.
가을잎이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구나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가을잎새의 속내을 알게 되어
이번 가을엔 단풍든 가을잎을 보며
제가 말을 걸게 될것 같습니다.
너 바람을 기다리고 있지?
너 찬이슬 햇빛을 기다리고 있는거지?
너 저녁놀을 닮고 싶은거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ㅎㅎ 나는 친구니까 -
노루2020.10.01 00:02여름하늘님 참 다정다감하세요.
그러니 온갖 색깔의 해바라기들이 다
여름하늘님을 반기나봐요.
어떤 해바라기는 해는 안 바라보고
여름하늘님을 보고 웃음 짓는 걸
어느 사진에서 본 것 같은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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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2020.10.03 06:38
해 지고 나서도 고운 저녁놀이 되고픈 가을 잎새
이 글귀에서 그림이 그려지네요. 해 진 후의 그림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노루2020.10.04 00:34
사실 화려함이나 스케일에서 아침놀, 저녁놀 만한
장관이 어떤 게 또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온 도시가
금빛 동화 속 마을로 바뀌는 것 같은, 여기 절정의
가을 풍경이 또 그렇게 아름답네요. 올해는 심하게
이상 기후여서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해가 지고 나서는 잠시만 더 좋은 이미지가 머물다
사라지는 걸로, 그걸로 충분히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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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예쁜딸2020.10.04 10:04
가을 잎새하면
웬지 세월에 갉아 먹힌 내 모습이 ~~~떠 오릅니다.-
노루2020.10.04 10:52
제 경우는, 내가 세월만 갉아 먹은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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