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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의 '오감도'와 W. Stevens 의 '큰 인물에 대한 은유'
    2022. 1. 1. 07:16

    이상의 '오감도'(시 제1호)를 나는 그냥 표현주의 그림을 보듯, 또는

    표현주의 희곡을 읽듯 그렇게 읽는다.

     

    오늘 어느 블로그에서 '오감도의 해석'에 관한 포스팅을 보니, 얼마

    전 내가 번역, 포스팅한, Wallace Stevens 의 1918년 발표 시

    'Metaphors of a Magnifico' (1914)가 생각난다. 역시 표현주의

    그림 보듯 읽은 Stevens 의 이 시가 '오감도'(1934)를 연상시킨다고

    그때도 썼는데, 이 두 시를 한 자리에서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큰 인물에 대한 은유 Metaphors of a Magnifico
    By Wallace Stevens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스무 남자는
    스무 마을로 들어가는
    스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스무 남자다,
    또는 한 마을로 들어가는 한 다리를 건너고 있는
    한 남자다.

    이건 스스로를 밝히지 않는
    오래된 노래 ...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스무 남자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스무 남자다.

    그건 스스로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
    하지만 뜻은 분명히 ...

    다리의 판자를
    저들의 장홧발이 쿵쿵 밟는다.
    과일나무들 사이로
    마을의 첫 흰 벽이 보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렇게 그 의미가 달아나는구나.

    마을의 첫 흰 벽 ...
    과일나무들 ...

     

     

    오감도 / 이상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1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2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3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4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5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6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7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8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9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0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1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12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십삼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
    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Giuseppe Pellizza da Volpedo, The Mirror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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